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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미리 쓰는 방학일기

지은이
김유대
출판사
사계절
페이지수
116
대상
흔히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이웃들의 모습이 잔잔하게 그려져 있다. 방학동안 신나게 뛰놀기 위해 미리 방학 숙제를 다 해 놓는 아이들 이야기부터 집을 나와 길을 헤매고 있는 강아지 이야기, 어려운 처지에서도 남을 돕는 맹인 아저씨 이야기, 세들어 살면서 주인집 아줌마 눈치를 보는 아이의 이야기, 보금자리를 잃은 까지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미디어 서평 "그래, 일기 미리 써놓고 놀자" 새 천년이 시작되었다며 모두들 들떠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며칠 후엔 어린 친구들 누구나 기다리는 방학이 또 시작되겠지.방학하는 날 다짐하곤 했던 것을 끝까지 잘 지켜내는 친구는 몇이나 될까?‘이번 방학엔 꼭 생활계획표대로 실천해야지’하고 다짐했다가도 그 다음날이면 금새 잊어버리고 마냥 즐겁게 뛰놀다가 개학이 다가오면 허둥지둥 밀린 일기와 남은 숙제들을 하느라 애먹었던 기억은 이미 어른이 된 사람들도 누구나 갖고 있다. 이 책에는 작가의 말처럼 “방학 때마다 숙제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고, 특히 일기는 제대로 써 본 적이 없던 아이가 어른으로 자라서 들려주는 이야기” 다섯 편이 실려 있다. 표제작인 ‘미리 쓰는 방학 일기’는 이번 겨울방학 때도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가서 마음껏 놀고 싶지만 지난 여름방학 내내 책가방조차 열어보지도 않고 집으로 와서 밤새 밀린 숙제를 하느라 고생했던 경험이 있는 슬기와 슬민이의 이야기다. 여름방학 때의 일로 허락을 하실 리가 없는 엄마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방학 숙제를 다 해버리자고 마음먹은 남매는 밤새워 숙제를 한다. 미리 해놓은 방학숙제는 다름 아닌 방학 한 달 동안의 일기. 슬기와 슬민이는 깜찍스럽게도 날씨를 써넣는 칸만 비워놓고, 작년 겨울 방학 때를 생각해 가면서 일기를 써놓은 것이다. 그래, 어찌 생각해 보면 방학숙제란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임에 틀림없다. 부담스러운 일을 나름대로 부담 갖지 않고 해결하려는 모습에서 슬기와 슬민이는 영악스러운 아이지만 사랑스럽다. 글 사이 사이에 있는 삽화는 마치 아이들이 일기장에 직접 그린 그림처럼 단순하면서도 친근함을 준다. 다른 작품 ‘까똘이의 꿈’은 젊은 부부의 사랑을 독차지 해 오던 강아지가 그 부부에게 아이가 생기면서 소외감을 느끼게 된 나머지 급기야는 가출을 한다는 내용. 지금까지는 가족들에게 보살핌을 받아만 왔는데, 이제는 자신이 돌봐줘야 할 존재, 즉 동생이라는 존재가 생긴 아이들의 외로움과 불안한 심리를 보여준다. 그밖의 작품들에서도 작가가 세상을 보는 눈이 어떠한가를 엿볼 수 있다. 가진 것 없고, 몸조차 성치 않아 서글픈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작가는 대수롭지 않은 듯 웃으며 얘기하고 있다. 그래서 더 가슴 찡한 여운이 남는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동아일보 00/12/16 오혜경/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