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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서울로 간 허수아비

지은이
윤기현 글/박소래 그림
출판사
산하
페이지수
248
대상
초등 4
지금은 농촌에서도 허수아비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허수아비가 어떻게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을까? 이 책은 허수아비가 농촌에서 서울로 올라오게 된 과정을 통해 농촌 문제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지은이는 농촌에서 살며, 농촌 이야기를 중심으로 동화를 써 왔다. 미디어 서평 수려하거나 감칠맛 없지만 치열한 역사의식 버팀목 “아무리 우겨봐도 어쩔 수 없네/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걸/ 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 노래하던 새들도 멀리 날아가네” 80년대 후반에 나온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동화 『사랑의 빛』을 떠올리게 된다. 80년대 초에 인간사에서 출판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게 했고, 80년대 어린이 문학이 나갈 길을 보여줬던 『서울로 간 허수아비』에 실려 있는 『사랑의 빛』 주인공인 개똥벌레가 개똥무덤에서 나와 나비나 새를 비롯한 모든 친구들한테 따돌림을 당하는 모습이 떠 오르기 때문이다. 개똥벌레가 아무리 친구가 되자고 해도 어느 누구도 친구가 되어 주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더럽다고 놀리고, 냄새난다고 비웃음만 받다가 어두운 밤에 갑자기 아파서 위험에 빠진 귀뚜라미 어머니를 구한다는 줄거리다. 그 용기와 자기희생 정신이 아름답고, 아이들 생활에 딱 맞아서 이 동화를 바탕으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연극으로 공연하기도 하고, 개똥벌레 노래를 활용해서 노래극을 만들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극단 연우에서 가족 연극으로 만들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서울로 간 허수아비』에는 이 작품을 비롯해 책 제목으로 뽑은 단편 동화 ‘서울로 간 허수아비’처럼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영혼을 채워주는 동화 12편이 실려 있다. ‘서울로 간 허수아비’에서는 한해 농사의 풍년을 상징하는 허수아비가 서울 부잣집에 와 하루치 장난감이 된 뒤 개만도 못하게 천대받고 쓰레기장에 버려졌다가 논 몇 마지기 살 돈이 모이면 농촌으로 돌아가기를 꿈꾸는 달동네 가난한 집의 밥짓는 땔감이 된다. 기쁜 마음으로, 자유를 되찾고 싶은 열망으로 목숨을 거는 ‘엄마 따오기의 슬픔’, 자본주의 경제 침략과 독재 정치의 본질을 꿰뚫어 보여주는 ‘다람쥐 나라’, 반공포로 석방 때 남쪽에 남았다가 죽기 전에 고향 땅이라도 밟고 싶다고 휴전선 철조망을 부둥켜 안고 죽어가는 ‘고향병이 든 할아버지’, 같은 것도 마음씀에 따라 복이 되기도 하고 화가 되기도 한다는 ‘복 항아리와 화항아리’들이 치열한 삶을 올곧게 사는 지혜를 길러준다. 이 책에 실린 동화들은 결코 쉬운 이야기들이 아니다. 화려한 이야기도 아니다. 감칠맛 나게 재미있는 동화도 아니다. 그러나 한 문장 한 문장 정독하다보면 작가의 치열한 역사의식과 진실을 추구하는 정신을 만날 수 있다. 그 힘이 20년 동안 어린이들이 계속 읽는 동화, 총 50여 쇄를 찍는 생명력 긴 책으로 살아남을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겨레신문 함께하는 교육 02/05/20 이주영 (서울 삼전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