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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심학산 아이들

지은이
노경실 글/임향한 그림
출판사
사계절
페이지수
194
대상
초등 4
말썽쟁이 말라깽이인 갑수, 개장사하는 아버지에게 불만이 많은 운기, 야물딱지고 속이 꽉 찬 경지, 속깊은 모범생 효민이… 저마다 가정 환경도 다르고 개성도 다른 심학산 아이들 이야기를 선생님을 중심으로 그려냈다.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사건이 박진감있게 전개되었다. 미디어 서평 '산아, 넌 내맘 알고 있지?' ‘무너지는 교육’, ‘학교 붕괴’라는 말이 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선생님들도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사실 요즘 학교 교육이 어려운 까닭은 아이들 때문만이 아니다. 그 이전에 가정의 문제, 가정과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 문제, 교사들을 겉치레 교육과 잡무로 정신없게 몰아치는 통에 아이들을 차분하게 바라볼 시간조차 없게 만드는 교육 문제가 쌓여 있다. ‘상계동 아이들’, ‘지하철을 탄 천사’와 같은 대도시 어린이들의 삶을 묘사한 동화로 널리 알려진 노경실이 새 천년을 맞으면서 펴낸 ‘심학산 아이들’을 보니 이러한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내포한 문제로 입은 아이들 마음속의 상처를 참 잘 살펴보고 있다. 한 교실에서 생활하면서 그 상처를 덧내기도 하고, 서로 보듬어 가면서 한 뺨씩 자라나기도 하는 아이들의 삶을 묘사하고 있다. ‘심학산 아이들’은 서울 근교인 파주 한 작은 마을이 배경이다. 밀려드는 도시화 물결에 부딪히면서 유리병처럼 부서진 가정들, 그런 가정의 아픔을 고스란히 떠 안고 살아야 하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 그 아이들 편에서 ‘영원히 아이들을 사랑하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하는 담임 교사와 얽히고 설키면서 새로운 희망과 꿈을 키워나가는 이야기다. 이 동화에는 조금만 세심히 살피면 어느 교실에서나 찾을 수 있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어려서 문방구에서 물건을 훔치다 발각된 뒤로 마을이나 학교에서 항상 의심받는 갑수, 그는 이혼한 가정의 아이로 성격이 난폭한 아이다. 집안 어른은 물론이고 학교 선생님이나 교장 선생님한테도 거침없이 욕을 해 대던 아이다. 아이들한테 따돌림을 당하는 태정, 태정이는 이임된 심리와 불안한 정서때문에 말을 더듬고 똥오줌을 가리지 못한다. 아버지의 부도덕한 장사에 갈등하는 운기, 파출부 딸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송이, 헤어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미애, 작가를 꿈꾸는 경지가 있다. 그리고 경지를 좋아하는 효민, 효민이는 일년 동안 학교를 걸어다니면서 버스비를 모아 경지 생일 선물을 준다. 또 이 동화에서는 어느 교실에서나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 유형들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따돌림 당하는 아이와 따돌림을 하는 아이들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 순간의 욕심 때문에 가장 친한 친구의 돈을 훔치는 아이들과 평소 행동 때문에 엉뚱하게 오해받는 사건, 가정 불화 때문에 내재된 불만이 교실에서 터지는 사건, 사춘기를 맞으면서 남녀 학생들 사이에 교차되는 마음의 갈등과 우정에서 한 발 더 나가는 풋사랑과 같은 사건들이다. 그리고 어쩌면 전형적인 교육 소설에 등장하는 마음 착하고 슬기롭게 처신하는 노처녀 선생님이 등장한다. 자칫하면 딱딱하고 진부해지기 쉬운 이런 사건과 등장 인물인데, 작가는 이 동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와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심학산 아이들’은 사건 전개 과정과 구성이 약간 거칠기는 하지만, 오늘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숨결이 느껴지기 때문에 독자한테 ‘우리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그리고 ‘나’와 ‘우리’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한다. 정말 32개의 물줄기가 만나 흐르는 한강, 임진강과 만나 하나가 되어 흐르는 한강을 향해 소리칠 꿈과 희망이 무엇인가를. <조선일보 00/04/01 이주영(삼전초등학교 교사)> '왕따' 없는 작은 시골학교 이야기 자유로를 타고 통일전망대 쪽으로 달리다보면 동쪽에 나지막한 산 하나가 맞이할 겁니다. 지금 파주출판단지 건설현장이 갈대 샛강가에 자리잡고 있는 곳. 그 뒷산이 심학산입니다. 산정에는 이정표처럼 나무 세그루가 높이 솟아있어서 강변을 달리다 보면 누구나 단박에 그 산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심학(尋鶴)이라고도 하고 심악(深岳)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마침 산 앞으로 흘러가고 있는 한강 하류변에는 ‘철새도래지’란 간판이 있어서,이 산자락에 많은 철새들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그러고보니 심학이라 함은 “학을 찾는다”란 속깊은 뜻을 담고 있는 거지요. 그 심학산 속에 작은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심학초등학교. 봄에는 뒷산 가득 진달래가 피어나고,여름에는 학교 앞의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우거진 그늘을 만들어주는 예쁜 학교입니다. 한학년에 한반씩,한반에 20명도 되지 않는 아이들이 서로 형제처럼 지내는 학교지요. 왕따니,과외니 서울 아이들이 견뎌야 하는 친구 사이의 경쟁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조그만 학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학교 아이들과 학부모,친척은 모두 심학초등학교 동창들이기 때문입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아는 사이인데,누구를 괴롭히고 누구를 따돌릴 수 없는 거지요. 이 심학초등학교의 이야기를 창작동화로 담은 책이 최근 나왔습니다. 책은 경기도 파주군 교하면 동패리에 있는 심학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현장동화입니다. 작가 노경실씨는 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당선된 동화작가입니다. 노씨는 98년 심학초등학교에 독서지도 교사로 초빙되어 방문했다가 학교 이야기를 동화로 꾸미게 되었다고 합니다. 동화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실화랍니다. 당시 4학년이던 아이들은 지금 6학년이 됐지요. 담임 선생님,서른일곱의 노처녀 김혜경 선생님도 그 학교에 계시지요. 봄꽃이 봉오리를 터트리기 시작하는 3월,김혜경 선생님이 부임합니다. 첫날 난장판 속에서 신고식을 치른 김선생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심학산에 올라가 아이들의 소원이 무엇인지 물어봅니다. 하나씩 소원을 빌던 아이들 속에서 태정이의 소원은 ‘퍼싸개’가 되지 않는 거였지요. 오줌싸개가 되지 않는 것이 태정이의 유일하고 절실한 꿈이었습니다. 개구쟁이들의 즐거운 학교생활은 한 학년을 후딱 넘길 만큼 많은 사건을 빚었습니다. 마침내 겨울방학하는 날 아이들은 다시 심학산에 올라갑니다. 이제 중학교로 올라가야 하는 아이들은 산정에서 다시 꽝꽝 얼어붙은 한강을 내려다보며 새로운 소원을 말합니다. 패션모델이 꿈인 친구,컴퓨터를 사는 것이 소원인 친구들 속에서 태정이는 말합니다.“선생님 제 꿈을 이뤘어요. 나… 이젠 똥,오,오줌 안 싸요.” 우리가 이 책을 주목하는 이유는 ‘학교는 살아있다’는 희망의 전언 때문입니다. 또 그것이 창작동화가 아니라,현실감있게 다가오는 현장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오고 있기 때문에 실감은 더합니다. 실제로 아직 학교는 살아 있는 거지요. ‘학교파괴’ ‘교실부재’란 무서운 말이 학교 현실의 오늘을 말하고 있지만,서울에서 한시간이면 갈 수 있는 일산 신도시 옆에 붙어 있는 학교에서는 ‘교실만세’ ‘선생님 사랑해요’란 말이 울려퍼지고 있음을 이 동화는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혹시 자유로 파주출판단지옆에 자리잡은 심학산으로 가실 일이 있거든 심학초등학교를 들러 보세요. 거기 이제 6학년이 된 김혜경 선생님의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신나는 교실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이 칠판 가득 써놓은 ‘희망’이란 말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문화일보 00/01/12 배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