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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북경 이야기 1, 2

지은이
린하이윈 글/관웨이싱 그림
출판사
베틀북
페이지수
148
대상
초등 6
수채화와 같은 이 이야기는 중국 대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글쓴이의 자전적 이야기다. 어린 아이의 눈에 비춰진 세계는 골이 깊고 어른들의 삶은 슬프기만 하다. 아이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성장하고,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삶이라는 바다에 뛰어들게 된다. 1920~30년대 중국인들의 삶을 볼 수 있다.(우리는 바다를 보러 간다/아버지의 꽃은 지고, 나는 이제 어린애가 아니다)

미디어 서평

‘아빠의 꽃’이 떨어졌을 때…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이렇게 침착하고 이렇게 조용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초등학교 졸업장을 책상 서랍에 넣고서 다시 나왔다. 정원을 지나다가 가지가 늘어져 떨어진 협죽도를 보면서 나는 소리없이 되새겼다. 아버지의 꽃이 떨어졌다. 나는 이제 더는 어린애가 아니다.”

대만 동화작가 린하이인(林海音·83)은 ‘아버지의 꽃이 떨어지는’ 혹독한 이별을 경험한 13세 어린이가 비로소 커가는 스스로의 모습을 깨닫는 장면을 마지막에 묘사한다. 꽃을 들어봐야 소용없음은 이제까지 스스로를 지탱해왔던 정체성을 부정하는 발언이 대신해 깔끔함을 더하고 있다.

책은 1960년 출간돼 1993년과 이듬해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어린이도서전에서 일러스트레이션 부문상을 받았으며 지금까지 영어 번역본과 영화 시나리오로 10여개의 판본을 선보이는 등 전세계 어린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작품이다. 국내는 『우리는 바다를 보러간다』『아버지의 꽃은 지고, 나는 이제 어린애가 아니다』로 나뉘어 출간됐다.

동화는 무엇보다 1920~30년대 중국 베이징(北京)의 후퉁(胡同·골목길) 풍경을 충실하게 묘사한 삽화가 압권이다. 화가 관웨이싱(關維興·61)의 수채화는 작가의 호흡빠른 짧은 문장과 호응해 날렵하게 책장을 넘기게 하는 듯 하면서도 오래도록 눈길을 붙드는 매력을 발산한다. 경험을 바탕으로한 자전적 동화임을 십분 이해하는 화가의 펼치는 40여년의 시간과 바다를 건너는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한국의 어린이를 찾고 있다.

동화는 소녀 잉쯔가 일곱 살에서 열세 살까지 베이징에 살며 바라본 세계와 사람들을 그린다. 못다 이룬 사랑으로 미쳐버린 이웃집 언니, 동생의 학비를 구하기 위해 남의 물건에 손대는 아저씨, 후퉁을 오가는 낙타의 행렬, 마당 가득 핀 꽃들 사이로 비치는 햇살 등이 별다른 꾸밈없이 소녀의 시각으로 담담하게 쓰여졌다. <문화일보 북리뷰 01/03/21 정동근 기자>

20년대 베이징, 세상은 온통 놀라웠어

어른이 된 잉쯔에게 어린 시절 베이징 성 남쪽에서 보았던 풍경과 사람들을 불러오는 건 낙타 방울 소리다. 겨울 햇살 아래 들리던 “딸랑~ 딸랑~” 낙타 방울 소리는 그에게 낙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아버지 설명보다 몰이꾼 아저씨들이 심심하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음악이란 생각으로 다가왔다. 일곱 살 소녀 때 “내 어린 속은 어른들과 다른 생각으로 꽉 차 있었”고 어머니는 그런 딸에게 “뭐가 그렇게 알고 싶은 게 많니” 귀찮아하셨다. “하지만 한 번 가 버린 어린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대만 작가 린하이윈(임해음)이 1960년에 발표한 자전적 동화 『북경 이야기』(방철환 옮김, 베틀·북 펴냄)는 누구 가슴에나 남아 있을 유년기, 신비와 호기심과 놀람과 감동에 넘쳤던 한 때를 돌이키게 만든다. 1920년대 베이징을 묘사하는 그 천진한 눈은 세상살이에 아직 지치지 않은 이상주의자로서 가장 순수한 원시시대를 그려낸다. 실연해 미쳐버린 슈전을 만나면서 잉쯔는 “그때 내가 무서워했던 것은 미친 여자가 아니라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었다”고 말한다.

제1권 『우리는 바다를 보러 간다』와 제2권 『아버지의 꽃은 지고, 나는 이제 어린애가 아니다』 두 권으로 번역돼 나온 『북경 이야기』는 아이 시선으로 기록한 한 시대의 풍속도이자 박물지다. 잉쯔가 만나고 함께 부대끼는 사람들은 상처입은 속내로 끙끙 앓고 있는 이들이다. 양부모에게 매맞고 사는 친구 뉴얼이나 동생 공부 뒷바라지하느라 도둑이 되어버린 공터 아저씨, 열여섯살에 예순여덟 영감의 작은댁 노릇을 시작한 란 이냥, 아편을 하는 어른들…. “난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까 구분하기가 참 어려워요.”

그들은 잉쯔 곁에 머물다 떠나고 머물다 떠난다. 그들은 꽃처럼 피었다가 지고, 아이는 헤어짐에 익숙해지면서 커간다. 초등학교 졸업식날, 엄했으나 자상했던 “아버지의 꽃이 떨어졌다.” “사랑하는 아버지조차” 그를 떠나갔으니 소녀의 어린 시절도 그때 끝났다. 아버지의 죽음은 맏딸 잉쯔를 오히려 강하게 만들었고, 비로소 열세살 소녀는 한 걸음 한 걸음 제 힘으로 세상을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누구나 다 어린 시절은 이렇게 어리숙하면서도 고귀한 것 아닐까?”

『북경 이야기』에서 우리 눈을 잡아끄는 것은 삽화다.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기능보다는 그 자체로 한 폭 그림인 풍경·정물·인물화는 20년대 베이징을 섬세하게 재현한다. 노신미술학원에서 공부한 관웨이싱(관유흥)은 중국 수묵화 전통을 잇는 수채화로 한 시대를 기록한 빼어난 풍속화를 남겼다. 어린이책 일러스트에 기울인 화가 정성이 바다가 되고 꽃이 되었다. <한겨레신문 01/03/24 정재숙 기자>

"산다는 것은 만남과 이별의 반복이야"

우리가 좋은 소설로 기억하는 것들, 혹은 마음 속 깊이 여운을 맛보며 마지막 장을 넘기게 하는 책들 중에는 작가의 체험을 육화한 것들이 많다. 대만 최고의 작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린하이윈(임해음)의 작품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책도 그의 어린시절 기억을 담은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작가는 소녀 잉쯔가 7세부터 13세까지 북경에서 살며 보고 느낀 세상 이야기를 ‘만남과 이별’이란 주제 속에 담아 낸다. 삶은 끊임없는 만남과 그만큼 많은 이별이 교차하는 것. 작가는 그 만남과 이별을 통해 한 영혼의 성장과정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남자와의 이루지 못한 인연과 그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잃음으로 인해 상처받고 미쳐버린 슈전, 양부모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친엄마를 찾아 나서는 친구 뉴얼, 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도둑이 되는 아저씨, 자기의 아이는 키우지 못하고 남의 집 유모가 된 쑹마의 비극. 잉쯔는 남들은 외면해 버리는 그들의 비극 속으로 걸어들어가 그들의 인생을 들여다 보고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추억이란 부산물을 얻는다.

잉쯔는 추억으로 남은 만남과 이별을 되새김질하며 삶의 모습을 이해해 간다. 그래서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와 영원히 이별하게 됐을 때 잉쯔는 이미 “아버지의 꽃은 지고, 나는 이제 어린애가 아니다”고 담담히 말하게 된다.

짧은 문장으로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도 좋지만, 1920~1930년대 중국 거리 풍경을 묘사한 화가 관웨이싱(관유흥)의 동양화풍 삽화들도 일품이다. 관웨이싱은 이 삽화로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상을 받았다. <조선일보 책마을 01/03/24 김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