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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서유기 1-3

지은이
김정호 엮음/김환영 그림
출판사
창작과비평사
페이지수
256
대상
초등 6
시중에 나와 있는 서유기들의 내용이 흥미 위주로 줄여 놓은 것에 견주어 볼 때 이 책은 좀더 서유기 원본에 충실하게 쓰여졌다. 당나라에서 서역까지 불경을 가지러 가는 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요귀들과 손오공을 비롯한 삼장법사 일행이 벌이는 대결 장면들은 어린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를 준다.

미디어 서평

서양 팬터지도 맥못출 시공 초월 기상천외 모험 상상력의 극치 보는 듯

드넓은 동양 신화에 바탕하고서도 『서유기』(김정호 엮음, 김환영 그림, 창작과비평사, 1994) 는 설화와 다르게 인물의 개성이 무척 도드라진 어엿한 장편소설이다. 아이들에겐 '손오공' 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팬터지 하면 무턱대고 서양 것이 전부인 줄 알고 있지만, 이는 동양 고전에 너무 무심한 데서 비롯한 현상일 뿐이다. 동양 여러 나라는 일정한 문화 유산을 공유한다. 따라서 중국의 기상천외한 팬터지 전통은 우리에게도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서유기』는 스토리와 캐릭터 양면에서 확고한 고전적 지위를 자랑한다. 제목이 말해주듯 이 작품은 서쪽으로 불경을 구하러 가는 기나긴 여행담 형식을 취하고 있다.여든 한 번의 환난을 거치도록 돼 있는 불문(佛門) 의 뜻에 의해, 삼장법사 일행은 천상과 지하, 땅위와 물속을 가리지 않고 온갖 장애를 뚫어야 하는 시련을 겪는다. 여행 도중 요괴들과의 대결을 그린 수많은 일화는 서양의 어느 팬터지도 넘보지 못할 흥미진진한 계책과 변화무쌍한 둔갑술, 신묘한 무기들의 전시장으로서 상상력의 극치를 달린다.

아이들이 『서유기』에 크게 열광하는 것은 사건을 거듭할수록 또렷하게 새겨지는 등장인물의 성격에서 말미암는다. 손오공은 하늘과 땅의 기운을 모아 탄생한 돌원숭이다. 그는 72가지 법술과 근두운법을 익혔고 마음대로 늘였다 줄였다 하는 여의봉을 지녔는데, 천상을 소란케 해서 화를 자초하리 만큼 당돌하기 짝이 없다. 총명하고 용맹스러우나 선악에 대한 분별력이 없고 성질 또한 급해서 철부지 같은 면도 드러난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놀기 좋아하는 성격은 '피노키오' 와 통하는 바가 없지 않다.

저팔계 역시 손오공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여자와 먹을 것 앞에서 늘 맥을 못추고 시험에 걸려들어 일을 꼬이게 만든다. 돼지를 닮은 생김새와 미련한 행동은 미움을 사기보다 끊임없는 웃음과 동정심을 자아낸다. 삼장법사와 사오정도 고비마다 자기 몫을 발휘한다. 이들 가운데 손오공과 저팔계는 도덕률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고 모순적인 요소가 병존하는 생생한 현실감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그런데 손오공이 재주를 부려봤자 결국은 '부처님 손바닥 안' 이었다. 이처럼 장대한 스케일을 가지고 중생제도라는 대승적 관점에 입각해 얄팍한 교훈담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색다른 힘을 전하는 작품이 바로 『서유기』다. 불교의 배경에 도교의 방법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신화적 상징의 보고(寶庫) 이기도 해서 새겨 읽을수록 끝이 없는 너비와 깊이를 경험하게 된다. <중앙일보 행복한 책읽기 01/07/21 원종찬 (아동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