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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객지(황석영 중단편전집 1)

지은이
황석영
출판사
창작과비평사
페이지수
335
대상
고향을 떠나 떠도는 우리네 삶 인간이 지닌 고민은 그 크기나 색깔이 조금 달라보일 뿐 계속되어 왔다. 1990년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고민, 이 사회의 고민은 형태가 조금 달라졌을 뿐 그 이전에도 있었던 고민이었다. 1930년대의 신문 기사 한 편을 보자. "우리 평원공장 49명의 문제가 아닙니다. 평양 노동자 2천3백 명의 생계가 달린 문제입니다. 우리 동무들의 살이 깎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면 내 한몸뚱이 죽는 것은 두렵지 않습니다. 내가 배워서 아는 것 중에 대중을 위해 명예스럽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지식입니다. 나는 사장이 이 앞에 와서 임금 삭감을 취소할 때까지 결코 내려가지 않을 것입니다." 을밀대 아침 산책길에 난데없는 이 여공의 을밀대 지붕 위 고공(?) 투쟁을 보고 어느덧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건의 주인공은 강주룡 씨(30세) 공장에서 단식투쟁 중 경찰에게 끌려나온 어제, 그녀는 자살로써 항거하기로 마음 먹고 무명 한 필을 사서 을밀대로 올라왔다. (중간 생략) 강주룡 씨는 평북 강계 출신으로 14세 때 간도로 이주했다가 그곳에서 결혼하고 살았으나 남편이 독립군 활동 중 병사해 시집으로 돌아왔다. 이후 평양으로 와 최근까지 5년 동안 고무공장 직공을 하며 부모와 동생들을 먹여살리고 있다 (아래 생략) 생존을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자본가들이 공장을 세우고,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헐값에 사기 시작한 때부터 계속 있어온 것이다. 공장 노동자만이 아니라 부두에서 날품팔이를 하던 인부들도 총파업을 하며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싸웠다. 해방이 되고, 전쟁을 겪은 우리 나라는 1960년대 들어서 산업화, 근대화를 외치기 시작했다. 많은 공장이 세워지고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고향을 떠나 객지로 떠돌았다. 곳곳에 이런 저런 공사판이 서고, 고향 떠난 사람들은 그곳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일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계나 윤택한 삶보다는 더 많은 이윤이 목표가 되었던 시대였다. 눌리면 눌릴수록, 밟히면 밟힐수록 사람들은 더 저항한다. 그렇지 않다면 인간의 역사는 늘 제자리일 것이다. 힘들게 일하고도 제 대우를 못받는 사람들의 분노는 70년대 들어 엄청난 기세로 불타올랐다. 1970년에는 평화시장의 노동자 전태일이 자기 몸을 불사르며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외쳤다. 이런 사회상을 반영하는 한 편의 소설이 1971년 <창작과 비평> 봄호에 실려 세상에 선보였다. 고향을 떠나 공사판을 전전하는 사람들의 삶을 그린 황석영의 [객지]였다. 산업화 시대의 어두운 면과 그 속에서 깨어나고 있는 노동자들을 그려낸 소설이다. 전태일이 70년대의 노동운동의 물꼬를 텄다면 <객지>는 70년대 노동문학의 물꼬를 튼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 서해안의 간척공사장, 노동 조건에 불만을 품고 들고 일어났던 인부들이 쫓겨나 살벌한 분위기 속에 새 인부 몇 사람이 들어온다. 그중 만만치 않은 모습의 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이동혁이다. 군대를 제대하고, 갈 곳도 없고, 기술도 없는 처지라 흐르고 흘러 이 간척공사장까지 들어온 것이다. 이 공사장은 날품팔이 노동자(일용 노동자)들을 최대한 부려먹으며, 최대한 적은 임금을 주고 있다. 싼 공사비로 공사를 받아왔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임금을 덜 주는 것으로 회사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게다가 갖가지 비리로 그나마 노동자들에게 가야할 몫을 떼먹는 곳이다. 한 예로 회사와 노동자의 중개역인 서기는 그곳 매점을 경영하여 돈을 벌 뿐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일당으로 주는 전표를 미리 사는 수법으로 자기 배를 채운다. 원래 하루 150원인 임금은 130원만 지금되는데, 그것을 서기가 110원에 사들이는 것이다. 당장 현금이 없는 노동자들은 그렇게 손해를 보면서도 전표와 현금을 바꾼다. 노동자들은 힘겨운 노동에 지치고, 늘 언제 어디서 일어날 지 모를 사고의 위협을 받고 있다. 목씨라는 인부는 일하다가 다리를 다치지만 조합이 없어 산재를 받을 수도 없다. 이런 가운데, 대위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을 중심으로 노동 쟁의를 일으킨 준비를 한다. 대위는 각 함바를 찾아다니며 서명을 받는 등 쟁의를 이끌어간다. 대위가 다소 다혈질의 성격으로 감정적으로 일을 추진하는데 비해 동혁은 일을 일으킬 시기며, 방법 등을 냉정하게 계산하는 치밀한 성격이다. 웃개일(잔업)을 통해 주머니를 불리고, 국회의원이 방문하는 때를 잡아 쟁의를 일으키자고 하는 등 일에 앞서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동혁이 뭔가 계기가 있어야 사람들의 분노가 폭발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던 중 벙어리 오가가 감독조원 한 사람을 패는 사건이 일어난다. 다시 감독조원들이 몰려와 오가를 흠씬 두들겨 패고 노동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분노한다. 노동자들은 사무실에 몰려가 자신들의 요구를 전한다. 노임을 법정 임금에 맞게 줄 것, 노동 시간을 지킬 것, 감독조를 해산할 것 등을 요구한다.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소장은 소장대로 여러가지 대책을 마련한다. 쟁의에서 빠진 사람들을 매수하는 한편 경찰을 부른다. 경찰은 국회에서 답사를 오는 것 때문에 섣불리 나서지는 못한다. 동혁은 함바가 사방으로 뚫려 있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함바 뒤의 산으로 올라가자고 한다. 더운 여름 볕이 내려 쬐는 산 위에서 동혁과 다친 대위 등 노동자들은 스피커를 통해 요구 조건을 들어주겠다는 소장의 말과, 농성을 빨리 중지하라는 경찰의 말을 듣는다. 또 멀리 동료 인부들이 달리진 조건에서 일하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농성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동요하기 시작한다. 환자들을 데리고 내려온 고참 인부들은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소장의 각서를 받아 들고 산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회사측의 속셈은 달랐다. 요구를 들어주는 체하며 주동자들을 경찰에 끌고 가 협박한 뒤 쫓아낼 심산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산 위의 노동자들은 모두 일이 제대로 되었다고 생각하며 산을 내려가겠다고 말한다. 산에 혼자 남은 동혁은 내려가는 동료들을 보며 우연히 발에 채인 남포를 주워든다. 심지가 밖으로 가도록 물어본 뒤 그는 알 수 없는 강렬한 희망이 솟아오르는 걸 느낀다. <소설을 통해 읽는 그 시대> <객지>라는 제목에서 우리는 편안함과 친근함 대신 낯설음, 두려움 같은 감정을 느낀다. 고향이 아닌 낯선 땅을 떠돈다면 우리 모두 그런 감정을 느낄 것이다. 이 소설이 나온 것은 1971년이다. 60년대 이른바 제3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정부는 근대화와 산업화를 내세웠다. 곳곳에 공장이 서고, 공 사판이 벌어졌다. 농촌의 농민들은 도시로 도시로 몰려들어 도시 빈민이 되거나 공장의 노동자가 되었다. 양적인 경제 성장을 추구했기에 노동자들은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임금 뿐 아니라, 노동 조건도 열악했다.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고 공돌이 공순이로 불리기도 했다. 이같은 도시화 속에서 그나마 도시에 자리잡지 못한 사람들은 공사판을 따라다니는 날품팔이(일용 노동자)가 되었다. 이 글의 무대가 되는 곳은 서해안 간척 공사장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향을 떠나 이곳 저곳을 떠돌다가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 사람들이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떠도는 사람들이다. 도시의 한 구석에 빈민으로 자리잡지도 못하고 가족마저 흩어진 사람들이다. 이 소설의 노동자들도 하나같이 쓰린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땅뙈기를 팔고 도시로 나왔으나 되는 일 없이 나앉게 되자 집에 불을 질러 감옥까지 갔던 목씨. 그는 공사판에서 일하다 다리를 다쳐 구호 병원으로 떠나가고 만다. 아내와 헤어진 뒤 마을 공사장부터 시작해 이곳저곳 삭막한 공사판을 거쳐 온 '대위'. 그 역시 고향을 잃어버리고 떠도는 사람이다. 동혁은 또 어떤가? 의지할 친척도 없이 숙부를 의지했지만 숙부 역시 고향을 떠나 먼 객지인 브라질로 떠났다. 기술도 없고, 갈 곳도 없는 그는 공사판을 떠돌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에게 공사판은 또다른 고향이 되어주지 못했다. 낯설고 두렵고 자신들을 갉아 먹는 [객지]인 것이다. 이것은 1960년, 70년대 우리 사회의 모습이었다. 농민들이 도시로 모여들어 노동자로 도시 빈민이 되거나 일용 노동자로 전락하던 농민 분해 과정이 이 소설에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우리는 진실한 소설이라면 그 사회의 고민에서 비껴날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거꾸로 말하면 그 사회의 고민을 꿰뚫는 문학이 또한 진실한 문학이다. <저마다 다른 빛깔과 향기> 이 한 편의 중편 소설 속에서도 우리는 많은 사람을 만난다. 남을 못살게 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늘 당하는 사람이 있다. 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약한 사람도 있다. 비굴하게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떳떳한 사람도 있다. 우리 주변을 둘러 보자. 이 세기말을 사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너무나 다양함에 놀랄 것이다.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조차도 다 다른 반응을 보이며 자기 식대로 살아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의 인물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두 부류의 인물군은 소설의 큰 갈등을 이루고 있다. 한 부류는 소장이나 서기, 십장, 감독 등 권력을 갖거나 권력을 가진 편에 빌붙어 남을 내리누르고 괴롭히는 인간형이다. 이 인물들은 그다지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지는 않다. 또 한 부류의 인물은 이들에게 당하는 처지인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이 인물들이 다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반응하지는 않는다. 인부들 중 고참인 장씨는 공사판 생활을 통해 체념과 순응을 배운 사람이다. 그에게는 희망이나 용기도 사라졌다. 그에게 남은 것은 오랜 노가다일로 삭아버린 육신과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다. "단체 행동도 좋네만, 뒷일도 생각해야지." "내 경험상으로 미뤄 봐서....일이 이렇게까지 결정됐는데 더 버틴다면 그만큼 우리 손해요. 어디 노가다판에서 한두 번 봤어야지, 다 뻔한 이치라고." 이렇게 가끔씩 던지는 그의 말은 사려깊음이라 여겨지지 않는다. 어쩌면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물길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되는 지도 모른다. 다혈질적인 대위는 서명을 주도하고 쟁의를 이끌어가는 주도적인 인물이다. 의협심이 강하지만 감정에 치우치기도 하고 치밀한 계획을 짜는 데 부족한 점도 보인다. 억울하게 노가다 일을 하며 살아온 그의 과거가 그를 노동 쟁의에 앞장서게 만들었을 것이다 . 그런 그도 부상을 당해 독산에 누워 있으며 회의를 느낀다. 대위는 지금 굳게 닫힌 철문이나 성벽에 머리를 부딪고 피를 흘리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과 담벽은 어느 곳에서나 요지부동이었던 것이다.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투쟁하는 이동혁은 냉정하게 보일 만치 치밀하고 조리있게 행동한다. 그는 우연히 일어난 몰매 사건을 투쟁의 계기로 삼기도 하고, 파업에 대비해 임금을 모아두도록 하며, 국회의원의 답사일에 맞춰 파업 날짜를 잡는다. 다수의 힘을 하나로 모을 줄 아는 지도자다운 인물이다. 이런 여러 인물을 보며 [홍길동전]의 작가인 허균의 '호민론'을 떠올리게 된다. 허균은 백성들을 세 부류로 나누었다. 무릇 이룩된 것만을 즐거워하면서 항상 눈앞의 이익에 얽매여 그냥 시키는 대로 법을 받들고 윗사람에게 부림을 당하는 사람들은 항민(恒民)이라고 했다. 윗사람의 끝없는 요구로 모조리 빼앗기고는 시름하고 탄식하면서, 입 속으로만 윗사람을 탓하는 사람들은 원민(怨民)이다. 이 항민이나 원민은 지배자들이 결코 두려워할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호민은 다루다. 호민은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다가 때를 만나면 떨쳐 일어나 앞장선다는 것이다. 그러면 항민과 원민도 호민을 따른다는 것이다. <좌절인가 희망인가> 여러 인물을 둘러 보며 우리는 이 소설의 줄기를 이루는 동혁이란 인물에 주목하게 된다. 부상 때문에, 또 회사측의 회유 때문에 모두 산을 내려가지만 동혁은 내려가지 않는다. 그는 회사가 노동자들을 속이고 있음을 안다. 그리고 그것은 올바른 판단이었다. 혼자 독산에 남은 그는 오히려 강렬한 희망을 갖는다. 그는 자기의 결의가 헛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었으며, 거의 텅비어 버린 듯한 마음에 대하여 스스로 놀랐다. 알 수 없는 강렬한 희망이 어디선가 솟아올라 그를 가득 채우는 것 같았다. 동혁으 상대편 사람들과 동료 인부들 모두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꼭 내일이 아니라도 좋다." 라고 그는 혼자서 다짐했다. 이 마지막 장면은 무엇을 의미할까? 동혁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 혼자 산에 남아서 우두커니 있다가 내려올까? 그것은 분명 아니다. 그의 마음 속에서는 어떤 결단이 이루어졌고, 그는 그것을 실천하려고 한다. 작품에 그려져 있지는 않지만 아마도 그는 국회의원들이 답사하러 왔을 때, 요구 조건을 내걸고 시위를 할 것이다. 그의 입에는 남포가 물려져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결의를 알리기 위해 또 노동자들의 잠자는 분노를 일깨우기 위해 그대로 폭발할 지도 모른다. 남포를 들고 그는 동료와 나눈 농담을 기억한 것이다. 동혁은 지금 자기가 실없는 농담을 주고 받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부들 중, 누군가의 희생이 잘 이용되기만 한다면 모두들 필사적으로 쟁의에 가담할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누가 희생을 원할 것인가. 모두들 어떤 자가 대신해 주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기회는 지나가 버릴 것이다. 어쩌면 한 사람의 무모한 죽음으로 끝날 지도 모를 '객지'에서의 사건은 좌절인가 아니면 새로운 희망인가? 우리 스스로 몇 가지의 질문을 던져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전태일의 죽음은 헛된 것이었을까? 숱한 사람들의 희생을 딛고 일어선, 숱한 사람들의 피 위에 세워진 민주주의는 소멸되었는가? 좀더 나은 세상을 원하던 많은 사람들의 외침은 그 때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다 보면 우리는 동혁이 내린 결단을 하찮게 보아서는 안된다는 걸 깨닫는다. 비록 방법론에 반대할 수는 있지만 그의 희생이 가져올 열매마저 부정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우리 마음 속에서 쓸쓸한 의문이 고개를 쳐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것은 아직도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이 세상을 향한 질문이다. <이 시대의 빼어난 작가 황석영> 작가 황석영은 1943년 1월 4일 만주에서 태어났다. 1945년 해방이 되고 귀국하여 평양, 황해도 신천 등에 살다가 1949년 월남했다. 그는 1956년부터 일류학교라 부르는 경북 중고등학교를 다녔으나 일류 학교의 폐쇄적인 분위기가 실어 중퇴하고 여러 곳을 떠돌아 다닌다. 여러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하기도 했고, 절에서 행자승 노릇을 하기도 했다. 1966년 해병대에 자원하여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이런 경험들은 그의 소설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객지] [삼포가는 길] 등이 공사판 인부들의 삶을 다룬 단편들이고 [낙타누깔] [몰개월의 새] 등이 베트남 참전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담은 단편이다. 장편소설 [무기의 그늘]은 베트남전을 다룬 장편 소설이다. 이외 [한씨 연대기] [돼지꿈] [어둠의 자식들] 등 분단의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들, 노동 현장의 사람들, 사회의 어두운 구석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 등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들을 작품으로 형상화하는데 힘썼다. 1974년부터 84년까지 한국일보에 연재된 [장길산]은 그의 작가적 역량을 마음껏 발휘한, 한국 문학사상 빼어난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는 소설 외에 광주 민주화 항쟁의 기록인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펴내기도 했다. 1989년 북한을 방문하고 오랜 해외 생활 끝에 1993 년 귀국했으나 귀국하자마자 구속되었다가 1998년 3월에 출감했다. 그의 인생 역정이 말해주듯 황석영은 우리 사는 사회의 모순을 파헤치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인 작가이다. 작품도 그러했고 삶도 그러했다. 모순이 있는 한, 인간다운 삶을 방해하는 세력이 있는 한 우리 사는 이 세상은 [객지]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 글 처음에 했던 이야기를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시대를 넘어 계속되는 인간의 고민. 아직도 우리 사회는 숱한 고민을 안고 있다. 우리 사회만 지닌 고민은 물론 아니다. 혼자 힘으로 할 수 없고, 한번에 해결될 수도 없다. 어둠 속에서 먼저 일어난 사람은 그 어둠의 실체를 느끼고 그것을 거둬내야할 책임 때문에 괴로워하고, 자기가 갈 길을 선택한다. 그것은 박동혁이 산에서 선택하고 결단한 것처럼 힘겹고 희생을 요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떤 길을 어떻게 가야할 지는 이 세상을 혼자 사는 것임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것이리라. 1971년 황석영이 짐작할 듯 말 듯한 결말을 내었던 [객지]를 보며, 박동혁을 그 길로 가게 한 것이 대체 무엇이었나 다시 질문한다. 내 삶의 보람인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함인가? 아니면 그 둘 다인가? <국어교사/강혜원,계득성 홈페이지 http://soback.kornet.net/~norae> [목차] 1. 입석 부근 2. 탑 3. 돌아온 사람 4. 가화 5. 객지 6. 줄자 7. 아우를 위하여 8. 배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