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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신갈나무 투쟁기

지은이
차윤정, 전승훈
출판사
지성사
페이지수
256
대상
나무에게도 치열한 삶이 있다. 작은 종자 하나가 얼어붙은 땅을 헤집고 싹을 틔우고 잎을 만들고, 줄기를 키우고, 뿌리를 뻗어나간다. 우리 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나무를 주인공으로 해서 숲과 나무의 일생을 보여준다. 무심코 바라보는 숲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생명들의 투쟁이 숲과 나무를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해준다. 미디어 서평 '나의 삶은 투쟁이다' 신갈나무의 외침 나는 벌써 몇 년째 대학원 학생들과 함께 신갈나무의 열매인 도토리에 알을 낳는 거위벌레의 행동과 생태를 연구하고 있다. 주둥이가 거위 목처럼 긴 딱정벌레의 일종인 거위벌레 암컷들은 도토리에 알을 낳은 후 그 도토리가 달려 있는 가지를 입으로 잘라 땅 위에 떨어뜨린다. 그래서 한여름 신갈나무 그늘에는 마치 누군가 톱으로 끊어낸 듯한 가지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작은 딱정벌레에게 자기 몸통만큼이나 굵은 나뭇가지를 자르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건만 그들은 마치 종교의식이라도 치르듯 참으로 경건하게 자른다. 필경 자식을 위해 하는 일이 틀림없을 터이나 왜 그런 수고스런 일을 해야 하는지를 밝히는 작업 역시 여간 수고스런 일이 아니다. 신갈나무를 이용해먹는 동물이 어디 거위벌레뿐이랴. 여름 내내 이파리를 갉아먹는 온갖 초식곤충들로부터 흙 속으로 뚫고 들어가 어린 뿌리를 파먹는 땅강아지까지 실로 엄청나게 다양한 곤충들이 신갈나무에 빌붙어 산다. 햇빛을 받아먹기 위해 얼마 안되는 숲 속의 공간을 두고 다른 식물들과 자리다툼을 벌여야 하는가 하면 조금 살만하다 싶으면 이 같은 곤충들의 공격을 이겨내야 한다. 그래서 신갈나무의 삶은 차라리 투쟁이다. 이같은 ‘신갈나무 투쟁기’(지성사)를 나무를 연구하고 보호하는 우리 학자 두 사람이 마치 옛날얘기처럼 구수하게 들려준다. 재미로 보나 학문적인 수준으로 보나 손색이 없는 알이 꽉 찬 책이다. 신갈나무의 투쟁사와 함께 온갖 숲속 동식물들이 사는 모습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지금 우리 인류는 전례 없는 환경위기를 겪고 있다. 이제 환경문제는 더 이상 물러설 자리조차 없는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 수 만 년 또는 수억년에 걸쳐 진화한 종들이 그야말로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다. 지구의 역사에서 적어도 다섯 번에 걸쳐 벌어졌던 대절멸사건들과 비교하여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제6의 대절멸사건’이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바로 지구 생태계를 떠받치고 있는 나무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돌아오는 수요일은 식목일이다. 그러나 농림부는 올해부터 나무심기 기간을 예년보다 20일이나 앞당긴 3월 1일부터 시작했다. 최근 지구온난화현상에 따라 겨울철 평균 기온이 오르며 겨우내 얼었던 땅도 일찍 녹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1960년대 이래 줄곧 퍽 많은 나무들을 심어왔다. 그러나 나무는 심는 것 못지 않게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신갈나무 투쟁기’로 정성스레 심은 내 나무가 걸어갈 삶의 역정을 미리 짚어보자. 자식의 앞날을 염려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동아일보 00/4/1 최재천 (서울대교수·생물학)> 인생살이 만큼 고달픈 나무의 생로병사 '제일 먼저 뿌리가 껍질의 틈을 비집고 조심스레 생의 첫 무대, 흙속으로 뻗어나온다. 어찌나 기운이 센지 흙 부스러기가 들썩거린다. 그러나 조직은 연하디 연해 보인다···.' 신생아가 첫 울음을 터뜨리는 것처럼 나무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다. '산천은 의구(依舊)하다'는 자연관 때문에 사람이 그 생로병사에 무딘 것일 뿐…. 고작 100년도 못 채우는 사람살이를 두고도 '책으로 쓰면 몇 권'이라고 하는데 수백년 세월을 견디는 나무는 어떨 것인가. 이 책 [신갈나무 투쟁기]는 나무의 전기다. 주인공은 신갈나무지만 그만의 얘기는 아니다. 부부 산림학자인 저자들이 대학시절 이래 10여년간 눈과 발로 더듬은 한반도 숲의 생태 이야기를 신갈나무 주연의 드라마로 펼친다. 왜 신갈나무인가? 한국인들의 전통적인 소나무 숭배로 인한 차별이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한반도의 우점종이 되었을 나무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신갈나무를 말하기 위해 먼저 '참나무는 없다'라는 선언으로 시작한다. 도토리열매가 맺히는 나무, 좋은 목재를 낳는 참나무의 제대로 된 이름이 신갈나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의인화기법은 '식물생태학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시큰둥해하는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나(식물)도 당신들 인간 만큼이나 고달픈 삶을 산다'는 식물쪽의 항변을 실감나게 전하는 효과도 크다. 자식(종자)을 살리기 위해 모질게 쫓아보내야 하는 신갈나무 어미의 사연만 해도 그렇다. 어미의 그늘 아래에서 이로울 게 하나도 없는 것이 나무의 숙명. 식물의 어미들은 신갈나무처럼 자식을 도토리열매로 멀리 굴려 보내든가 민들레처럼 날개를 달아준다. 봉숭아처럼 터져서 튀어나가게 하거나 줄딸기처림 짐승에게 먹혀 배설물로 운반되도록 하는 것도 있다. 그리하여 식물의 어미자식은 사람보다 더 멀리 헤어져 산다. 저자들은 신갈나무의 한살이를 풀어가며 '식물의 체온조절' '나이테' '곰팡이와의 공생' 등을 별도의 상자글로 소개한다. 사진자료도 풍성해 다이제스트판 식물도감으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신갈나무 투쟁기]의 진정한 가치는우리 주변의 식물들을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체감하게 해준 데 있다. 마침내 천수를 다하고 쓰러지는 나무. '신갈나무에게 진정한 휴식은 이제부터다. 어미 몸에서 떨어져 나온 순간부터 한순간도 생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숨쉬는 것에서 양분을 모으고 물기를 가두고 양식을 만들고 잎을 피우고 잎을 떨어뜨리고 눈을 만들고 꽃을 피우고 얼매를 만들고…. 살고 있는 동안은 잠시도 부지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읽고난 사람들은 이제 늙어쓰러진 한그루 나무앞에서 정녕 경건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아일보 책의 향기 99/9/11 정은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