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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아칸소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지은이
마야 엔젤로
출판사
사회평론
페이지수
335
대상
7살부터 16살까지 지은이의 성장과정을 쓴 성장소설이다. 부모를 떠나 잡화점을 경영하는 할머니 밑에서 보낸 어린 시절, 그리고 흑인이기 때문에 겪는 인종차별, 성폭행으로 오랫동안 자의식에 빠져 있던 주인공의 배경과 심리가 잘 드러나 있다. 미디어 서평 삶에 눈떠가는 성장기의 고통과 엄숙함 인생의 모든 일들이 두렵고 신기하게 느껴지던 시절의 우리들. 주변 만사가 이제는 더이상 아무런 자극도 줄 수 없는 성년에 이르러 그시절을 돌이켜보면 지나간 그 시절이 애잔하고 아늑해진다. 이른바 성장소설은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법한 성장기의 추억을 반추하며 지금의 나를 새롭게 충전시키는 매력이 있다. 최근 나란히 선을 보인 국내외 작가의 성장소설은 어른이 된다는 것, 삶에 눈떠가는 일의 엄숙함과 그 고통을 잘 그려낸 작품들이다. 흑인-여성-빈민이라는 삼중고에 노출된 여자아이의 성장기를 그린 미국작가 마야 앤젤로(Maya Angelou·71)의 '아칸소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와 재기 넘치는 문장으로 대관령 아랫동네 시골 소년의 성장기를 따라간 이순원씨(42)의 '19세'가 그것이다. '아칸소는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는 한 흑인 여자아이가 4∼16세에 겪는 인종차별과 성폭행, 성장의 고통 등을 미국사회의 명암과 연계시켜 핍진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클린턴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자작 축시를 낭송할 정도로 미국의 유명인사가 된 마야 앤젤로는 극작가-배우-가수-시인-교수는 물론 활발한 인권운동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전방위 슈퍼우먼.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꾸밈없이 소설로 펼쳐내면서 미국 출판사상 3년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해 최장기 베스트셀러를 구가한 이 작품은 놀라울 정도의 솔직함으로 혹인여성으로서 당당하게 미국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부모의 이혼, 흑백갈등과 가난, 7세 때 당한 성폭행과 실어증, 16세의 나이에 미혼모가 되는 상황들이 전개된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생에 대한 깊은 연민과 성장기 소녀가 이중삼중으로 겪어야 하는 사회적 폭력을 담아냄으로써 미국사회에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원제(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새장에 갇힌 새가 노래하는 이유를 나는 안다)와는 전혀 동떨어진 한국어판 이 소설의 제목은 원작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치명적인 아쉬움으로 남는다.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한 국내 작가 이순원씨(42)의 장편 '19세'는 마야의 작품과는 달리 경쾌하고 흥미롭게 읽히는 성장소설이다. 대관령 아랫동네에 사는 이정수라는 아이가 중학교 1학년이 된 열세살부터 시작되는 이 작품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전개하면서 어른이 되는 일에 대한 소년의 갈망을 풀어나가고 있다. 수업시간에 문교부장관 이름을 '검정 필'이라고 확신에 찬 대답을 한 뒤 두고두고 놀림을 당하는 당돌하고 맹랑한 이 소년은 성기에서 거웃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고 대경실색하기도 하고 친구의 누나에게서 연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학교라는 곳, 공부라는 것에 대해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 소년은 결국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부모에게 대관령에서 농사를 짓겠다는 고집을 관철시킨 뒤 고랭지배추농사를 한해동안 짓는다. 하지만 결국 그런 용기가 '어른놀이'에 불과했음을 스스로 깨달으면서 학교로 돌아가고 소년의 나이는 어느덧 19세에 이른다. 대부분의 '註(주)'라는 게 '현학적인 참고문헌 과시용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지적한 작가는 이례적으로 소설에다 '주'를 붙여 에피소드의 이면을 해학적으로 보층함으로써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세계일보 문화 99/06/28 조용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