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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밥이 끓는 시간

지은이
박상률
출판사
사계절
페이지수
280
대상
계속되는 불행 앞에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순지의 이야기다. IMF로 인한 아버지의 실직, 엄마의 교통사고와 자살. 새엄마는 동생 순달을 낳고 하루만에 도망쳐버린다. 할머니마저 돌아가시고 외삼촌의 사기로 있던 돈마저 다 잃어버리지만 ‘밥이 끓는 냄새가 나지 않는 집은 죽은 집입니다’라는 생각으로 순지는 돌아온 아버지를 위해 묵묵히 밥을 짓는다. 미디어 서평 난 아직 어리지만 이 삶을 견뎌낼거야 "밥이 끓는 냄새가 나지 않는 집은 죽은 집이다. " 그러나 밥이 끓고는 있어도 거기서 사람의 향기가 나지 않는다면 그 삶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청소년용 저작이 절대 부족한 우리 출판계에서 '1318 문고' 를 펴내온 사계절출판사의 신간 『밥이 끓는 시간』은 한 중학생 소녀가 불행한 가족사를 딛는 모습을 보여주는 리얼리즘 계열의 장편소설이다. 저자 박상률씨는 같은 출판사의 시리즈로 이미 『봄바람』 『나는 아름답다』를 펴내 10대 세대 문학계에서 활동해온 작가다. 틴틴세대.1318세대로 불리는 중.고생들에게 명랑소설이나 순정소설류와 다른 방식의 작품을 선보여온 그의 이번 작품도 일상적 삶의 진실을 확인시켜 준다. 가볍게 튀는 것이 유행인 요즘 세대의 입맛과 얼핏 보면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만만치 않은 호소력도 인정되는 작품이다. 즉 『밥이 끓는 시간』은 아무리 요즘 젊은 세대라 할지라도 세상살이의 신산(辛酸) 함을 눈치채고 있다는 전제 아래 '삶의 그늘' 쪽을 탐색하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탐색이 공연히 무거운 것만은 아니다. 작품에 묘사된 주인공 순지의 삶이 우여곡절의 연속이다. 처음부터 순지의 삶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아빠는 가구공장에서 일했고 엄마는 살뜰한 보통주부였다. 아버지 직장의 부도 이후 낀 먹구름은 파출부 일을 하러 나간 엄마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는 액운으로 연결된다. 술을 입에도 못대던 아버지는 어느날부터 알콜 중독에 폭력남편으로 돌변한다. 말수가 부쩍 줄어든 엄마는 어느날 입원했던 병원의 옥상에서 떨어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엄마의 한줌 재를 강물에 뿌리던 순지는 눈물을 흘릴 여유도 없이 네살배기 동생을 보살필 수밖에 없게 된다. 엄마가 했던 것처럼 밥이 끓는 동안 반찬을 만드는 것은 순지의 몫이다. 이 소설은 재혼 뒤 소식이 끊긴 아빠가 어느날 남루한 모습으로 돌아오자 아빠 몫의 쌀까지 보태 밥을 짓는 순지에 대한 묘사로 끝을 맺는다. 자, 10대 독자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까? 작가의 들뜨지 않은 정서와 안정된 문장의 운용에 힘입어 어렵지않게 책장을 넘길 것은 일단 분명하다. 간접체험의 효과도 적지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권정생씨의 소설 『몽실언니』의 '서울 2001년 버전' 이라서 함께 읽어도 도움이 될 듯싶다. <중앙일보 행복한 책읽기 01/8/18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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