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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압록강은 흐른다(상, 하)

지은이
이미륵
출판사
다림
페이지수
199
대상
1899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이미륵이 1920년 독일로 유학을 간 후 1946년에 독일에서 발표한 책으로 부유한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행복하게 지낸 유년시절을 그린 자전적 소설이다. 문체가 간결하며 주변 환경설명이 잘 되어있고 어린아이들의 마음이 솔직하게 드러나 있어서 90년전 이야기인데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미디어 서평 조락해가던 조국에 대한 짠한 그리움 구한말의 분위기가 남아있던 근대 초입의 사회 분위기를 그 중 아름답게 묘사한 문학 작품으로 '압록강은 흐른다' 이상 가는 것은 사실 드물다. 조락(凋落)해가는 한 시대의 잔영이 그토록 인상적으로, 그리고 품격 높게 포착했기 때문이다. 본래 독일어로 발표됐던 작품을 1950년대 전혜린이 번역해 유명했던 작품이 개역(改譯)과 풍부한 삽화를 업고 다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계절의 순서는?" 누나 물음에 내가 대답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봄은 어떤 아름다움을 가져다 주지?" 누나가 가르쳐준 문장을 나는 반복해서 외워야 했다. "산에는 꽃이 피고, 계곡에서는 뻐국새가 운다." "그럼 여름은?" "들에는 가랑비가 내리고, 담장엔 푸른 버를잎이 무성하다." "가을은?" "들에는 바람이 속삭이고, 달은 고독한 뜰을 비친다."(49쪽) 이 대목은 서당에 다니지 않는 세째 누나와 작중 화자(話者) 인 꼬마 사이의 대화다. 다소 비현실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아름답고 1900년대 초반 당시의 시골 풍광이 선연하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3.1운동 직후 독일로 망명했던 작가 이미륵이 독일 땅에서 고국을 그리며 술회한 작품이 '압록강...'이니까. 이번 개역은 어른은 물론 어린이들까지 함께 볼 수 있도록 손을 본 것이다. 윤문영씨가 섬세한 선묘(線描) 위에 가벼운 수채물감으로 처리한 삽화가 당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재생하고 있다. <중앙일보 00/12/4 조우석 기자> 압록강은 지금도 말이 없다 추억과 눈물을 모두 머금고... ‘압록강은 흐른다’는 이미 사람의 입에 오를 만큼 올랐던 책이다. 비록 독일에서 독일어로 발표되긴 했지만 초판이 나온 것은 반세기도 전인 1946년이었으며, 전혜린에 의해 국내에 번역 소개된 것도 까마득한 지난 59년의 일이다. 이후 올 7월 범우사 문고본이 다시 나올 때가지 수 차례 재출간이 이뤄졌다. 그런데 이미륵 박사 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성신여대 정규화 교수가 또 다시 이 책을 번역했다. 이번에는 어린이용으로 만들어 적지않은 그림을 넣었다. 독일 중학교 교과서에까지 실렸던 소설이니 아이들이라고 읽지 못할 것 없긴 하다. 하지만 가뭇없이 사라지는 수많은 소설들 속에서 이 책은 어쩜 그토록 끈질기게 살아남았으며 또 내용의 가감없이도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읽히게 됐을까. ‘압록강은 흐른다’는 어린시절을 담은 한 장의 흑백사진으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았기에 비록 빛 바래고 구겨져도 버리지 못하는 흑백사진으로. 저자는 1899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났다. 책은 그가 해주에서 보낸 어린시절에서 시작해 3·1운동 이후 압록강을 건너 독일에 망명유학하는 것으로 끝난다. 임금님이 나라를 다스리던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그의 어린시절 이야기는 이 책의 압권이다. 거미줄 잠자리채를 만들어 사촌형 수암과 함께 들과 산으로 뛰던 일, 꿀단지를 파먹다 벌받고, 연을 만든다며 귀한 한지를 마구 자르다 훈장선생님에게 회초리를 맞던 일, 아버지와 얼떨결에 겸상해 술까지 마신 이야기…. 엄하지만 따뜻한 아버지와 투박한 몸매 속에 모성을 숨긴 어머니가 있고, 얄밉지만 은근한 누나와 주먹다짐하며 우정을 쌓은 동무가 있는 옛 시골 마을 인심에 홀딱 반하면 100년 시공도 훌쩍 뛰어넘어 책 속으로 빠지고 만다. 미륵은 3·1운동에 가담했다가 신변의 위협을 느껴 압록강을 건넌다. 그가 떠나던 날 어머니는 말한다. “네가 돌아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겠다. 세월은 빨리 가느니라. 비록 우리가 다시 만나지 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너무 서러워 마라. 너는 나에게 정말 많은 기쁨을 주었다. 자 얘야! 이젠 네 길을 가거라!” 이역만리 떨어진 아들의 꿈 속에 나타나 “다시 이 에미에게로 돌아왔구나”하며 활짝 웃던 어머니는 그러나 현실에선 아들이 떠난 그 가을을 넘기지 못하고 서둘러 숨을 거뒀다. 그토록 유장하게 이어지던 소설도 담담한 슬픔으로 끝을 맺는다. “먼 고향에서 전해온 소식을 받았다. 큰 누님이 쓴 편지였다. 지난 가을에 어머님이 며칠동안 앓으시다가 세상을 떠나셨다는 사연이었다.” 미륵과 어머니를 갈라놓은 그 강은 지금도 말없이 흐른다. 내 어머니와 나 사이에도 미륵의 압록강이 흐른다. 기쁨과 슬픔, 추억과 눈물을 모두 담고서. <조선일보 00/12/2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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