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선택 > 이럴 땐 이런 책 > 독서치료

이럴 땐 이런 책

* 부모님의 희생과 걱정 - 오살댁 일기3


오살댁 일기・3

닷새 동안 품앗이하다 몸살져 누운
오살댁
공판장에서 허리 다쳐 들어온
오살양반에게 아랫목 내주고
몸빼 줏어 입으며 일어납니다
보일러 놓을 돈 보내준 것으로
올 한 해 효도를 끝냈던 터라
어김없이 전화통은 울리지 않고
민수 서울 가던 날
오살댁 인자 고생 다 혔구만
오살양반은 고생 끝났당께
동네 사람들 부러워서 던지던 말
귓가에서 쟁쟁거립니다
오살댁
서울쪽 한번 흘끔 쳐다보더니
오살양반 들릴락말락하게
한마디합니다
…… 오살헐 놈





*  출처: 『시인과 사회』, 1995, 봄 

* 유종화(1958~ ): 전북 김제 출생, 시집 『감꽃』, 『개망초꽃』 

도움말

둘러보면 내게 소중한 분들이 너무 많다
모든 힘을 쏟아 부어 일한 돈으로 자식들 공부시키고, 살기 좋다는 ‘서울’로 보내 놓으니, 자식은 ‘보일러 놓을 돈 보내준 것’으로 효도를 다 한 것처럼 생각한다. 그 흔한 전화 한 통 하지 않는다. ‘품앗이하다 몸살져 누운’ 어머니는 ‘공판장에서 허리 다쳐 들어온’ 아버지에게 아랫목을 내어주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겉으로 자식을 원망하지 않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들릴락말락하게/한마디합니다/……오살헐 놈’. 그러나 그 ‘오살헐 놈’도 원망이라기보다는 애정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부모님의 자식을 위한 희생과 자식에 대한 걱정   

* 관련 내용
남도 신세타령에 “지게 지고 넘는 마흔살 고개” 라는 대목이 있다. 마흔 살이면 자식들이 장정이 될 나이인데도 지게를 져야 하는 처량한 신세라는 뜻이다. 따라서 아버지로 하여금 40세 넘도록 지게를 지우면 불효자식으로 낙인찍히게 마련이었다. 병들어 지게도 질 수 없는 아버지를 부양하지 않는 두 아들이 고발돼 불효 재판을 받고 부양의무 이행을 판결 받았다. 아버지로부터 아무런 경제적 도움을 받지 않았기에 부양하지 못하겠다는 이기적 이유는 법의 철퇴를 맞은 것이 다.


전통 지방자치 제도가 향약이다. 이이의 해주향약에는 처벌받을 불효 자식의 범위를 다음과 같이 정해 놓았다. 부모 앞에서 안색을 바꾸는 일 ・부모에게 말대꾸하는 일 ・부모보다 잘 먹고 입고 잘 사는 일 ・부모 앞에서 양반 앉음을 하는 일 ・우마를 타고 부모가 계시는 집 앞을 지나가는 일 ・부모 앞에서 개를 꾸짖는 일 등. 이만한 불효 사실도 처벌을 받는데 정도가 심하면 대과악이라 하여 마을에서 추방하는 출향까지 했다.


불효는 무엇보다 민감한 윤상(倫常)문제이기에 향약이 제재하기 이전에 가문에서 처리했다. 문중회의에서 내리는 벌칙을 보면 이렇다. 약한 불효면 걸량이라고 하여 용서를 비는 것으로 그쳤지만, 사당 앞에 사흘동안 세워두는 입정, 그리고 조상의 무덤 앞에서 종아리를 맞는 조상매, 족보에서 삭제시키는 출보를 했다. 가장 혹독한 린치가 도모다. 기둥에 묶어놓고 조선종이에 물을 축여 얼굴에 붙이기를 거듭한다. 그럼 서서히 숨이 막혀 질식사를 한다.


대명률에 보면 부모를 부양하지 않으면 장 1백대를 치고 3천리 밖으로 유형 시켰다. 병든 부모를 내버려두면 세지대변 시랑지폭이라하여 때를 기다리지 않고 참형에 처하고 그 집터를 파내 못을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그 고을의 읍호를 한 등 격하시켰다. 병들어 버려진 부모에게 생활비를 주라는 불효 재판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난다. 그만큼 도덕이 이기주의에 난자되어 피를 쏟고 있는 현대다.

(『조선일보』, 이규태 칼럼, 1998. 1. 21.) 

* 관련 어록 및 어휘
지혜로운 아들은 아비의 기쁨이요 어리석은 아들은 어미의 근심이다. 《구약성서 잠언》 


열 아들을 양육하는 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아버지 한 분마저 봉양하지 않는 열 아들도 있다. 《법구경》 


슬하에 일곱 형제가 있기는 해도/어머니의 마음을 위로 못 하네. (有子七人/莫慰母心 《시경 개풍편(詩經 凱風篇)》) 


부모 속에는 부처가 들어 있고, 자식 속에는 앙칼이 들어 있다. (*부모는 자식을 무한히 사랑하나 자식은 부모에게 불효할 따름이라는 뜻) 《한국》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이 없다. (*자식 많은 어버이는 편할 날이 없다는 뜻) 《한국》 


고량자제(膏梁子弟) : 부귀한 집에 태어나서 고생을 모르는 젊은이 


목본수원(木本水源) : 나무의 밑동과 물의 근원이란 뜻으로, 자식 된 자는 자기 몸의 근원인 부모를 생각해야 함을 이르는 말 

* 생각 거리
1. 늘 자기 생각에만 빠져 나를 위해 애쓴 부모님을 잊고 있진 않았는지 생각해 보자.
2. 참된 ‘효도’란 어떻게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