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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이런 책

* 글 아는 사람 구실하기 - 절명시(絶命詩)


절명시(絶命詩)

새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린다
무궁화 이 강산은 이미 가고 말았는가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 역사 되새기니
세상에서 글 아는 사람 구실 참으로 어렵구려.

鳥獸哀鳴海嶽嚬
槿花世界已沈淪
秋燈掩卷懷千古
難作人間識字人




* 황현(1855~1910): 조선 고종 때의 학자, 『매천집』, 『매천야록』

* 도움말
한 개인에게 나라란 도대체 무엇인가. 어떤 사람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기도 하는데 어떤 사람은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끊기도 한다. 어쩌면 일순간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이러한 개인의 행동이 역사적 의미를 띨 경우가 있다. 매천 황현은 구한말의 대표적 지식인으로 『매천야록』을 통해 망해가는 조선의 운명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그런데 매천은 한일합방이 되자 글 아는 선비(지식인) 구실을 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렸다. 이처럼 매천은 자신이 아는 지식과 신념을 그의 행동에 일치시킨 우국지사이다. 우리는 어떤가. 자신이 한 말, 자기가 쓴 글을 책임질 수 있는가. 언행이 제대로 일치된 적은 있는가. 헛된 말과 글이 횡행하는 이 시대에 매천이 다시 생각난다.

* 관련 내용
지조란 것은 순일(純一)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요, 눈물겨운 정성이며, 냉철한 확집(確執)이요, 고귀한 투쟁이기까지 하다. 지조가 교양인의 위의(威儀)를 위하여 얼마나 값지고, 그것이 국민의 교화에 미치는 힘이 얼마나 크며, 따라서 지조를 지키기 위한 괴로움이 얼마나 가혹한가를 헤아리는 사람들은 한 나라의 지도자를 평가하는 그 기준으로서 먼저 그 지조의 강도를 살피려 한다. 지조를 지키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자기의 신념에 어긋날 때면 목숨을 걸어 항거하여 타협하지 않고 부정과 권력 앞에는 최저의 생활, 최악의 곤욕을 무릎쓸 각오가 없으면 섣불리 지조를 입에 담아서는 안된다. 정신의 자존(自尊), 자시(自恃)를 위해서는 자학(自虐)과도 같은 생활을 견디는 힘이 없이는 지조는 지켜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조의 매운 향기를 지닌 분들은 심한 고집과 기벽(奇癖)까지도 지녔던 것이다. 신채호 선생은 망명생활 중 추운 겨울에 세수를 하는데 꽂꽂이 앉아서 두 손으로 물을 움켜다 얼굴을 씻기 때문에 찬물이 모두 소매 속으로 흘러들어갔다고 한다. 어떤 제자가 그 까닭을 물으매, 내 동서남북 어느 곳에도 머리 숙일 곳이 없기 때문이라 했다는 일화가 있다.
(조지훈, 『지조론』)

* 관련 어록 및 어휘 
엄동설한이 되어야 소나무와 전나무의 절개를 알 수 있다. *子曰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 《논어》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 다 보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는다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이정보》 


빠른 바람에 굳센 풀을 안다. (*굳은 절개는 시련을 겪고 나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말) 《한국》 


만고청절(萬古淸節) : 만고에 빛나는 맑은 절개. 
세한고절(歲寒高節) : 연말 대한(大寒) 무렵의 추운 때도 변치 않는 굳은 절개. 
봉기불탁속(鳳飢不啄粟) : 봉은 굶주려도 좁쌀을 쪼지 않는다는 뜻으로, 굳은 절개를 말함 
견리사의(見利思義) : 이익 되는 것을 보면 먼저 의리에 합당한가를 생각해야 함

* 생각 거리
1. 나는 내가 한 말에 항상 일치되는 행동을 하고 있는가?
2. 어려운 시기에 한 애국지사들의 행동을 역사책에서 찾아보고 만약 내가 그 상황에 처해 있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