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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이런 책

* 홀로 된 지극한 투쟁 - 독(毒)을 차고


독(毒)을 차고



내 가슴에 독(毒)을 찬 지 오래로다
아직 아무도 해한 일 없는 새로 뽑은 독
벗은 그 무서운 독(毒) 그만 흩어 버리라 한다
나는 그 독(毒)이 선뜻 벗도 해할지 모른다 위협하고

독(毒) 안차고 살아도 머지 않아 너 나마저 가 버리면
억만 세대가 그 뒤로 잠자코 흘러가고
나중에 땅덩이 모지라져 모래알이 될 것임을
‘허무한디!’ 독(毒)은 차서 무엇하느냐고?

아! 내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 않고 보낸
어느 하루가 있었던가 ‘허무한디!’ 허나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냥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
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기우고 할퀴우라 내 맡긴 신세임을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막음날 내 외로운 혼 건지기 위하여




* 출처: 『영량시선』, 정음사, 1949

* 김영랑(1903~1950): 전남 강진 출생, 시집 『영랑시집』

* 도움말
이 시는 자신과의 싸움, 세상과의 싸움에서 자신을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를 노래한 시다. 독(毒)은 남을 해하기 위한 독이 아니라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독이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우선 단단한 정신과 의지가 필요한 것이다. 자신의 단단한 정신과 굳은 의지가 본의 아니게 남을 해하게 될 지라도 독을 버리지 않겠다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시적 자아의 의지가 그만큼 굳건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와 결부시켜 ‘독’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 관련 내용
베토벤은 30세 때 이미 예술에 있어서의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으며, 그의 창작의 위력은 그 누구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때 그 무엇보다도 불가항력의 결정적인 운명에 휩쓸리게 되었으니 그것은 그의 청각의 장애였다. 그는 전력을 다해 의사와 상의하여 전원에서 정신을 진정시켜도 보았고 광천에서 목욕 치료도 해보았으나 무익한 짓이었다. 이렇게 병마에 시달리게 된 그는 한동안 절망적이었으며 아무리 강인한 성품을 가진 그라 할지라도 자신의 파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당시 무르익은 창작에의 의욕은 귀머거리 병이 심해 갈수록 더 샘솟아 올랐다. 속세의 희열에서 단절되고 창조의 환희만이 그의 것이고 보면 전보다 더 많은 작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음악가에게 가장 필요한 청력, 그러나 청력 없이 20여 년을 많은 작품을 쓰며 살았던 베토벤의 생활성, 그리고 고난과 투쟁의 피눈물 나는 처지는 그가 아니고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렇게 살아 이긴 베토벤의 성품은 한마디로 초인간적이었고 타인간과 비교하여 볼 때 괴벽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괴벽이 아니라 혼탁한 인간 세계에서 순수한 자기를 찾는 태도와 우주의 진리를 탐구하는 연약한 인간 최후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눈을 감아라, 그러면 볼 것이요, 귀를 막아라, 그러면 들을 것이다”는 교훈은 베토벤의 생애와 창작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강렬하게 느끼는 바이다.
(조상현,「음악이 흐르는 언덕」)

* 관련 어록 및 어휘
인생은 투쟁이며, 또 과객이 임시로 쉬는 곳이다.《아우렐리우스》


인생은 투쟁이며, 투쟁은 단도를 의미한다.《키플링》


창조는 투쟁에 의하여 생긴다. 투쟁 없는 곳에 인생은 없다.《비스마르크》


가장 악질적인 악의 유혹 수단의 하나는 투쟁의 요청이다.《카프카》

* 생각 거리
1. 자신과의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2. 세상에 혼자 버려졌다고 느낄 때가 있었던가?
3. 그때 두려움을 극복했던 방법과 자신이 스스로 굳게 다짐한 약속들을 말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