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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이런 책

* 부재, 그리고 한없는 그리움 - 초혼


초혼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않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출처 : 『진달래꽃』, 매문사, 1925 

* 김소월(1902~1935): 평북 곽산 출생, 시집 『진달래꽃』 

* 도움말
사랑하는 대상과 이별한 후에야 그 사람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안다. 그 사랑하는 대상이 아버지, 어머니일 수도 있고 애인일 수도 있다. 이 시에서 시적 화자 또한 부재(不在)하는 대상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살아서의 이별이든, 죽어서의 이별이든 사랑하는 대상이 자기 곁을 떠난 이후에야 그리워하고 슬프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일반적 감정인가. ‘있을 때 잘하자’라는 흔한 말을 실천하기가 이렇게 어려운가. 또한 역설적이지만 부르다가 자신이 죽을 정도로 사랑한 대상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 관련 내용
한국은 “그리움의 나라”다. 한국 사람은 어느 민족보다 ‘그리움’이 강렬한 문화 민족이다. 삶의 보람도 그리움에서 나오고, 슬픔의 달램도 그리움에서 나온다. 지난 날의 시간 속에 아름다운 그리움의 감정을 불어넣은 천재들이 한국 사람이다. 그리움을 버린다고 하면, 한국 사람은 삶을 버리는 것과 같고, 그리움을 벗기면 이 땅 위에서 한국 사람은 없어지는 셈이다. 가난을 달래는 힘도 그리움에서 나오고, 괴로움을 달래는 힘도 그리움에서 나오는 것이다. 살아서도 그립고, 죽어서도 그립다. 슬픈 일이거나 괴로운 일이거나, 즐거운 일이거나 궂은 일이거나 한결같은 리듬으로 맑은 하늘을 우러러보면서, 슬픔에도 애통하지 않고 즐거워도 뛰지 않고 살아가는 밑바닥의 힘이 그리움에 있었던 것이다. 세계 인류문화사에 던질 수 있는 한국의 얼은 이 “그리움”에 있다. (려증동, 『국어교육론』) 

* 관련 어록 및 어휘
사랑이란 우리들의 혼의 가장 순수한 부분이 미지의 것에 향하여 갖는 성스러운 그리움이다. 《G.상드》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그리움을 간직하고 살아간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오화섭 /성실한 만남》 


그리움, 그건 떠나 있어야 더욱 절실해지는 법이다. 《오소백 /단상》 


상사일념(相思一念) : 오직 임 그리는 마음. 
오매불망(寤寐不忘) : 자나 깨나 잊지 못한다는 뜻.

* 생각 거리
1. ‘초혼’의 시적 화자에게 편지를 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