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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추천도서

사과나무밭 달님

지은이
권정생
출판사
창비
페이지수
44
대상
초등1~2

2019 볼로냐 라가치 상 픽션 부문 SPECIAL MENTION 수상!

“자연 풍경과 농촌의 노동을 구체적인 장면들로 그리면서 삶의 풍요와 취약성을 동시에 보여 주는 작품” _심사평


  창비에서 출간한 ‘권정생 문학 그림책’ 시리즈의 세 번째 권 『사과나무밭 달님』(윤미숙 그림)이 2019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 상(픽션 부문 SPECIAL MENTION)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들로부터 “자연 풍경과 농촌의 노동을 구체적인 장면들로 그리면서 삶의 풍요와 취약성을 동시에 보여 주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볼로냐 아동도서전은 세계에서 가장 유서 깊은 어린이책 행사이며 2019년 라가치 상에는 총 43개국에서 1,558 종의 작품을 출품해 경쟁했다. 라가치 상(Ragazzi Award)은 전 세계에서 출간된 어린이책 중 창작성, 교육적 가치, 예술적인 디자인이 뛰어난 책에 수여하는 어린이책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아동출판계의 노벨문학상’으로도 불린다. 픽션과 논픽션을 비롯한 5개 분야에서 5편의 대상(WINNER)과 14편의 우수상(SPECIAL MENTION)을 선정하였다.


  작가의 공력이 돋보이는 창작 그림책을 꾸준히 출간해 온 창비는 『마음의 집』(김희경 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으로 2011년 한국 출판물 최초로 라가치 대상(논픽션 부문)을 받은 데 이어 2013년 『눈』(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지음)으로 또 한 번 라가치 대상(픽션 부문)을 수상했으며, 2019년 『사과나무밭 달님』으로 다시금 영예를 안았다. 2004년 『팥죽 할멈과 호랑이』(조호상 글, 웅진닷컴)로 픽션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는 윤미숙 작가는 이번 수상으로 볼로냐 라가치 상 2관왕을 차지하며 특유의 한국적 화풍으로 명실공히 세계에서 인정받는 작가가 되었다.


세계의 독자와 만나게 된 권정생 문학


  이번 수상은 한국 아동문학의 대표 작가 故 권정생(1937~2007)의 작품으로 해외에서 예술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데에 이전 수상들과는 다른 각별한 의미가 있다. 『사과나무밭 달님』은 1978년에 출간된 권정생의 동화(창비아동문고 5)를 그림책으로 새롭게 만든 작품이다. 권정생은 「강아지똥」과 『몽실 언니』 등 우리 모두가 읽어 온 동화를 비롯하여 동시, 수필을 아우르며 아동문학의 경계를 넘어 삶의 근원을 비추는 작품들을 써냈다. 권정생은 한국 아동문학의 거성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가이지만 그간 그의 작품들이 해외에 소개되고 인정받을 기회는 많지 않았다. 우리에게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나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와 같이 세계 어린이와 함께 울고 웃는 작가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을 가진 독자에게는 아쉬운 대목이었다. 『사과나무밭 달님』의 라가치 상 수상은 이러한 바람을 가진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되어 줄 것이다. 특히 『사과나무밭 달님』은 인간 존중과 삶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권정생의 사상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작품으로 손꼽히는바 이 그림책으로 세계의 독자들에게 권정생의 작품을 소개하게 되어 자부심을 느낀다.


  창비에서는 권정생의 단편동화를 그림책으로 만들어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읽고 감동을 나눌 수 있도록 ‘권정생 문학 그림책’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권정생 문학에 다가가는 문턱을 낮출 뿐더러 하나의 작품이 다양한 형태로 재화되어 독자들에게 더욱 풍부하게 읽히고 이야기되기를 기대한다.


예술적으로 인정받은 우리 고유의 정서와 새롭게 해석된 ‘여성’


  한국적 정서를 현대적으로 표현해 내는 데 탁월한 화가 윤미숙은 이 책에서 특기인 석판화와 콜라주 기법을 사용했다. 독한 화학 용제를 써야 하는 석판화 작업이 작가의 건강을 해친 터라 최근 다른 재료로 그림을 그려 오던 작가는 작품의 질박하고 다정한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다시 석판화를 꺼내 들었다. 단색 한지 위에 기교를 부리지 않은 뭉툭한 선을 올려 글의 정서를 그대로 살려 냈다. 작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디지털 작업은 배제하고 모두 수작업으로 정성껏 완성한 18편의 그림이 감탄을 자아낸다.


  윤미숙 작가는 그림을 그리며 작품 속 어머니 안강댁에 주목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역사를 어머니이자 여성으로서 묵묵히 지나와야 했던 안강댁을 위로하는 마음을 담아 그려 낸 그림들이 더욱 깊은 감동을 전한다. 그림책 『사과나무밭 달님』은 원작이 발표된 지 40여 년 만에 시대의 화두를 담아 ‘여성’의 이야기로 새롭게 해석하여 선보인다는 점에서 또한 의미 깊은 작품이다.


2019 볼로냐 라가치 상 심사평

  심사위원단은 시골 공동체의 일상을 묘사하며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 그림책에 환호했다. 혼합 재료로 표현한 일러스트레이션은 역경, 가난, 질병을 그리는 한편 다정한 자세로 노인에 대한 공경도 함께 드러낸다. 자연 풍경과 농촌의 노동을 구체적인 장면들로 그리면서 삶의 풍요와 취약성을 동시에 보여 주는 작품이다.


  ‘권정생 문학 그림책’ 시리즈의 세 번째 권 『사과나무밭 달님』은 1978년에 출간된 동화집 『사과나무밭 달님』(창비아동문고 5)의 표제작인 「사과나무밭 달님」을 그림책으로 새롭게 펴낸 것이다.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필준이와 어머니 안강댁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그렸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착하게 사는 사람들

 

  필준이 모자는 강가 과수원지기로 가난하게 살고 있다. 필준이 어머니 안강댁은 ‘얼빠진’ 할머니이다. 떨어진 단추도 제대로 꿰매지 못하고, 베개를 업고서 소꿉놀이를 하는가 하면 고기가 먹고 싶다, 장 구경을 가고 싶다 하며 아들을 졸라 댄다. 안강댁의 외아들 필준이는 병든 어머니 때문에 학교도 그만두고 이 집, 저 집에 밥을 얻어먹으러 다녔다. 열두 살 때부터는 머슴살이를 해 왔지만 여태 집 한 칸 마련할 수 없는 신세이다. 필준이는 마흔이 다 되도록 장가도 못 가고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지만 병든 어머니를 탓하거나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지 않는다. 작고 허름한 외딴집에서나마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더없이 행복하다.

필준이는 어머니와 함께 비록 과수원지기지만 이 집에서 살아가는 것이 더없이 행복했습니다.


  마흔 살이 다 되도록 아직 어린애만 같은 자기는 어머니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필준이의 모습에서,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다움과 희망을 이야기한 작가 권정생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사과나무밭 달님』은 전쟁, 가난, 질병과 같은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환하게 빛나는 희망과 기쁨과 아름다움을 말하는 작품이다.


현대사의 비극적인 시간을 지나온 어머니에게 보내는 위로

 

  한국적 정서를 현대적으로 표현해 내는 데 탁월한 화가 윤미숙은 이 책에서 특기인 석판화와 콜라주 기법을 사용했다. 질박한 느낌의 단색 면에 기교를 부리지 않은 뭉툭한 선을 올려 글의 정서를 그대로 살려 내었다. 화가는 특히 어머니 안강댁에 주목하여 작품을 새롭게 해석해 냈다. 안강댁의 남편은 필준이의 첫돌을 앞두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안강댁은 사십 년 동안 소식 없는 남편을 기다리다가 머리가 하얗게 세어 버렸다.


간간이 들리는 소문엔 일본 순사한테 잡혀 옥살이를 하다가 죽었다고도 하고,
나쁜짓을 하다가 깡패들에게 맞아 죽었다고도 했습니다.
어쨌든 필준이가 나이 마흔이 가까운 지금까지 기다려도 오지 않는 걸 보면
죽은 것이 틀림없는 일이었습니다.


  화가는 글로는 표현되지 않아 안강댁이 미처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어 주고자 했다. 그리고 위로하고 다독이고 싶은 마음으로 안강댁의 젊은 시절을 그려 넣었다. 작은 아기를 품에 꼭 안고 있는 안강댁의 표정, 전쟁 통에 아기를 업고서 피란 행렬을 거슬러 가는 안강댁의 모습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무심히 보면 안강댁은 ‘미친 사람’이라 아들에게 ‘나쁜 어미’일 뿐이다. 하지만 이 그림들을 통해 독자들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 이름도 없이 그저 ‘안강댁’이라 불리며 혼자 아이를 건사해야 했던 여성이 겪었을 절절한 사연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낮고 어두운 곳을 비추는 따스한 달빛


  안강댁과 필준이는 저녁을 먹다 말고 일어나 떠오르는 달님을 바라본다. 모자의 얼굴 위로 내리는 환한 달빛은 주름진 얼굴 구석구석을 보듬어 준다. 달빛은 이들의 삶을 아름답게 승화시킨다.

“저건 바로 너희 아버지 얼굴이야. 집을 나간 뒤 한 번도 돌아오지 않는 미운 아버지지만
 그래도 저건 너희 아버지 얼굴이야…….”
안강댁의 눈에, 그리고 필준이의 눈에도 달빛처럼 아름다운 눈물이
 소리 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불쌍하고 소외된 사람이야말로 바로 하느님이라 믿은 권정생의 사상을 작품 속에 오롯이 담기 위해 화가는 노란색을 상징적으로 사용했다. 말갛고 순진한 노란색은 안강댁의 저고리, 사과나무꽃, 달님으로 이어진다. 결국 늙고 병든 안강댁이 희망과 기쁨을 전하는 달님과 같은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사과나무밭 달님」은 오래전에 발표되어 많은 독자에게 감동을 전해 온 동화이다.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써낸 권정생의 작품이 정성스럽게 그린 그림과 어우러져 오늘의 독자에게 더욱 풍부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출판사제공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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