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옆자리에 앉은 친구 김경희로부터 남자아이는

“되게 예쁘다”라는 말을 들었다.

이 황당한 표현을 들은 후 남자아이는 고민에 빠졌다. 

“ 내가 예쁘다고?”, “내가 왜 예쁘다는 거지?”

선생님이 뭘 시켜도, 급식을 먹을 때도, 친구들과 놀 때도 계속 궁금했다.

자기에게 예쁘다고 한 김경희가 혹시 자기를 좋아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봤지만

김경희의 단호했던 모습을 떠올리며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한다.

남자아이는 자기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가만 보니 예쁜 데가 아주 없지는 않다.

어쨌든 “예쁘다”라는 말은 기분 좋은 말이다. 늘 먹던 밥도 맛있고 기분도 좋아졌다.

그러다 문득 예쁜 게 뭘까?라는 궁금증이 찾아왔고 운동을 할 때도 길을 거닐 때도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러고는 노을이 예쁜 것처럼 자신도 예쁘다는 걸 드디어 인정하게 되었다.

다음날 남자아이는 친구와 김경희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김경희가 무엇을 보고 예쁘다고 한 건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자기가 아닌 창밖에 핀 꽃나무를 보고 한 말이었다. 남자아이는 왠지 부끄럽고 슬퍼졌다.

그리고 꽃나무 아래에서 잔뜩 피어 있는 작고 귀여운 분홍 꽃들을 올려다보았다.

꽃이 아주 예뻤다. 어째서인지 슬프고 부끄러운 감정은 없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 순간 남자아이는 예쁜 것을 보면 기분이 좋다는 걸 처음 알았다.

“예쁘다”라는 말은 지극히 일상적이며 수도 없이 하고 수도 없이 듣는 말 중 하나이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예쁘다“라고 말했을 경우 오롯이 ”예쁘다“라는 말이 진공 속에서 울릴 때가 있다.

그리고 그 표현은 남자아이가 경험한 것처럼 특별한 말이 된다.

황인찬 시인은 일상적인 표현에 숨어져 있는 더 큰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시처럼 동화처럼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시처럼 써 내려간 글에 이명애 작가는 글이 주는 감성의 결을 유지하며 디테일함을 구현해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림책을 완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