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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사 글쓰기지도

제목 4. 정성을 들여 쓰기


모든 글이 그러하지만 편지는 특히 정성스레 써야 한다. 글에는 정성과 성의가 담겼는지 그렇지 않은지 금세 알 수 있다. 간결하고 쉬운 말로 진실하게 써야 하며 마주 앉아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전하려고 하는 내용이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쓴다. 정성을 담아 쓴 편지가 상대에게 감동을 줄 것이다. 글나라 글쓰기 마당에 올려 진 글 중에서 하나를 소개한다.


멋있는 6.25 참전용사 증조할아버지께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 증손녀 가현이에요. 제가 기억나시는지 모르겠어요. 지금쯤 할아버지께선 하늘에서 절 보시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저도 할아버지가 잘 보였으면 좋을 텐데.. 며칠 전 눈을 뜨니 저희 가족에겐 암울한 소식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바로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얘길 말이에요. 할아버지께서 연세도 많이 드시고 아프셔서 언젠간 제 곁을 떠날 거라고 생각은 해왔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니 어안이 벙벙했어요. 분명 난 꿈을 꾸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생각해야 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도 했구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제 동생 동규를 많이 찾으셨다는 얘길 들었어요. 막내 어디 있냐고, 보고 싶다고 하셨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났어요. 그 때 한 번 할아버지께 들렀어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했던 제 자신에게 화가 나고 너무 후회가 됐어요. 왜 그땐 아무렇지 않은 듯이 또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그렇게 잊어버렸을까요. 그 때가 할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는 걸 왜 저는 알지 못했을까요. 음식 드시는 것, 말씀 하시는 것 조차 힘겨워 하시던 할아버지 입에서 동규와 저를 찾으셨다는 그 말 한 마디의 힘겨움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 했어요. 동규는 그 때 찾아 뵐 걸 하는 후회와 속상함에 울기도 했어요.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면서요.


할아버지, 많이 쓸쓸 하셨죠? 그 때 저희가 찾아 뵀더라면 그나마 가시는 길은 덜 쓸쓸하셨을 텐데... 제가 할아버지였다면 너무 쓸쓸하고 외로웠을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파요. 할아버지와 제가 못 본지 1년인가 2년이 된 것 같은데. 너무 죄송스러워요. 그때 매일매일 할아버지 병원에 들러야겠다고 다짐했었던 제 모습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예전에 외할머니한테서 할아버지가 6.25참전 용사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6.25전쟁에서 우리나라 지키신다고 많이 힘들고 지치셨을텐데. 더욱 잘해줄걸 이라는 후회가 가슴에 남아 있네요.


지금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어느덧 2주가 되어가요. 지금은 예전에 제가 할아버지 밥도 입에 넣어드리고 손수건으로 입을 닦아주던 모습이 기억나는데 이젠 그럴 수가 없네요. 또 죄송스러운 마음에 할아버지 장례시장에도 미처 찾아가지 못했는데. 많이 외롭고 힘드셨죠? 이제는 맘 편히 하늘에서 푹 쉴 수 있도록 제가 기도할게요. 제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라고 생각되어 더욱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열심히 살게요. 이젠 저에게는 친가 쪽 할아버지밖에 남아 있질 않아요. 저도 가끔 쓸쓸하기도 하지만 지금 옆에 계시는 할아버지한텐 더욱 잘해드리도록 다짐할게요. 다시는 이런 후회를 하며 마음 아프지 않게 말이에요. 이제 할아버지 몫까지 남아계시는 분들께 정말 잘해드려야겠어요. 그 때 한번이라도 찾아뵙지 못한 할아버지께 너무 죄송했다고 말씀드리고 싶고, 다음 생에서는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 사셔야 되요. 저도 여기서 제 몫 열심히 할 테니까 하늘에서 저 지켜봐주시고 제 마음속에서 할아버지를 잊지 않을 거에요. 그동안 할아버지가 있어서 좋고 행복했어요. 할아버지 사랑합니다. 하늘에서 꼭 푹 쉬세요. 저의 할아버지가 되어 주셔서 감사했어요.


-증손녀 가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