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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사 글쓰기지도

제목 아이들이 일기쓰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부모님께 안겨지는 과제 중의 하나가 일기지도이다. 일기는 매일 부과되는 숙제의 성격을 띠고 있어 여간 부담스러운 과제가 아니다. 부담이 큰 만큼 많은 부모님들이 일기지도에 대한 문의를 자주 한다.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방법’이 있는지 궁금해 하는 것이지만 일기쓰기 지도에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 리가 없다. 억지로라도 어떤 방법을 생각해 본다면 학모님들이 학창시절에 겪었던 일기쓰기에 대한 경험을 떠올리는 것이다. 부모님들의 학창시절엔 지금의 아이들보다 일기쓰기가 정형화 되어 있었고 엄격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거짓일기도 많았고, 방학이면 주간, 심하면 월간의 일기를 하루 만에 다 쓰는 경우도 많았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직접 지도하시고 계시는 윤태규 선생님은 일기지도의 문제점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지적하신다.


1) 일기 쓰기와 국어 공부는 다르다.

일기를 쓰다 보면 글자도 익히고 어휘 활용 능력도 늘어나서 국어 공부가 된다. 그렇지만 이것은 일기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지 여기에 목표를 두게 된다면 일기 쓰기 자체에 굉장한 방해가 된다.


2) 길게 써야만 잘 쓴 일기라고 할 수는 없다.

길게 써야만 잘 쓴 일기라고 할 수는 없다. 한두 줄을 써도 하고 싶은 말을 다 썼으면 된다. 길게 쓰라는 이 말이 어마어마한 짐이 되어 어깨를 짓누른다. 도대체 쓸 이야기가 없는데 무얼 어떻게 길게 쓰라는 말인가? 세상에 이렇게 난감한 일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길게 쓰자'가 아니고 '자세히 쓰자'라고 해야 한다.


3) 대신 써 주는 일기

대신 써 주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부모님이 입으로 불러 주면 아이가 받아쓰는 경우도 있고, 다른 종이에 써 준 일기를 보고 베껴 쓰게 하기도 하고, 검사하는 단계에서 부모님이 지우고 다시 쓰게 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른이 대신 써 주기도 하고 한 대목만 써 주는 경우도 있다. 이 모두가 일기를 아이 스스로 쓰기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된다.


4) 반성만 하는 일기는 거짓 글을 만든다.

일기 끝에 반드시 다짐이나 반성을 쓰도록 한다면 그것이 또 하나의 틀이 되어 자유롭게 일깃감을 고르지 못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없는 거짓 글을 쓰게 만든다. 백 번 천 번 착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글을 쓴들 그것이 속마음과 다른 거짓이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5) 숙제로 쓰는 일기

아무리 재미있는 숙제라도 숙제라고 하면 먼저 지겹다는 생각부터 든다. 또 꼭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는다. 아무리 스스로 정한 숙제라도 이런 부담에서 아주 벗어날 수는 없다. 일기를 숙제로 낸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숙제로 쓰는 일기, 이것 또한 일기를 즐겁게 쓰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다.


6) 억지로 강요하는 느낌

일기는 겪은 일을 중심으로 쓰는 사실 기록이다. 아이들 일기를 보면 어떤 날은 있었던 사실을 죽 늘어놓다가도 또 어떤 날은 생각을 많이 쓰기도 한다. 억지로 강요하지 않더라도 생각이나 느낌을 꼭 써야 할 때는 쓴다. 있었던 이야기만 쓰지 말고 생각이나 느낌을 꼭 써라, 그래야만 생각이 넓어지고 마음이 쑥쑥 자란다, 자기 생각을 쓰지 않은 일기는 좋은 일기가 못 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7) 잠자기 전에 쓰는 일기는 부담스럽다.

일기는 하루 일을 반성하는 글이기 때문에 하루 일을 마감하는 밤에 써야 한다는 생각이 또 일기를 못 쓰게 하는 걸림돌이 된다. 저녁밥도 먹고, 숙제도 다 하고, 텔레비전도 실컷 보고 하루 일을 다 마친 후 자기 전에 일기장을 펼치면 잠이 달콤하게 유혹을 한다. 잠에는 장사가 없다고 했다. 자세히 쓰기, 재미있게 쓰기도 모두 잠 앞에서는 그야말로 공염불이 되고 만다.


8) 특별한 일만 쓸 수는 없다.

날마다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는 하루 일에서 특별한 일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기장을 펼쳐 놓고 아무리 생각을 해도 밥 먹고 학교 가서 공부하고‥‥‥ 이런 일들만 떠오른다. 그런데 이런 글을 써서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야단을 맞는다. 특별한 일을 글감으로 잡아 쓰라니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는 생활에서 도대체 쓸거리가 없다. 하루 일 가운데서 특별한 일을 골라서 쓰라고 가르치는 일기 지도가 아이들이 일기쓰기를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 된다(윤태규, 2000. 일기쓰기 어떻게 시작할까).

내용을 잘 살펴보면 대다수의 부모님들이 학창시절에 배웠던 일기쓰기의 내용이 그대로 포함되어 있다. 요즘은 일기지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부모님과 학교의 일기지도의 방법이 많이 변화하였고 평가하는 방법도 다양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선초등학교에 근무하시는 선생님께서 이런 문제들을 지적하신 것을 보면, 아직 많은 부모님들이 학창시절에 경험했던 일기쓰기에 대한 편견으로 자녀를 지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위에서 윤태규 선생님이 지적하는 문제점과 부모님들이 학창시절에 썼던 일기를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일기에 부담을 가지는 이유를 알 수 있으며, 효율적인 일기지도 방법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종정리일 2005년 4월 2일. 이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