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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사 글쓰기지도

제목 ‘항상’, ‘꼭’ 이라는 생각을 없애야 한다.


일기지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고, 지향하는 목적에 따라 상반된 견해를 보이기도 한다.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교육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그러한 접근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점을 고려하여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기도 하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 두 가지의 의견은 상충되어 선택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선 학부모님들이 일기지도에서 가장 고민하는 대목은 아이들이 쓰는 일기에 잘못된 철자나 띄어쓰기를 발견하였을 때 지적을 하여야 할지, 아니면 그대로 두어야 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이다. 국어 학습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일기쓰기를 또 하나의 학습으로 인식해 부담이 가중된다고는 하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모른척하고 지나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나칠 수는 있어도 아이가 틀린 글자를 맞게 쓴 것으로 알고 계속 그렇게 쓰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된다.


다음으로 궁금해 하는 점은 길게 쓰기, 느낌 쓰기, 특별한 일 쓰기,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 쓰기 등이다. 그렇게 지도해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그렇게 일기의 핵심요소를 제외한다면 아이에게 어렵게 일기쓰기를 지도해야 할 이유가 없을 것 같아진다. 그러나 이 문제는 부모님 스스로가 자신도 모르게 ‘꼭’ 이라는 수식어를 의식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길게 쓰기, 느낌 쓰기, 특별한 일 쓰기,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 쓰기 등은 아이에게는 물론 성인도 ‘꼭’ 쓰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일기 쓰기에서 핵심 요소에 해당된다. 이를 통해 한창 자라는 과정에 있는 아이가 얻을 수 있는 교육적 효과는 너무도 클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그렇게 쓰도록 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일기를 쓰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TV를 보고 난 후에 쓴다고 하던 아이가 어느 새 컴퓨터에 앉아있다. 또 다시 일기를 쓰도록 종용하면 아이는 컴퓨터를 끝내면 쓸 것이니 걱정말라고 짜증을 낸다. 그랬던 아이가 달랑 한 두 줄의 일기를 쓰고 마는 상황에서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일기장에는 제 동생과 재미있게 놀았던 일만 잔뜩 써 놓은 아이에게 반성하는 일기를 썼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는 것은 부모로서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욕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간섭이 오히려 잘못된 지도가 된다고 생각하면 갈등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러한 갈등은 부모님의 ‘항상’, ‘꼭’ 이라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다. 많은 부모님들이 일기는 ‘항상’, ‘꼭’ 길게 쓰고, 느낌을 쓰고, 특별한 일을 쓰고, 반성하는 글을 써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부모님들의 인식이 아이들에게 적용될 때, 억지글, 거짓글이 만들어 지고 일기쓰기가 고통스러운 일로 변질되기도 하는 것이다. 성인도 특별한 느낌이나 일이 있는 날,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하는 날이 많지 않다. 부부간의 대화에서도 ‘오늘 별일 없었느냐’는 물음에 대답해야할 만큼의 일이 매일 생기지는 않는다. 하물며 생활반경이 가정과 학교로 한정된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일이 생기는 경우가 드물다. 따라서 일기지도는 즉 ‘항상, 꼭 이런 내용을 이렇게 써야한다’는 가르침이 아니라 아이들이 겪게 되는 여러 유형의 사건과 느낌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상황에 따라 쓸 수 있는 일기의 내용이나 방법을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후 내용과 방법의 선택은 아이에게 맡기면 된다. 부모님이 도울 수 있는 일은 아이의 선택을 지켜보는 일이다.

아이들은 하루 일을 정리하는 과정이 치밀하지 못하다. 그래서 일기의 글감이 될만한 중요한 사건을 곧잘 잊어버리기도 한다. 특히 아이들은 순간순간 가졌던 느낌이나 생각을 잘 잊어버린다. 생각이란 원래 엄청나게 충격적인 것이 아니고는 쉽게 달아나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 부모님이 ‘나는 우리 ○○이가 아침에 테러 뉴스를 보고 놀라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친구와 놀았던 일이 더 중요하게 생각되었던 모양이지?’ 하는 식으로 아이가 놓쳤을 것으로 여겨지는 일이나 생각을 상기시켜주는 것이 좋다. 부모님의 말을 듣고 아이는 자신이 잊어버린 것이라면 다시 선택을 할 것이고, 부모님의 생각이 자신과 다른 것이라면 자신이 의도했던 내용으로 쓸 것이다. 이와 같이 일기지도에 있어서 부모님의 역할은 가르치는 입장 보다는 아이가 힘들어하는 부분을 도와주는 보조자의 역할을 할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최종정리일 2005년 4월 2일. 이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