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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사 글쓰기지도

제목 마음의 변화도 쓰기


많은 아이들이 일기를 쓸 때 쓸거리가 없다고 한다. 일기를 쓰라고 하면 이리저리 실컷 딴 청을 부리다가 급기야는 쓸 것이 없어서 못쓰겠다고 투정을 하기도 한다. 반면 특별한 일이 생기는 날이면 일기의 글감이 생겼다고 좋아한다. 아이들에게 있어서의 일기는 글감을 고르는 것부터 어려운 과제인 것이다. 아이들이 이처럼 일기의 글감을 찾기 어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보아야 한다. 아이의 생활 반경은 한정되어있고 하루 일과도 한결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하고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한다. 방과 후엔 학원에 가지 않으면 곧장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와서 할 수 있는 일도 특별한 날이 아니고는 거의 정해져 있다. 컴퓨터를 하거나 TV를 보고, 숙제를 하는 일정이 매일같이 반복된다. 사정이 이러니 일기를 쓰려고 하면 오늘 하루가 어제와 비슷하게 생각되고, 어제와 같은 일기를 써야 할 것처럼 생각되니 쓸거리가 없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이런 고민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위와 같이 매일 매일의 생활을 비슷하게 생각해서 일기의 쓸거리를 찾지 못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일기를 '하루 동안 일어났던 일'만을 쓰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즉, ‘사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일기의 글감을 '사건'으로만 한정해서 찾으려면 쓸거리가 없게 된다. 특히 생활반경이 한정되고 같은 일과가 반복되는 아이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글감을 못 찾는 아이들은 ‘그날 있었던 일’은 물론이고 그 일과 관련되어 일어났던 ‘내 마음의 변화’를 일기의 글감으로 정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매일 겪는 일이라 하더라고 그 일에 대한 마음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넓게 보면 ‘마음의 변화’도 하나의 사건에 해당된다.


<2002년 4월 00일 날씨 : 비>

오늘은 가게 집 강아지가 귀여워 보였다. 그 강아지가 처음 가게에 왔을 때 내가 귀엽다고 쓰다듬어 주었는데 그 놈이 나를 물려고 했었다. 그 뒤로 나는 가게 집 앞을 지날 때면 그 강아지를 피해서 다녔는데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엔 웬일인지 그 강아지가 보이지 않았다. 매일 학교에 가면서 보니까 정이 들었나보다. 처음에 미웠던 동물도 오래 보면 정이 드는가 보다.

이 학생의 일기에는 특별히 밖으로 드러나는 일이 없다. 가겟집 강아지는 어제의 모습 그대로였고 그 강아지를 보면서 학교를 간일도 여느 날과 다름없다. 즉, 사건이 달라진 것은 없는 것이다, 달라진 것은 일기를 쓴 아이의 마음이다. 무섭게만 느껴지던 강아지에게서 정을 느끼게 된 아이의 마음이 그려져 있다.
아이들은 매일 같은 사물을 보거나 비슷한 일을 만나게 된다. 그런 것은 특별한 변화가 없이 어제의 모습이나 일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아이의 마음은 어제와 오늘이 달라진다. 마당에 있는 나무도 어떤 날은 더 정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일뿐만 아니라 내 마음의 변화까지를 같이 쓰도록 지도하면 일기의 쓸거리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

[최종정리일 2005년 4월 2일. 이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