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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사 글쓰기지도

제목 겪은 일과 함께 느끼고 생각한 점도 쓰기


사람의 행동은 분명 어떤 동기에 의해 이루어지고 동기는 겪고, 보고, 들은 일에 대한 느낌으로 만들어진다. 즉, 행동은 느낌과 동기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동기를 생각하는 일에 서툴다. 아이들로 하여금 이런 과정을 생각해 보게 할 수 있다면 느끼고 생각한 점을 쓰도록 지도하기가 쉽다. 길을 가던 아이가 불쌍한 할머니를 만나서 동전을 드렸다면 느낌과 생각과 행동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우선 할머니를 보고 '불쌍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고 그 느낌을 동기로 '도와드려야겠다.' 생각을 하게 된다. 동전을 드리는 행동은 이렇게 느낌과 동기 그리고 생각의 결과에 따른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인형을 쓰다듬는 행동도 인형을 보고 '예쁘다' 거나 '귀엽다' 느낌을 가진 후,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실제 '쓰다듬는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일들은 순식간에 일어나기도 하고 무심코 흘려버리기 쉬워 아이들은 스스로가 그런 느낌을 가지고 생각을 한 것조차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 자신이 한 행동만을 일기에 쓰게 된다. 느낌이나 생각을 쓰더라도 아주 간단하게 적어버린다.


<12월 23일 날씨 : 눈>

오늘은 몹시 추운 날이었다. 피아노 학원에 가는데 지하도에 할머니가 손을 내밀고 앉아 있었다. 나는 주머니에 있던 동전을 할머니 손에 쥐어주고 학원에 갔다. 집에 와서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가 착한 일을 했다고 칭찬을 해 주셨다. 앞으로도 착한 일을 많이 해야겠다.

이 학생의 일기에서 뭔가 허전하고 알맹이가 없는 글처럼 생각되고 흥미를 느낄 수도 호기심을 가질 수도 없는 이유는 왜 할머니에게 동전을 드렸는지 즉, 할머니를 보았을 때의 느낌이나 생각을 구체적으로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이 일기에 쓰진 않았어도 불쌍하다는 생각을 들어서 드렸을 것이라는 생각은 할 수 있지만, 그런 느낌이나 생각을 구체적으로 일기에 썼더라면 좀더 진지하고 흥미 있는 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경우, 아이들이 쉽게 느낌을 찾도록 하기 위해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거슬러 올라가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자세하기 쓰기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처음에는 부모님이 질문을 하고, 차츰 아이 스스로 느낌 떠올리기에 익숙해지도록 지도한다.

"왜 할머니에게 동전을 드렸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왜 그런 생각이 들었지?"
"나이가 많아서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할머니가 그렇게 있으니 가슴이 아팠어요. 그리고 날씨가 추운데 맨손을 그렇게 내 놓고 있으니 손이 동상에 걸릴 것 같았어요."
"그리고 다른 생각은 없었니?"
"잠깐이었지만 시골에 계신 할머니 생각이 났어요. 잘 계신지 걱정도 됐어요."
"또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거라."
"500원 짜리 동전을 드렸는데 너무 작아서 할머니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생각도 했어요."

이와 같은 대화의 내용을 같이 쓰도록 하면 느낌과 생각이 적절히 곁들여진 일기가 된다.


<12월 23일 날씨 : 눈>

오늘은 몹시 추운 날이었다. 피아노 학원에 가는데 지하도에 할머니가 손을 내밀고 앉아 있었다. 나이가 많아서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할머니가 그렇게 있으니 가슴이 아팠다. 추운 날씨에 동상에 걸릴까봐 걱정이 됐다. 불쌍한 생각이 들어 주머니에 있던 500원짜리 동전을 할머니 손에 쥐어드렸다. 그러나 돈이 너무 작은 것 같아 죄송했다. 그 할머니를 보니 시골에 계신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났다. 할머니 집도 추운 곳에 있는데 잘 계시는 지 걱정이 됐다. 집에 와서 어머니께 낮에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더니 착한 일을 했다고 칭찬을 해 주셨다. 앞으로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착한 일을 많이 해야겠다.


이렇게 느끼고 생각한 점을 쓰도록 하는 과정 역시 ‘꼭 그렇게 써야 한다.’ 고는 강조하지 않아야 한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모든 행동에서 한결같이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부모님의 역할은 아이가 부담을 가지지 않는 적절한 상황에서 도움으로 끝나야 한다. 부모님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고 생각되는 날은 없는 대로의 일기를 쓰도록 해야 하며 그 역시 좋은 일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어야 한다.


[최종정리일 2005년 4월 2일. 이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