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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사 글쓰기지도

제목 일기와 사고력


많은 전문가들이 일기쓰기를 아이들의 사고력과 표현력을 기를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글쓰기 과정의 역동적 사고 과정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그저 그날 있었던 일과 관련된 낱말들을 나열하여 배치하는 단순한 쓰기가 아니라, 생각을 끄집어내서 정리한 후 글로 표현하고 고쳐서 마무리 하는 일련의 사고 과정이다. 글쓰기 과정에 대한 사고과정은 학자마다 달리하거나 더 세분화하여 설명하고 있으나 크게 보면 쓸 내용을 떠올리고, 정리하고, 쓰고, 다듬는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생각을 끄집어낸 후 어떤 것을 쓸 것인지 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하루 동안 겪었던 일을 회상하고, 여러 종류의 일과 생각을 비교하고 분석한 후 그 중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내용을 선택하게 된다. 선택한 내용을 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내용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쓰고자하는 내용과 그와 관련된 배경지식을 집중적으로 탐색하게 된다. 예를 들면 아빠와 같이 낚시를 다년 온 후 ‘아빠가 오전 내내 고기를 한 마리도 낚지 못했다’는 직접 경험을 ‘바닷물이 오염되어서 고기들이 다른 곳으로 갔는지 아빠는 오전 내내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했다’고 쓰고자 했다면, 아이는 ‘고기가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에 ‘바닷물이 많이 오염되고 있다’ 배경지식을 탐색하고 적용하여 고기가 잡히지 않은 이유를 추론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이렇게 단순해 보이는 글쓰기과정에서도 아이들은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사고를 조직하는 과정을 거친다. 사고활동은 쓰고, 다듬고 고치는 단계에서도 활발하게 일어난다. 아이들은 정리된 생각을 정확하게 글로 표현하기 위해 나름대로 전략적 사고를 하게 되는데, 의미에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고, 문장을 논리적으로 배열해서 하나의 문단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논리적이고 관계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글을 다듬고 고치는 단계는 스스로 글로 표현된 내용을 평가하고 고쳐 쓰는 단계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내용면에서는 원래 의도하였던 생각이 빠짐없이 그리고 잘 표현되었는지, 형식적인 면에서는 맞춤법, 띄어쓰기, 낱말의 적절성, 문장, 문단, 글 수준이 정확한지를 확인하게 된다.
이와 같은 과정은 일반적인 글쓰기 과정과 동일하지만, 일기쓰기는 특별한 목적이 있을 때만 쓰는 것이 아니라 매일, 그것도 주제를 바꿔가면서 쓴다는 점에서 그 유용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아이가 매일 일기를 쓴다는 것은 매일 사고와 표현력 훈련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매일 일기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다듬고 정리하다 보면 일상의 평범함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깊게 생각하는 사고력을 지닐 수 있게 된다. 개구쟁이 아이도 일기를 쓰기 위해 책상에 앉으면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고민하는 모습으로 변한다. 일기를 쓰다말고 물끄러미 쳐다보며 뭔가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금방 썼던 내용을 계속 지우고 고쳐 쓰기도 한다. 그럴 때 아이의 모습은 때로 진지하게 느껴질 때가 많은데, 그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사고력을 키워간다는 것을 알고 격려해야 한다.


[최종정리일 2005년 4월 2일. 이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