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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사 글쓰기지도

제목 일기쓰기의 애물단지-띄어쓰기와 맞춤법


아이가 텔레비전 소리가 왕왕거리는 거실에서 일기를 쓰겠다고 한다면 조용한 방으로 가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주위가 시끄럽거나 마음이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서는 글쓰기에 전념할 수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아직 글쓰기가 서툰 아이들에게 띄어쓰기와 맞춤법은 생각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성인도 글쓰기 과정에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신경을 써야 할 때는 방금 전 했던 생각을 잊어버리고 다시 글의 흐름을 점검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선 글을 마무리 한 후에 고쳐 쓰기 단계에서 바로 잡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요즘은 대부분 컴퓨터로 글을 쓴다. 편지글도 컴퓨터에서 작성하고 컴퓨터에서 메일 발송을 하기 때문에 고쳐 쓰기가 쉽다. 그러나 컴퓨터가 없던 시절엔 고쳐 쓰기가 힘들었다. 중요한 문서나 편지는 고쳐 쓰지도 못하고 처음부터 다시 쓴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컴퓨터의 기능덕분에 글을 쓰고 고치기가 편리해졌지만 아이들의 일기는 대부분 공책을 이용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공책은 틀린 글자를 자유롭게 고쳐 쓰기가 어렵다. 지우개로 지워 쓰면 보기에도 싫고, 띄어쓰기를 다시 하려면 앞뒤의 글이 균형을 잃게 된다. 때문에 아이들은 잔뜩 신경이 곤두세우고 일기를 쓸 수밖에 없다. 이런 아이들에게 있어서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부모님들이 걱정하는 TV 소음과 같이 생각을 흐트러트리는 방해꾼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거기다가 부모님까지 잘못 쓴 글자나 띄어쓰기에 대해 지나친 반응을 보이면 아이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잘못된 글자를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칠 수 있을까? 학부모님들이 일기지도에서 가장 고민하는 대목이다. 국어 학습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일기쓰기를 또 하나의 학습으로 인식해 부담이 가중된다고는 하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모른 척하고 지나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게 할 수는 있어도 아이가 틀린 글자를 맞게 쓴 것으로 알고 계속 그렇게 쓰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 마음이 편할 수 없다. 특히 요즘은 여성들의 사회생활이 활발해지면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일기쓰기를 도와주는 것에 한정된 어머니들도 많다. 그러다보니 일기지도를 하는 중에라도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라도 제대로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부모님은 그날 아이의 기분에 따라 지도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아이는 부모가 잘 안다. 특히 엄마는 아이의 눈빛만 보아도 아이의 기분과 건강상태를 알아본다. 성인도 기분이 좋을 때와 언짢을 때 남의 지적을 수용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아이가 기분 좋게 일기를 잘 썼을 때는 엄마가 ‘참 잘 썼네.’ 라는 칭찬과 함께 ‘그런데 이 글자는 틀린 것 같네. 오늘은 그렇게 쓰더라도 다음에는 잘 생각해보고 써.’ 라고 말하면 아이는 스스로 틀린 글자를 당장고치겠다고 지우개를 찾는다. 반면, 쓰기 싫은 일기를 억지로 써놓고 나니 글자까지 틀렸다고 지적을 당하는 경우엔 일기를 쓰라고 윽박지르는 엄마도, 꼬박꼬박 일기검사를 하시는 선생님도 미워지고 급기야 일기까지도 미워지게 된다. 일기쓰기를 국어학습으로 접근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는 학부모님이 지혜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최종정리일 2005년 4월 2일. 이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