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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사 독서치료

제목 독서치료 자료(소설, 전기)의 기능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그가 이해한 환경 구조에 즉시 대응하여 그가 최선이라고 믿는 목표를 골라서 적응해 나간다. 그 같은 다양한 사례는 독자의 환경 인식과 그 조건 분석방법의 자료를 제공한다. 이야기 속에 제공되는 자료는 그 이야기와 관계 있는 사항만을 전개되고 쓸데없는 것은 생략되어 있다. 또한 본질적인 중요도에 따라 선별적으로 쓰여진다. 따라서 현실의 복잡한 환경 조건에 당면하는 것보다도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게다가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수한 환경 조건이나 타당하지 않은 적응양식이 하나의 사례로써 제시된다. 그때 작자는 이야기 속에서 내려진 판단을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독자는 그 사례를 탐구해 자유롭고 독자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좋다 실제 인물의 경우라면 인정에 끌려 해석해야 하는 사건이라도 픽션 속에서는 특수한 인간관계를 떠나서 차갑고 엄격한 비판을 가할 수 있다. 혹은 자기와 동일한 결함도 자기와 무관하게 그것을 비난할 수 있다. 이야기 속의 사건에 대해 독자가 완전히 방관자 입장에서는 것은 독자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그는 그 사건에 말려들 위험이 전혀 없고 어떤 책임도 느낄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이야기는 현실환경에 대한 적응에 불안을 갖고 그것을 피하려는 태도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도 그가 두려워하는 사건과 접촉할 기회를 준다 자신과는 이해관계가 없다는 안도감이 있으므로 세상 속의 어떤 쓰라린 경험도 경험하는 것을 결코 주저하게 하지 않는다. 이렇게 그는 직접경험 대신에 간접 경험의 세계를 넓혀 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는 여러 가지 적응 사례를, 옳은 것은 옳은 대로 그른 것은 그른 대로 객관적으로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 결과 자신의 생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다각적으로 풍부하게 쌓아 나갈 수 있게 된다.

인생관 · 세계관의 발전
이야기는 어떤 시대, 어떤 사회의 특수한 환경 조건에 서 어떤 인물 혹은 집단의 구체적인 적응 경위를 쓰는 것으로 그 시대, 그 사회의 사상의 전형을 표출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그 이야기의 테마가 된다. 이솝우화에서는 그 테마를 이야기 글에 붙여쓰고 있으나 보통의 이야기에서는 그것을 독자가 스스로 귀납할 것을 기대하여 그 판단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것은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다. 그렇지만 작가가 의도하는 항아리에 모든 독자가 빠져들도록 온갖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 만일 이것이 빗나가게 되면 그 이야기는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야기는 비지시적 기법의 방향 제시와 비슷하다. 독자를 구속하지 않으면서 소기한 목표에 스스로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에 따라서는 판단을 지향하는데 도움이 되는 약간의 힌트를 주므로 오히려 절충법에 가까운 경우도 있다.

아무튼 독자는 제공된 일련의 사실을 종합하고 그것에서 하나의 중심사상을 개괄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우리들의 인생관이나 세계관은 말할 것도 없이 직접경험에서 추출하여 체계화시킨 것이지만 이야기는 그와 같은 작업을 이미 준비된 데이터에 의거하여 수행한다. 따라서 현실에서 작업하는 것보다도 용이하고 또한 거기서 사용한 사고 기술은 실제의 경우에서도 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이야기에서 짜 낸 요점은 일단 가설로서 인식된다. 이것이 진실일까, 아닐까는 현실의 경우에 비추어 보아 그 타당성 여부를 실증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 실증은 독자의 과거 경험을 적용하는 것으로도 가능한데, 그럴 때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동시에 비판을 가하고 그럼으로써 작자와 독자 사이에 사상적인 대결이 이루어지게 된다. 전에 읽었던 이야기에서 얻은 가설을 현재 읽고 있는 이야기에 적용해서 실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야기는 이와 같이 해서 읽는 사람의 인생관이나 세계관에 세계를 세우고, 또 그것을 발전시킴과 더불어 사물에 대한 견해, 사고방식의 기술을 신장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정서의 조작과 카타르시스
이야기 속의 세계가 독자에게 현실적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이라는 점은 앞서 서술한 바와 같다. 그러나 그것을 읽는 현실이 있는 한 이야기는 그것을 읽는 동안 그의 적응대상이 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거리에서 사람들이 술에 취해 싸우는 것을 목격할 때가 있다 우리는 그 싸움에 아무 관계도 없는 제3자이지만 그것을 본 이상은 그 싸움이 우리 의식 속에 등장하고 이것에 대한 적응을 요청 받는다 그것을 간과하려는 적응방식을 취해도 그 적응에는 모종의 감정이 수반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야기 세계는 모든 것을 간과하지만 그것을 읽는 한에 있어서는 그것을 본다는 행위에 수반되는 감정이 솟아난다.

물론 작자는 어떤 감정을 자극할까를 계산에 넣고 이야기를 제작한다. 예를 들어 비련의 소설 작자는 독자의 비애감을 자극시키려고 기도한다. 그러므로 그것을 읽는 사람은 바로 직전까지 평온했던 가슴속에 갑자기 슬픔이 밀려들어온다 이 효과가 확실한 경우에는 이야기는 특수i감정을 자극하는 최면제라고도 할 수 있다. 즉 이야기는 인위적으로 일정한 감정을 일으키는 효과를 갖고 있는 것이다. 독자는 이야기를 통해 자극 받은 감정과는 별도로 각각의 등장인물이 장면 장면에서 품고 있는 개인 감정을 이해한다. 그것과 자신의 감정이 일치할 때 그는 그 인물을 동정하고 공감하고 자신의 감정을 그 인물에게 이입한다. 이때 동일시가 일어난다. 그는 그 인물의 입장에서 다른 인물의 움직임에 주의한다.

하지만 이야기 속의 인물은 그 감정의 처리 즉 적응행위에서 독자가 현실에서 가질 수 없는 높은 수준을 보일 때가 있다 높다는 것은 독자가 이상으로 삼는 방향에 가깝다는 판단이다 그는 거기에 놀라고 동시에 그것을 시인한다. 이 놀람과 시인하는 감정이 '감동'이다. 그러므로 감동에는 가치관이 포함되어 있다. 가치를 시인하는데 따르는 감정을 심리학에서는 '정조'라고 부른다. 이런 면에서 이야기는 정조를 함양하는 역할을 한다. 감동의 경험은 이상을 실현하는 데 자극이 됨과 동시에 조를 순화시킨다. 또한 인위적 감정 조작을 통해 이야기는 '승화'와 '카타르시스'의 효과를 내는 것이다.

[황의백 엮음/독서요법/범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