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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사 독서치료

제목 11. 마음 아픈 이들을 위한 자가 치유서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석사과정 학생들이 김정근 교수님의 지도하에 자신들이 읽은 자가치유서를 소개한 학기 논고집이다.

도서별로
ː 짝꿍이 이 책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ː 짝꿍이 이 책은 나에게 무엇이었는가?
ː 짝꿍이 이 책은 누가 읽으면 도움을 받을 것인가?
에 대한 세부내용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문헌 정보학과 석사과정 학기 논고집)



인간 치유를 위한 책읽기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이런 경우를 두고 세상은 참 오래 살고볼 일이라고 말해야 할까. 2000년 벽두에 'TV가 책을 말하기' 시작했다. 한 곳에서 시작하니 다른 곳에서도 같이 했다. 조금 지나자 주요 채널이 모두 책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었다. 지난 해에는 일간신문 문화일보가 '다시 책이다'라는 주제 밑에 연중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여기서는 주로 현장 취재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책읽기의 중요성이 어떻게 강조되고 있는지 그 실상을 전했다. 이처럼 한 때 '디지털이면 다 된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의 입지를 부끄럽게 만드는 일이 자꾸 벌어지고 있다. 이제 영화배우 안성기와 성악가 조수미의 얼굴을 독서홍보 포스터에서 보는 일마저 생기게 되었다.

한 마디로 어안이 벙벙해진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정부, 기업, 언론, 일부 학계까지 한통속이 되어 책의 죽음, 벽 없는 도서관, 디지털 만능을 말하던 때가 언제였나. 이들의 위협 반, 설득 반에 직면한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해 부지런히 컴퓨터 기종을 업그레이드 시켜대던 때가 언제였나. 바로 1990년대가 아니었던가. 나는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 사회의 경박성이 여지없이 드러난 부분이자 심층근대화를 향한 도정에서 일어난 해프닝이었으리라.

한 때 이런 일도 있었다. 일부 도서관 사서들이 혼란을 일으킨 나머지 이제 비싼 돈 주고 책을 살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디지털이면 다 해된다는 식이었다. 일시적이기는 했지만 제법 기세가 등등했다. 예산 배정기관에서는 그것을 빌미로 삼아 자신들의 인색함을 호도하려 들기도 했다. 그것이 언제였나. 1990년대의 일이 아니었던가.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다시 책이다'가 정설이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책의 죽음을 말하는 사람은 없다.

시간은 디지털이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마이클 고먼(Michael German)같은 이는 지금을 브릭(brick)과 바이트(byte)의 공존과 상호보완의 시대라고 진단한다. 그래서 디지털 시대에도 책은 여전히 중요한 매체로 남아 있다. 그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독자의 필요와 요구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현명한 독자는 책이 가지는 심층 메시지 전달 능력을 알고 있다. 책은 깊은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힘이 있는 것이다.

그럼, 디지털 시대에 사람들은 무슨 목적으로 여전히 책을 읽는 것일까. 우선 좋은 인간이 되기 위한 훈련의 수단으로 전과 같이 책을 이용한다고 할 수 있다. 각성을 위한 책읽기, 성인의 말씀을 책에서 읽고 깨우침을 얻는 일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서, 유교경전, 기독교 바이블을 읽는다. 도올논어, 현각스님 자서전, 오강남의 기독교 이야기가 서점에서 잘 팔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음으로, 사람들은 능력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한 성취의 수단으로 여전치 책을 이용한다. 지식을 쌓는 책읽기가 여기에 속한다.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의 탐구를 위한 책읽기를 말한다. 사회적 관심이 온통 쏠려 있는 영덕이다. 이 분야의 독서를 잘하면 사회적 진출이 쉽게 이루어지고 성공이 보장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사람들은 주로 위의 두 영역에서 책읽기를 해왔으며, 그것은 디지털시대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는 여기에 더해 디지털시대 제3의 책읽기 영역이 부각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독자의 분화된 요구와 그에 따른 독서자원이 개발되어 있다고 하는 조건과 관련이 있다. 그것을 나는 '성숙'을 위한 책읽기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인간을 귀납적으로 이해하고,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고, 상처를 치유하고, 장애를 뛰어넘게 해주는 책읽기이다. 생산과 산업에 함몰된 인간형을 지양하고 정신복지형을 지향하며, 성취와 성공 지향의 인간형을 극복하고 마음이 행복한 인간형에 눈을 돌리는 책읽기이다. 지난 날 독자를 사로잡곤 하던 톨스토이의 인생론, 카네기의 처세술, 달라이 라마, 함석헌, 법정, 김지하, 신영복, 김동길이 전하던 초월적이며 연역적인 메시지와는 일정하게 구분이 되는 영역이다.

내가 '성숙'을 위한 책읽기라고 했을 때 적절한 예를 제공하는 저자가 스캇 펙(M. Scott Peck)이다. 대학원 학생들과 함께 이 영역의 책읽기를 위한 가용자원을 검토했을 때 특히 호소력이 컸던 저자가 스캇 펙이었다. 정신과의사인 그의 책은 새로운 차원에서 사람의 마음을 '자라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스캇 펙의 저작은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 나라에도 여러 권 번역 소개되었다. 검토하는 과정에서 높은 평가가 나온 책은 「아직도 가야 할 길」 (열음사), 「길을 떠난 영혼은 찬 곳에 머물지 않는다」 (고려원미리어), 「거짓의 사람들」 (두란노)이었다.

내가 '책읽기를 통한 정신치료' 영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래 나의 마음 속에 히어로(hero)로 자리 잡은 저자라면 단연 스캇 펙이다. 스캇 펙의 책은 나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응어리로 남아 있는 상처를 의식의 표면으로 건저 올려 어루만저 주며 낫게 해 주기도 한다. 스캇 펙은 읽으면 읽을수록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다.

독서치료(bibliotherapy)에서는 스캇 펙 계통의 책을 자가치유서(self-help book)라고 부른다. 문학자료와 대비해서 부르는 이름이다. 한편, 지금까지 독서치료에서는 픽션(fiction)에 많이 의존해 왔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참여자인 경우에 특히 그러했다. 치료 참여자는 픽션에 나타나는 인물, 사건, 상황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동일화(identification), 카타르시스(catharsis), 통찰(insight)의 효과를 경험하게 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근래 상황이 다소 바뀌고 있는 면이 있다. 넌 픽션(non-fiction)에 대한 관심이다. 이미 상황에 따른 넌 픽션 독서자원이 광범위하게 개발되고 있다. 이것에 대한 관심이 없을 수 없다. 어떤 연구는 픽션보다 넌 픽션의 자가치유서가 상황에 따라서는 효과가 직접적이고 더 클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나는 자가치유서의 직접적인 효과는 책이 정신과의사나 심리치료사의 상담기능을 일정 정도 수행해 주는 데서 생기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02년 2학기에 나의 두 번째 독서치료 강의가 이루어졌다. 일반대학원 석사과정 학생들이 참여하였다. 학기 동안 나는 이들과 함께 모두 22권의 자가치유서를 읽고 토론하였다. 강의 참여자는 이 가운데 11권씩을 선택하여 심층적으로 읽고 보고서를 생산하도륵 했다. 이번 학기논고집 '마음 아픈 이들을 위한 자가치유서 안내'는 이렇게 나온 보고서들로 채워져 있다. 보고서마다 참여자 7명의 다양한 경험과 책읽기의 관점이 녹아 있다.

학기가 끝나고 평가의 시간에 참여자들은 학기 동안 자신들 속에 일어난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가 '치유의 경험'을 했다는 것이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학기를 정리하기 위해 꾸며본 이 논고집이 우리 참여자들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 가지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갈이 든다. 아울러 자가치유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조그만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학기 내내 참여자들의 수고가 많았다. 내가 너무 고생을 시킨 것이나 아닌지 미안한 생각도 든다. 논고집을 꾸미는 일과 관련하여 편집위원장 송갑순 님, 편집실무를 담당한 김선혜 님, 이운우 님, 이은주 님의 수고가 특히 켰다. 이 논고집의 독자들은 이들의 수고를 기억해주기 바란다. 나도 그렇게 할 것이다.

2003년 3월 20일
김 정근 (지도교수)


소개된 도서


ː 마음속의 그림책 / 이희경 지음. 미래 M&B, 2000
ː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 /이훈구 지음. 이야기, 2001
ː 우리 아이 왜 이럴까 / 이영식 ·진태원 지음. 시서례, 2001
ː 이런 부모가 자식을 정신병자로 만든다 /김정일 지음. 박영률출판사, 2002
ː 아직도 가야할 길 /스캇 펙 지음. 열음사, 1991
ː 길을 떠난 영혼은 한 곳에 허물지 않는다 /M. 스콧 펙 지음. 고려원미디어, 1995
ː 그래도 사람이 좋다 /장성숙 지음. 나무생각, 2002
ː 민성길 정신과클리닉 / 민성길 지음. 편집회사사람들, 1997
ː 그래서 나는 오늘 정신과로 간다 / 이규환 지음. 그린비, 1997
ː 한국의 아들과 아버지 / 김영진 지음 황금가지, 2001
ː 따귀 맞은 영혼 / 베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궁리, 2002
ː 학대받는 아이들 / 이호철 지응. 보리, 2001
ː 아주 작은 차이 / 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이프, 2001
ː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1 /리처드 칼슨 지음. 창작시대, 2001
ː 거짓의 사람들 / M. 스코트 펙 지음. 두란노, 1996
ː 화 / 틱낫한 지음. 명진출판, 2002
ː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정신의학 이야기 /최훈동 지음, 한울 2001
ː 알기 쉬운 소아정신건강 / 김학룡 ·서현아 지응. 양서원, 2000
ː 정신건강 클리닉 /권영재 지음. 하서, 2000
ː 왜 이러나 /강진구 지음- 하나의학사,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