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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생활문/수필

제목 네가 내게 천천히 오렴
글쓴이 장지은

제목 : 네가 내게 천천히 오렴


2022년 3월 7일 (달의 요일) 아직 쌀쌀함이 묻어 나는 하늘 날씨.


지난 주에 학교에 출근해서 아이들을 챙기지 못한 까닭이었을까..?

신입생 녀석이 나를 보자마자 뒷걸음질을 치는데... 가슴이 철렁했다.

녀석을 얼르고, 달래서 우리 반 앞으로 데리고 갔다.


우리 반 '통합교육지원실' 문구를 보자마자 반대 방향으로 냅다 뒷걸음질을 다시 친다.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있다는 네가.. 왜 입을 꾹 닫게 되었는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선생님이.. 미안하구나.


선생님 아이들이 코로나로 등교를 못해서 휴가를 이틀이나 새 학기에 쓰고

돌아왔더니, 네가 이렇게 마음의 문을 꼭꼭 닫은 것인지..


하루 종일 밀린 업무와 정신없음을 뒤로 하고, 선생님의 그 시간을 다시

되돌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나의 조급함이 네게 새로운 학교에, 바삐 적응하라고 재촉해서 그런걸까?

이유도 모른체, 당황하는 날.. 숨어버리는 널.. 어찌하면 좋을까?

고민이 많은 하루였다.


꼭 갯벌의 작은 꽃게가 집게 모양으로 너를 공격하는지를 알고 내 손을 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작은 꽃게인 너를 내가.. 공격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한참을 멍하니, 앉았다가.. 또 한참을 멍하니 생각에 빠졌다.

그래, 어쩌겠니.. 너의 마음이 열리는 그 날에 선생님이 네 앞에 가만히 기다려줄게.

네가 선생님을 향해 천천히 오렴. 선생님이 조금 더 기다릴게.


우리가 다시 함께 맞는 봄에는 너에게 의미가 있는 선생님이 되도록

올 한 해 내가 더 노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