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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생활문/수필

제목 나만을 위한 숲
글쓴이 최유진

나만을 위한 숲

 

                                                                                                                        구보민

 

도망가고 싶은 날이 있다. 숲 속으로, 누구도 찾지 못할 만큼 멀리 숨고 싶은 날이 있다. 몇 백 년 동안 자리를 지킨 거대한 나무 뒤에. 그런 날마다 나는 내 마음의 숲으로 도망을 간다. 그리고 그곳의 나무 뒤에 숨고는 한다. 이제,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던 숲과 그 안의 나무들을 보여 주려고 한다.

내 마음의 숲에는 내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들을 안내한다. 글을 써보라고, 친구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권유한다. 그 권유는 오직 나만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그게 참 좋다. 산책이나 노래 듣기, 엄마와 대화하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다. 내 기분을 훨씬 낫게 만드는 것들. 일상이지만 가끔은 더 많이 원하게 된다.

가끔은 그냥 잠을 자거나 멍 때리는 것은 어더냐고 묻는다. 그리고 그게 도움이 된다. 내 마음 속의 숲이지만, 나를 돕는다는 것이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곳은 나의 쉼터고 기댈 곳이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나의 숲은, 없어서는 안 될 나의 아지트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는 날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 속 숲은 나에게 행복한 고립을 안겨준다. 나무와 바람소리, 새 소리, 모든 것들이 날 편안하게 만든다. 비록 눈을 감아야 보이는, 귀를 막아야 들리는 숲이지만, 그 어떠한 숲보다 생동감 있게 보인다. 그리고 행복하게 보인다.

그 숲은 나를 안아준다. 나무도, 땅도, 바람까지도. 모든 것들이 나를 안아준다. 그리고 괜찮다 말해준다. 내 귀에 들리는 것은 나의 혼잣말이지만, “괜찮아하는 축 처진 목소리이지만 마치 숲이나 에게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차분하고 걱정스런, 하지만 담담한 목소리로 괜찮아, 괜찮아하는 숲이 들린다.

키가 크고 몸통이 두꺼운 나무들은 나에게 말한다.

잘하고 있어. 너무 자책은 마.”

너무도 듣고 싶던 이야기. 어쩌면 내가 나에게 하는 이야기다. 저 키 크고 두꺼운 나무들은 늑답을, 더 나아가 세월의 지혜를 품고 있다. 그런데 어쩌면, 그 나무는 내가 아닐까? 내가 간절히 원하던 나의 모습이, 나무에 비추어 보인다.

내 마음의 숲은 온전히 나를 위해 존재한다. 그것만으로도 좋다. 나를 위해 있는 공간과 모든 보고 들을 수 있는 것들이 나에게 위안을 준다. 내가 원하는, 보고 싶은 나와 누군가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곳이다. 그래서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보고 싶다. 힘들 때마다 찾아가고 싶다.

 




가현중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