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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생활문/수필

제목 썸도 타고 책도 읽고...(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고)
글쓴이 이명희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는 나는 부득이한 경우 외에는 책을 한 권씩 가방에 넣고 다닌다. 대한민국 평균 독서량에 비하면 책을 적게 읽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여행이나 에세이, 단편소설, 인테리어 관련 분야를 좋아한다. 서점에 가면 요즘 트랜드는 인문학이라고 하던데 그쪽으로는 전혀 시선이 멈추질 않았다. 혼자 책읽기가 슬슬 지루해지려는 어느 날 후배가 서평이나 리뷰를 써보라고 하였다. 읽는 것은 큰 힘 들이지 않고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글쓰기는 싫었다. 무언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SOME타는 책읽기강의를 알게 되었다. 자유로운 독서토론이라고 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글로 남기는 것도 좋지만 이야기로 푸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낯가림과 약간의 얼굴기억장애가 있는 터라 두려움도 있었지만 수업의 횟수가 더해질수록 오히려 그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소소한 이야기를 발표하는 것 같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되짚어 보면 아주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고, 공감도 하며 위로를 나누었다. 특히 나의 편견을 깬 책은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유시민 작가라면 예능에서 보면서 좋아는 했지만 저서는 역사, 경제와 관련된 것이 많고 꼭 공부를 위한 내용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제목처럼 그냥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조금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가지면서 읽을 수 있었다.

책띠지를 보면 정치인에서 자유인으로 돌아와 내놓은 첫 번째 책이라고 쓰여 있다. 유시민 작가의 사진은 뉴스 정치면에서 보지 못했던 평온한 모습이다. 20대 운동권 청년의 강인한 모습보다는 아픈 청춘을 위로해주는 중년 남자 사람으로 보인다. 정계 은퇴 후 이제는 지식소매상이 되어 서로 나눠가지면 좋을 것 같아서 글을 쓴다고 한다. 경제·역사서를 쓰다가 이런 글은 처음이라 힘들었다고 한다. 자신의 상념도 꽤 들어있어 , 이 사람도 나와 같은 사람이구나라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의 20대에는 작가로서 글쓰기 훈련을 못 받았다고 한다. 운동권에 있다 보니 선언문을 쓰고 발표문을 1장 내외로 작성하는 것이 전부였던 것이다. 그런데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라틴어, 한문 배워 지식으로서 도구를 잘 다루고 싶다고 한다. 이렇게나 박학다식한 사람이 또 공부를 하겠다는 것이다. 기술자가 도구를 잘 다루어야 하듯이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내 인생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아쉬움이 남아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또 스무 살이 되면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책에 삽화로 넣고 싶다고 했다. 학창시절 미술부였다고 한다. 문학과 미술이라는 예술의 공통점은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인가보다. 나는 20대 후반에 미술학원 취미반에 처음 등록했다. 첫 수업부터 이틀동안 선긋기만 하는 것이 너무 싫어서 수강료만 내고 나가지 않았다. 물감붓으로 멋지게 풍경화도 그리고 캐릭터 일러스트도 그리고 싶었는데 강사는 기초부터 하라고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강사가 옳았지만, 그때 조금 유순하게 나를 설득해줬더라면 돈을 버리는 일은 없었을 것 같다.

잘 살기 위해서는 좋은 부모, 좋은 가정, 좋은 결혼, 친구, , 명에 등 많은 조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무엇을 하면서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면 더없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지만 비관적으로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인생이나 주위를 밝고 희망적으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껏 살아온 과거를 짚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일이 잘되어 가도록 스스로 즐기면서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가도록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이 책의 에필로그에 적힌 내용처럼 현명하게 지구를 떠나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성대한 장례식이 아니라 내가 이웃과 무엇을 나누었는지 남아있는 자들의 표정과 말들이 평가해 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공부가 되는 독서를 해보려고 한다. 이 커다란 깨달음을 준 멤버들과 유시민 작가에게 진정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