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쓰기마당 > 일기/생활문/수필

일기/생활문/수필

제목 아무렇지 않은 것
글쓴이 권규린

아무렇지 않은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지워져가고 있는것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기 까지 나는 꽤 많은 시간을 골골대며 아파해야했다.

아무렇지 않은 것들이 보이지 않는 지우개로 쓱 하고 지워지고 있는 것을 볼 때면, 아무렇지 않았던 내 나날들을 되돌아보고는 했다.

가끔 무성했던 날들을 생각하던 나는 하얀 도화지처럼 아무것도 없는, 아무렇지 않았던 날을 더 기억하고 싶어하게 됬다. 

그렇게 시계 초침이 새벽을 향하고 저녁을 향하고, 많은 시간이 흐르고 흘러 드디어 아무렇지 않았던 일들이 지워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 않은 것들이 지워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아무런 느낌을, 감정을 받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게, 아무렇지 않은 것들은, 정말 아무렇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니까.

아무것도 아닌 것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니까.  

근데, 그렇지만,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것들은 정말 아무렇지 않은 것들이었을까.

아무렇지 않은 날들로 인해, 난 이렇게 아무것도 아닐 수 있었던 날들이 쌓여감으로 인해 지금의 내가 되었는데 말이다.

아무렇지 않은 날들로 인해 나는 이렇게 무성한 날들을 되돌아보며 마음 아파하는 대신 아무렇지 않은 것들을 되돌아 보게 되었는데 말이다. 

아무렇지 않은 날들로  인해 난 이렇게 무성한 날들을 기억하는 대신 아무렇지 않은 것들을 내 나날로 인정하며 스스로를 감싸 안을 수 있게 되었는데 말이다. 

아무렇지 않은 것들로 인해 나는 더 아무렇지 않게 몇번이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되었는데 말이다.

아무렇지 않은 것들로 인해 나는 나 자신이 아무렇지 않은 존재라고 해도 몇 백번이고 다시 나 자신을 의미있는 존재로 받아드릴 수 있게 되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