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쓰기마당 > 일기/생활문/수필

일기/생활문/수필

제목 문, Moon, 門, 文
글쓴이 조단비

불완전함으로 기인한 세계에서 발생한 모순과 역설은 선악의 분별을 흐리게 만들고 나는 인간의 어리석음에서 비롯되는 슬픔을 느낀다. 편리한 생존이라 하는 욕망의 산물로써 쓰인 우화적인 역사 내의 변화는 탈피이고 기존과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맥락에 있다. 인간은 망각과 수집이라 하는 구성체의 변환을 앞두고 시시각각 흘러가는 변곡점의 좌표 위를 헤매고 있는 나비일지도 모른다. 도착지의 경로는 정해져 있으며 지도의 능선 안팎에 자리하고 있다. 과거는 오늘을 이루고 미래는 오늘이 된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여기는 과거와 미래를 잇는 한 지점이다. 세계는 나라는 울타리를 넘어 가족과 사회라는 동리 밖에 있고, 포물선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포물선의 양면간격은 서로 정비례한다. 이곳에서 그은 빗금은 저곳의 빗금이 된다. 구성체는 서로의 빗금을 받아들여 각각의 내면 아래 객체를 정의한다. 한 명의 아이가 성장하는 일은 마을 이상의 공동체가 영향을 미친다. 촘촘히 이어진 관계의 그물망 없이 존재하는 것은 어디에도 없는 까닭이다. 삶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결이다. 물은 겉으로 보기에 고요하여 그 움직임이 없는 것과 같다. 바깥 고리에는 굴절된 속이 보인다. 실체란 감각기관이 형상을 그리듯이 행하는 감지와 감지할 수 없는 부분으로 나뉘어 현존하는 것을 일컫는다. 현실은 원기둥의 도면이 사각형과 원으로 나뉘는 것처럼 분리된 융합의 사면도감이다. 주제라는 진리와 그것을 응용하는 부제, 세부항목이라는 부피로 채워진 낱말, 그 더미, 나무 한 그루. 하나는 전체가 될 수 없지만 전체는 하나를 아우른다. 배치의 인과적 순서는 하나에게 명료하지만 전체에서는 그 의미를 잃을 수 있다. 하나는 전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는 있어도 전체로 보기에 어렵고 때로는 전체가 그 하나로 귀결될 수 있다. 나는 하나로 태어났다. 오늘이 그러하듯이. 인간이 만물을 담는다는 비유는 만물 속에 인간이 있고, 인간 속에 만물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구성이 담겨있는 덕분이다. 유추는 때로 왜곡된 형상을 그리지만 실체에 다다를 수 있는 조각을 남긴다. 그렇기에 왜곡에는 진실이, 진실에는 왜곡이 잠들어 있다. 이것은 열려있으나 닫힌 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