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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생활문/수필

제목 행복한 순간이 있기에
글쓴이 조단비

 

내게 보이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거나 내게는 없었으나 경험으로 알게 된 것들이다. 환상은 현실에 있는 게 아니지만 현실에 있는 이의 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그렇기에 이야기는 그것이 현실과 동떨어진 듯이 보인다 하더라도 그 내부에는 사회가 있고 한 사람의 의식이 있다. 우리는 알 수 없는 것을 그릴 수 없다. 또한 그리는 일이 반드시 아는 일이라고도 볼 수 없다. 이야기의 오묘함은 조화에 있다. 저마다의 차이를 감안해도 지나치게 짜거나 단 음식을 먹기 어려운 것처럼 중용이란 어디에나 들어있는 것이다. 감정과 몰입은 불특정 대상에 속한 무엇에 관한 고유성을 확보하여 특별함을 부여한다. 절제나 포화에 가까운 이것은 사회를 유지시키며 서로를 아프게 한다. 사랑이 때로 기쁜 순간에도 심장이 미어지도록, 아리게 하는 듯이. 나는 확신 없이 밀려오는 감정에 관한 두려움을 느낀다. 그럼으로 믿거나 멀리하게 되는, 것들처럼. 좋아하는 그대에게 내가 좋은 사람이면 좋겠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대로 인해, 그대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다. 가까이 있거나 멀리 있어도, 어느 거리에서든지, 그대가 원한다면.

 

 

 

내게 괜찮다고 말해줄래요.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서로에게 의지하고, 때로는 생체기를 내며 살아가는 우리.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그대는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함께 있는 시간을 기다리게 되고 기다림 마저 사랑스러운 그대여. 지그시 눈 감으며 떠올려 봅니다. 안개꽃처럼 만연한 얼굴마다 스며드는 그리움. 나는 말을 잘하지 못해 달리 표현할 길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언제나 그렇듯이 듣기 좋은 말이나 쓸모 있는 것 보단 마음 하나 흘려놓고 가겠습니다. 장난스러운 듯 산뜻하고, 거친 듯 정중한 그대. 마디마다 박혀있는 굳은살 너머의 강하고도 여린 속처럼. 그대는 부드럽고 다정한 사람입니다. 나의 시선 내에서, 그대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대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는 내가 썩 괜찮아 보입니다. 서로의 눈이 되는 길목에서. 나는 군중 속에서도 그대를 찾고, 그대가 찾는 내가 여기에 있습니다. 나란히 걸을 그 날을 고대하며.

 

날이 덥습니다. 여름이 오는 모양입니다.



2020. 5. 5. 어느 길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