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쓰기마당 > 일기/생활문/수필

일기/생활문/수필

제목 위험한 모험(2021년 2월 26일 일기)
글쓴이 박연아

오늘은 내 짧은 인생에서 가장 역사적이고, 위험하고, 무섭고, 대단한 모험을 한 일이었다.

연아야, 엄마가 몸이 좀 안 좋네. 혼자 가볼래?”

나는 우리 집에서 버스를 타고 가야 하고, 걸어가면 20분 정도 걸리는 수학학원에 다니고 있다. 늘 엄마와 함께 갔는데 오늘은 나 혼자 가보기로 했다. ‘버스정류장에서 2413 버스를 탄 다음에 세 정거장 간 다음에 내린 다음에 건널목을 건넌 다음에 주유소 옆 골목으로 들어간 다음에 학원 건물 6층으로 간다.’ 아주 쉬운 일이다. 그런데 아주 쉽다라는 말은, 버스가 도착하기까지 3분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을 때를 두고 말하는 것이다. 자신만만하게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보니, 세상에, 버스가 도착하기까지 16분이나 남아 있었다! 현 시각 553. 수업 시작 시각 615. 버스가 도착하면 69. 남은 시간은 7. 그러니까 버스를 타고 내려서도 좀 걸어야 하는데, 버스를 타고 내려서 걸어갈 시간이 7분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안돼!

결국, 나는 걸어서 가기로 했다. 앞만 보고 쭉 직진했다. 걷고 또 걸었다. 나는 타고난 길치다. 아무래도 나에게는 '그냥 직진하라'고 하도 결국엔 길을 잃는 초능력이 있는 것 같다. 결국 어느 순간부터, 전혀 엉뚱한 길이 나왔다. 이미 시간은 619. 수업은 이미 시작했다. 게다가 날씨가 더운건지, 내가 긴장했는지 땀이 온몸에서 흥건히 배어 나왔다나는 덥고, 다리 아프고, 당황한 채로 혼잡한 거리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학원 가는 길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몸을 그대로 돌려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계속 직진만 했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기는 쉬웠다. 나에게는 30분 동안 다시 걸을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나는 4319번 버스를 타고 세 정거장을 가서 내려서 집으로 돌아왔다. 뜻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학원을 빼먹게 되었다.

엄마 죄송해요.”

 집으로 돌아가던 중 내가 엄마와 통화하며 우는소리로 말했다.

아니야. 애초에 널 믿고 보낸 내가 잘못이지.”


(초등학교 6학년)

엄마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어쩐지 다시는 이런 모험을 하지 못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