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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글

제목 혜영이에게
글쓴이 김률희
안녕, 혜영아. 너랑 얘기를 하진 않더라도 내가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이렇게 편지를 써. 처음에 솔직히 말하면 모범생인 네가 부러웠어. 반에서 10등도 아니고 전교에서 10등이면 그만큼 공부를 남들보다 잘한다는 뜻이잖아. 항상 졸지도 않고 문제집만 펴놓고 공부하는 네 모습을 봤어. 그래서 넌 공부는 잘하지만 자유롭진 않은 애란 걸 알게 됬지.
넌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좋은 대학 가서 약사가 되어야만 한다고 말해줬지. 작가가 도 싶다고 말한 적도 있었는데 부모님은 공부만 강요할 뿐 자기의 의견을 무시해서 이미 포기했다고 했지. 난 너에게 위로를 해주고 싶었지만 너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어서 차마 그러지 못했어. 내 꿈도 작가지만 앞으로가 너무 막막하거든.
다행인 건 너의 새 친구가 된 박하란 애로 인해 네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기뻤어. 박하란 애는 락교를 자주 빠지고 학교와는 맞지 않는 애였어, 날라리라고 느낄 정도로. 근데 그 애는 의아하게도 악보를 훔쳤고, 그 악보로 피아노를 쳤지. 너도 그렇겠지만 내가 봤을 때도 그 애는 피아노를 열정적으로 치는 모습은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웠어. 그 열정이 아마 우리에게 전달된 것 같아. 그 모습을 보고 네가 변해갈 줄은 몰랐어. 게다가 박하는 가난하고 삶의 비애로 가득 차있는 애인데도 자신이 좋아하는 걸 포기하지 않으니까 너도 노력한 거겠지? 부모님과의 갈등과 싸움은 더 번지고 슬퍼하실 수도 있겠지만 네 꿈이니까 너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럼 힘내고 좋은 모습으로 만나자.


2015.1.8
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