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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글

제목 나에게
글쓴이 이담비
안녕, 담비야. 난 너야. 놀랐니? 놀랐더라면 사과를 줄게. 사과는 맛있지, 그렇지? 이렇게 짧막한 농담을 즐기는 여유를 가진 너니까, 이 편지를 여유롭게, 차를 홀짝거리며 마셔가며 읽을 거 같아. 기대할게, 담비야.


작년 이 맘때, 아니 일 년 하고 한 달 전에, 여기 글나라에 찾아와서 나에게 편지를 썼었지. 그로부터 벌써 일 년 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가는구나, 새삼 느끼게 되네. 너에게 쓰는 이 편지는 일종의 답장이야. 작년에 네가 중학교 입학 검정고시를 보고 1주일 후 쓴 편지, 잘 읽어봤어. 답장을 그동안 까먹고 안 해서 미안해. 미안하고 늘상 사랑하는 마음 가득 담아 본격적으로 편지를 쓸게.


나는 4월에 고졸 검정고시를 봤고, 지금은 또 다른 공부를 즐기고 있는 중이야. 너도 그렇겠지? 이제 슬슬 공부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라, 즐거움으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너의 모습을 보며, 나는 너무나도 행복해 하고 있어. 이제 가고 싶은 대학, 과를 정하고 그에 맞춰 나아가는 너가 되어서 너무 좋아. 제작년만 해도, 공부에는 관심도 아예 없었던 너였지만, 지금은 조금씩 조금씩 공부에 맛들여 가고 있고.


작년, 하면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 먼저, 아까 말했던대로 네가 공부라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거, 참 놀라운 변화였지. 다른 아이들은 자율적으로든, 타율적으로든 공부를 했는데. 나는 학교에서 수업듣던 거 외에는 문제집도 거의 안 풀고, 사더라도, 한 두장만 풀고 이랬는데! 지금은 하나님의 은혜로 이렇게 공부하고 있는 거. 또, 교회에서 기도모임을 만들게 된 거, 글나라에 글을 많이 올리고, 우수상도 타고 했던 거. 등등, 이야기를 하려면 밑도 끝도 없이 많을까봐, 이쯤에서 줄일게. 히히.


작년에 너가 나한테 부탁한 거 몇 개가 있었잖아.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구나.
부정적인 생각 하지 말아달라고, 적극적으로 살되, 들뜨지 말라고 말이지. 사실 사람이라는 게 쉽게 안 바뀌듯이, 바뀌고는 있지만, 아예 확 바뀐 거는 아닌 거 같아. 그 때 조언해 준 거 지금도 고맙고, 이렇게 너에게 늦게나마 답장을 쓰면서, 내 스스로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거 같아.


이제 나는 상담가가 되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위로해주고,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어. 어떠니? 나는 대학에 가면 심리학을 전공으로 하고자 해. 물론, 바뀔수도 있지. 하지만, 바뀐다고 해서 힘들어하는 일은 없을거야. 나를 만드신 분이 내 길을 계속해서 이끄시니~. 너도 그렇지?



편지를 쓰면서 너보다 한 발 나아간 내가 이렇게 너에게 다시 편지를 쓸 수 있음이 참 행복했어. 계속해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내가 나에게 편지를 쓰겠지. 히히, 기대된다. 편지 잘 읽었겠지? 조금 횡설수설하고 긴 내용이었지만, 읽어줘서 고맙고, 정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