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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글

제목 10년 뒤 나에게
글쓴이 최효서
안녕? 난 10년 전의 너야.
네가 얼마나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있을지 궁금해.
제일 궁금한 것은 내가 꾸었던 꿈이 이루어졌을지가 제일 궁금해.
내가 꾸었던 꿈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디자이너와 외교관이 하고 싶었지.
10년 전의 나는 아직 서툴러서 우왕좌왕 하기도 하고 힘들어 하기도 하고 책임감도 부족했었지. 하지만 10년 뒤의 너는 그렇지 않을거야, 그렇지?
책임감 넘치고 당당하면서도 자기 꿈을 위해 일하는 사람일거야.
10년 뒤에도 지금의 쾌활하고 밝은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도 내 꿈을 이루고 있을거야.
24살이면 꿈을 이루었다고 해도 유명하진 않을 것 같아. 그래도 24살까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졸업한 과정에서 뭔가 이뤄낸 성과가 있을 거라고 믿어.
지금의 나는 성적도 그리 좋지 못하고 꿈에 대한 딱 이렇다 할만한 열정도, 용기도, 노력도 없어. 그냥 내 적성에 맞는, 내가 하고 싶은, 내가 하면 행복할 만한 직업을 선택해서 밀고 나갈 뿐이야. 그게 내가 하면 맞는 직업이지 않을까 싶어서.
난 영어를 좋아하고 그림, 디자인을 어릴 때 부터 좋아했어, 그렇지만 좋아한다고 해서 다 잘하는 건 아니잖아.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하려고 항상 노력했지.
그런데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오면서 많은 생각이 바뀌었어.
어릴때 부터 난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만을 위해서 다른 것은 바라보지도 않고 이것만 해온거야. 그런 생각을 해보니까 내가 이렇게 무책임하게 살아도 될까 하는 생각이 막 들더라고.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었는데. 그 생각이 딱 떠올랐을때는 많이 당황했었어. 내가 이래도 되나.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그 순간에 옆에 나에게 조언을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계속 하면서도, 이래서는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난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어,
물론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해. 하지만 좋아하는 것에만 일을 치우치다 보니 즐거운 것, 재밌는 일, 내가 맘에 드는 일만 골라서 하게 되는 거 있지?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어렵고 내가 한번도 해보지 못한 일은 띄엄띄엄 하게 되는거야. 아직 한번도 못해본 일도 있고. 이런 내가 내 스스로 걱정되기도 하고 10년 뒤의 너에게 너무 부끄러워져, 지금의 내가 탄탄히 계단을 쌓아놔야 네가 밟고 올라가 꿈을 이룰 수 있을텐데. 지금의 나는 모래사장 위에 계단을 쌓고 있어. 언젠가는 무너지겠지.
그렇지만 그 부서지기 쉬운 모래 위에다 시멘트를 붓고 내 꿈을 공사하기 전까지 10년만 기다려 주지 않을래? 기다려준다면 10년 뒤의 너에게 멋진 선물을 줄게.
멋지고 아름다운 14살 내가 꾸는 꿈을 말이야.
10년 뒤에 거울을 보며 웃을 수 있게, 행복할 수 있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