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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글

제목 봄이 밝았다.
글쓴이 권규린



선생님, 이제 곧 4월이에요. 또 새로운 봄이라는 계절이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선생님, 그거 아세요? 청춘을 시퍼런 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 저는 나중에도 제가 봄의 냄새를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마다 다른 봄을 보내고 다양한 봄의 냄새가 코 끝을 맴돌겠지만, 항상 봄이라는 계절이 향으로 가득 채워졌으면 좋겠어요. 쌤, 저는 지나간 순간들에 아파하는 날들 말고, 일상에 침범한 낯선 봄을 사랑하는 날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고 있어요. 저는 제가 새로운 것들을 기꺼이 사랑하는 사람이 되길 바래요.


말은 이렇게 해도,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의 봄의 냄새가 제 곁을 떠나지 않았으면 해요. 지겹도록 내내 맴돌다가, 그러다가 겨울이 되면 가끔 선선한 기운으로 제 곁을 맴돌았으면 좋겠어요. 쌤, 이번 봄이 선생님에게 좋은 봄이 될 수 있도록 응원할게요. 선생님은 순간을 사랑할 수 있는 분이시니까, 어떤 계절이 오든 기꺼이 살아가실까요? 저는 기꺼이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고, 제가 진심일 수 있는 관계가 많아지길 바래요. 쌤, 언젠가는 모든 것에 의문을 품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까요? 모든 것에 의문을 품고 싶어하면서도 무서워하고, 모든 것을 사랑하고 싶어하면서도 사랑없이 살아가고 싶어해서. 그래서 저는 제가 막막해요. 의문을 품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 때까지, 의문을 품었던 것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살아가보려고요.


선생님, 봄의 냄새가 코 앞까지 다가와요. 저는 불어오는 바람에 넘어지지 않을 수 있겠죠 불어오는 바람에 넘어져도 다시 바람을 사랑할 수 있겠죠 사랑하는 마음 안에 두려움을 넣지 않을 수 있겠죠 저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죠? 따뜻함을 싫어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선생님과 다시 대화를 할 때, 저라는 사람에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서 가고 싶어요.


쌤, 봄이 밝았어요.

이번 봄은 겨울 끝에 오는 봄일까요, 봄의 끝에 오는 겨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