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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영화감상문

제목 상처를 딛고 핀 꽃 ('빨간 꽃'을 읽고)
글쓴이 박연아

3학년인 나는 지금 학교의 모든 것에 익숙하고 정이 들었다. 매일 매일 나를 반겨주는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책이 가득한 학교 도서관까지, 내겐 하루 하루가 즐거움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들른 학교 도서관에서 '빨간 꽃'이라는 책을 읽었다. 주인공 지우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익숙하고 정든 학교와 우리 나라를 떠나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2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그 동안 캐나다에서 얻은 것이 있는 만큼 한국에서 잃은 것도 많았다. 유학 가기 전까지 단짝으로 지냈던 친구도 잃었고, 2년 동안 한국 학교에 다니지 못해서 한국어 실력도 떨어졌다. 학교 수업 내용도 잘 알아듣지 못하고 과제도 잘 만들어 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런 지우를 보고 있자니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특히 쌀쌀맞게 구는 단짝친구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외로워 하는 지우를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파왔다. 내 모든 것을 공유하는 단짝 친구 가연이가 어느날 갑자기 내게 쌀쌀맞게 군다면 내 가슴도 찢어지는 것처럼 아플 것 같다. 또 더 모범적이고 훌륭한 학생이 되기 위해 유학까지 간 것인데 유학을 다녀온 후 예전보다 더 잘하지 못 하는 학생이 되었다면 많이 속상할 것 같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내가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냈었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마음에 쌓인 스트레스 때문에 주인공 지우는 기면증이란 병에 걸려 시험 시간에 문제 하나 풀지 못하고 잠이 들어 버린다. 제대로 풀어 내지 못한 시험지에는 틀렸다는 표시가 빨간 비로 주룩주룩 내려져 있었다. 우리 엄마는 내가 문제집을 풀고 채점을 부탁드릴 때 틀린 문제가 있어도 죽 그어버리지 않고 중요한 것이니 한 번 더 살펴보라는 뜻으로 별표를 그려 주신다. 지우의 선생님도 그렇게 배려를 해 주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빨간 빗줄기처럼 그어진 표시가 지우의 마음을 아프게 할퀴었을 것만 같다. 지우네 반에 우리 엄마를 선생님으로 보내 주고 싶었다.

다행히도 지우는 조금씩 마음의 상처를 극복해 나갔다. 그리고 날카롭게 내려진 빨간 빗줄기 위에 동글동글 예쁜 빨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엔 크고 작은 상처가 있다고 생각한다. 친구 문제도 힘들 때가 있고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아 좌절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상처를 우리 마음에 주룩주룩 내리는 따가운 빗줄기로 맞을지, 지우처럼 상처를 딛고 예쁜 꽃을 피울지는 우리의 노력과 의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덮고 가만히 눈을 감으니 지우가 피워낸 꽃에서 향기로운 꽃향기가 멀리 퍼져 내 코에도 닿는 것 같다.


초등학교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