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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영화감상문

제목 인간다움의 순간들
글쓴이 조단비




* 내용이 워낙 정교하다 보니 어느 하나만을 언급하기 어려워 감상에 관한 스케치를 적어놓은 게 전부인 터라 훗날 추가할까 합니다. 나만 읽고 싶은 책입니다. *

 

 

'인간답게 행동하라'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혹은 사람 냄새라는 건 무엇일까. 좋은 것에 시선을 두라는 게 현실에 엄연히 존재하는 나쁜 것을 외면하라는 의미일까.

 

 

이 모든 질문은 한마디로 축약할 수 있다. 인간답다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인위적이라고 이야기 하는 일들은 대게 과학이나 의료의 발달, 동식물 외 사물의 박제와 보존, 종의 합성과 폐지, 복합화 라는 창조와 제어의 선상에 있다. 이는 자연에서 생존하기 위한 인간의 진화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인위적인 일은 자연과 동떨어진 게 아닌 자연적인 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인간에게는 두꺼운 외피나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 근력 등은 없지만 생각하는 힘이 있다. , '생각이 어디까지 미치는가'는 다른 종과의 차별성을 부여하는 인간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렇기에 선택의 기로에서 자신과 다른 입장을 헤아리거나 당시에 좋은 것을 선택하는 일, 그리고 사회 정서에 맞지 않으며 다른 동물들이 할 수 없을 것으로 치부되는 나쁜 일을 벌이는 경우, 우리는 '인간답다'는 명칭을 부여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자연과 대조하여 말하는 인위적임은 대체로 인간의 개입으로 인한 범위와 적용이 다른 동물들과 차별되며 자신이나 주변 및 자연과의 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꼬집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를테면 지구 온난화나 미세 플라스틱과 같은 환경운동에서부터 성과 사유재산에 이르기까지, 자연이나 신체 그리고 재물이 개인의 자유고 소중하기에 '아끼지 말아야 한다''함부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처럼, 하고자 하는 일이 '방종인지 통제인지, 아니면 사례에 맞는지, 필요한지'를 묻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개인과 사회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욕구를 상황에 따라 어떻게 받아들이고 발산하는가. 여기에는 예술과 관련된 미디어가 사용되고 있다. 기록과 전달의 도구인 미디어는 대중에게 있어 의식을 형성하는 집약체이다. 예술은 시대정신을 반영함으로 정보를 담론하며 새로운 정보를 창조하는 인간성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무엇이 노출 되는가'는 어떤 것이 통용되는가 하는 인간상을 의미한다. 때로는 관심을 요구하는 자극적인 회유와 왜곡을 기반으로 현실에 있는 악영향을 방지하기 위해 부정이나 만들어진 부정이 노출될 때도 있으며('악영향을 방지'하려는 건 같으나 반대되는 형식을 지닌 경우, 나의 고통을 타인에게 전달하지 않으려는 노력 또는 가치주의적인 노출이나 미화가 포함될 수 있다), 목적에 의해 사안의 맥락이 뒤바뀌거나 역으로 어떻게 하면 부정을 저지를 수 있는지를 알게 되어 본의와 달리 통용됨이 장려될 때도 있다.

 

인간다움의 순간들에서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인간의 일면을 바라보며 '인간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진다'라고 한다. 이 관점에 따르면 사람은 신체 기능에 따라 망각할 때가 있는 인공지능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같은 환경에서도 서로 다른 행동을 하는 경우나 혁명을 보면 저마다의 감성이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때로는 고도로 사회화된 기능에 의해 사회구조와 시대의 영향을 크게 받을 뿐은 아닐까 싶다. 서로의 다름은 내가 노력하면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지에 관한 희망을 낳기도 한다. 신경망이 가진 반발력과 함께 가소성이 말하는 의식은 내가 무엇이 되는지는 내게 있다는 것으로, 개인의 선택과 노력에 초점을 맞추게 한다. 어떤 방향이든 '학습''구조'에 영향을 받음은 자명하다. 그러니 인간을 무한 생성의 관점에서 보는 앙리 베르그송과 형식에 따른 확장과 탈락으로 보는 칸트의 관점처럼 인간의 선험이나 학습을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문제(생각해볼 일)에 관해서는 개인이 고민해 보고, 밝혀지기 전까지는 미제로 두는 건 어떨까 싶다. 인간의 존재를 포괄하는 건 성숙이 아닌 불완전함에 있다. 불완전함으로 자신의 존재에 관해 나는 누구인가를 묻고, 무엇이 되고자 하며, 무슨 방법을 사용할지를 선택한다. 선택지의 개수는 개인이 처한 상태나 상황에 의해 달라진다. 타인과 동일할 때도 있으며 아닐 때도 있고, 알 수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그렇기에 그림으로부터 펼쳐지는 뉘앙스는 공동이 느낄 수 있는 미묘함을 형성하고 개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구체화된 추상에 가까우며 감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다움의 순간들은 작가와 그림을 두고 마치 한 사람이 살아간 시간을 상기 하는듯한 시선으로 사회, 역사, 문화적 맥락을 짚는다. 개인의 삶이 만물과 연결되듯 그림은 세상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렇듯 연대기와 함께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큐레이팅(curating)을 읽다 보면 시대에 따른 기법의 유행과 더불어 지금과 다르나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다양한 면면을 발견할 수 있다. 인간다움의 순간들은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는 저마다의 장면이 저자의 섬세한 배려와 의식에 의해 재구성되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