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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엄마는 너를 기다리면서, 희망을 잃지 않는 법을 배웠어>, 잔드라 슐츠 지음, 손희주 옮김, 생각정원, 2020
글쓴이 고청훈

<엄마는 너를 기다리면서, 희망을 잃지 않는 법을 배웠어>, 잔드라 슐츠 지음, 손희주 옮김, 생각정원, 2020

 

엄마가 될 여성이 장애가 있는 아이를 낳겠다고 결정한다면,
이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사회를 믿고 의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장애가 있는 사람을 사회에서 없애는 대신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이 우리 모두에게 일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295)

 

<엄마는 너를 기다리면서, 희망을 잃지 않는 법을 배웠어>는 임신 13주차에 태아 유전자검사에서 다운증후군결과를 받아든 저자가 출산하기까지의 과정에 겪은 고뇌를 솔직하게 전하는 책이다.

 

산전 검사를 통해 태아의 장애 선별 검사가 진행되고, 장애 판정 시 임신중절을 권하는 의료시스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자고 이야기한다. 장애가 있든 없든 함께 살아가는 일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두 세계가 존재한다. 두 사람이 만나 한 사람을 만들었는데,
뱃속 아이의 염색체 장애 유무를 검사할 것인지 결정하는 순간에
갑자기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서 벌어진다.
우리는 유치원과 학교, 직장에서 장애와 비장애의 통합이라는 주제에 있어서
얼마나 진보했는지 이야기한다.(290~291)

 

우리는 그래도 산전검사 분야의 발전이 어디로 향하는지와
이것이 모두에게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상이 있다는 결과를 받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대신,
산전 검사의 의미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291)

 

장애가 없는 태아를 찾기 위한 노력은 다운증후군 검사만큼 풍부하며,
이 검사들은 대부분 진단 후 임신중절을 전제로 하고 있다.
또한 독일 산부인과에서 대규모로 제공하는 검사는
염색체 장애를 찾는 일이 당연하다는 듯한 인상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하는 것이 심지어 우리 사회에서 이성적이고 바람직하며,
규격에 맞는 태도라는 인상마저도 준다.(293)

 

우리는 누구든 살면서 장애를 겪을 수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가질 수도 있지만 살아가면서 사고 등으로 장애를 가질 수도 있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는 우월한 유전자에 대한 잘못된 믿음으로 유대인 홀로코스트도 자행했지만, 자국민 중 장애인들에 대해서도 홀로코스트를 자행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들을 배제하고 격리한다면 나치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너를 기다리면서, 희망을 잃지 않는 법을 배웠어>를 통해 내 안의 장애에 대한 편견과 마주하면서 머리로 생각한 것과 가슴으로 느낀 것, 발로 행동하는 것은 같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내 아이가 산전검사에서 다운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렇게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끝없이 되물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에 출산을 하지 않는 쪽으로 선택했을 것이다. 출산을 해야 한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유는 우리 사회가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기에 좋은 사회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겪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일 수 있겠지만.

 

나는 언니가 비장애인 남성을 보고 사랑에 빠져서,
그 때문에 자주 상처를 받은 일을 안다.
나는 다비드와 그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계속해서 거절당하기만 하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다비드는 그것은 우리 모두가 겪는 인생의 일부라고 말했다.
다비드는 누구든 거절당하고, 실망하는 일을
잘 헤쳐나가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했다.(47)

 

선택의 기로에서 고뇌하는 저자를 보면서 때로는 무모하고 무책임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런 생각이 결국 내가 가진 장애에 대한 편견임을 깨닫게 되었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여전히 출산을 해야한다고 자신하지는 못할 것 같다.

 

장애, 비장애의 구분 없이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삶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