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쓰기마당 > 기록문/기행문

기록문/기행문

제목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해 준 간부 수련회
글쓴이 정은비
5월 10일은 우리 학교의 개교기념일이었다. 개교기념일이었지만 전교생을 대표하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의 모든 간부들이 모여 남해로 당일치기 수련회를 떠났다. 설레는 마음과 함께 학교에서 나누어준 간식거리를 잔뜩 안고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가 남해를 향해 쌩 쌩 달리는 동안 처음 보는 간부 친구들과 어색한 첫인사를 하였다. 처음에는 어색한 분위기에 다들 어쩔 줄을 몰라 했는데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즐거운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말을 놓고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놓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어느새 버스 창문 밖에는 드넓은 남해 바다가 파도를 출렁거리며 우리를 향해 환영 인사를 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우리가 발걸음을 내딛었던 곳은 바로 편백 자연 휴양림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들의 코끝에 울창한 숲의 향기가 닿았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머리가 깨끗해지고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마침 점심시간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숲 안내원의 지시와 안내를 받으며 산을 올라가다보니 산 중턱 한 가운데에 넓은 평지가 있었다. 우리는 그 곳에서 학년별로 원을 만들어 잔디 위에 퍼질러 앉아 허겁지겁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서로의 반찬을 맛보며 너도나도 친구들의 도시락에 대한 품평을 내리느라 바빴다.
그렇게 맛있는 점심식사를 끝내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상주 은모래 해수욕장이었다. 모래사장이 너무 부드러워서 친구들과 다 같이 꼬리잡기도 하고 자유시간도 가지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었다.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모래바닥에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써 보았다. 특히, 바쁜 학교생활을 보낼 때 바다의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듣고 싶었는데 때마침 간부 수련회로 남해 바다의 파도 소리를 이렇게 가까이서 들을 수 있게 되어 정말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바다와 출렁이는 파도소리가 그 동안 쌓인 피로를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친구들과 멋진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보기도 했다. 물론 나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서늘한 날씨라 바닷물이 차가웠음에도 불구하고 바다에 뛰어들어 신나게 노는 친구들도 있었고, 다른 친구들도, 선생님들도 모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남해 유배 문학관이었다. 남해로 유배를 왔던 송시열, 김만중 등의 유배 생활과 유배 생활 중에 쓴 작품들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특히 내가 흥미롭게 읽었던 책인 김만중이 쓴 구운몽도 유배 문학 때 지어진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깜짝 놀랬었다. 유배 생활을 한 조상들이 안타까웠지만 한편으로는 푸른 바다를 간직한 아름다운 고장인 남해에서 유배 생활을 하여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고등학교의 첫 간부 수련회가 남해 유배 문학관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이번 간부수련회를 통해 얻은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소중한 간부 친구들을 얻은 것이다. 예전보다 좀 더 친해지고 새로운 친구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되어 간부 친구들과의 단결과 화합이 강해져 앞으로 더욱더 우리 학교를 올바르게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자신감이다. 상주 은모래 해수욕장에서 해안선을 따라 모래사장을 걸어보았다. 걷다 보면 내가 지나간 곳에는 나만의 발자국이 생기기 마련이다.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로 갈 수 있는 길은 여러 가지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우직하게 내가 가고자 하는 길로 가도 목적지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반드시 남이 걸어간 길을 뒤따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느꼈고 나 자신을 믿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얻은 것은 바쁜 일상 속에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고만 했던 나에게 하루 동안 잠시 내 자신을 뒤돌아보게 해 주었던 뜻 깊고 소중한 시간을 보낸 것이다. 숨 가쁘게 앞으로 달려가기만 하다가 잠시 숨을 고른 것이다. 이제는 숨을 골랐으니 다시 내 꿈을 향해 열심히 전진하려고 한다. 다음에도 이처럼 뜻 깊은 간부 수련회를 가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