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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문/기행문

제목 서울 나들이를 가다!
글쓴이 윤효진
말만 들어도 없던 힘이 생겨나는 단어, '수학 여행' 을 가는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요란을 떨어대는 나 때문에 우리집이 들썩들썩했다.
"엄마! 나 오늘 뭐 입고 가지? 이게 나아?"
"김밥쌌어? 우와~ 맛있다!"
몇 일 전, 아니 몇 주 전부터 고대하고 꿈꿔왔던 수학여행을 드디어 가게 되다니 꿈만 같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갔다온 후 공부할 생각에 몸서리가 쳐젔다.
하지만 쉽게 오지 않을, 중학교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인, 수학여행에서 우울한 마음으로 다니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 열심히 놀곘다 다짐하니 '서울 투어'가 더 즐겁게 느껴졌다. 아빠께 두둑한 용돈까지 받아 더더욱 신이 났다.
버스에 오르니 욕인지 칭찬인지 모르게 친구들이 학교에서 보던 모습과 다르다며 칭찬해 주는 바람에 얼굴이 발그레 해졌다. 첫 예감도 좋고, 밖의 화창한 날씨도 나를 설레이게 만들었다.
첫 목적지, 명성왕후 생가에 가니 정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우리 조상들이 이런 섬세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드셨다니 왠지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일제시대 때 비참하게 돌아가신 명성왕후를 떠올리면서 가슴이 아프기도 하였다. 알기로는 친하게 지내시던 일본인 간첩 여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심한 몸싸움 중 시해되셨다고 하였는데, 그 사실이 나로 하여금 묻혀있던 애국심을 끌어올리게 하는 것만 같았다.
그 다음으로 세종대왕릉과 창덕궁을 차례로 들렀는데,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를 보는 듯이 생동감이 느껴졌고, 당장 세종대왕꼐서 문을 박차고 나오실 듯한 웅장한 자태를 뽐내었다. 첫 날의 피곤했던 일정을 마치고 찾아간 숙소는 너무 좋았다. 노래방과 컴퓨터실, 정원 등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이 순간 만큼은 집이 결코 그립지 않았음을 자부할 수 있다. 친구들과 함꼐 매점으로 달려가 라면을 끓여 먹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소리 질러가며 들은 무서운 얘기들은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무섭고 재미있었다. 게다가 우리 반의 수민이가 장난삼아 내 손금을 봐줬는데, 도플갱어가 있어서 죽을 운명이란 말에 적잖게 당황했었다. 나에게 친구들과 함께 밤늦게 까지 웃고 이야기 하는 것은 보수적인 부모님 탓에 쉽지 않은 일이라 더욱 즐거웠던 것 같다.
그렇게 마치 호텔에 온 듯한 기분으로 즐긴 첫째 날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몇 시간이 몇 초처럼 느껴지는 잠을 자고 일어난 후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뗀 둘쨰날은 축제의 날이었다. 그 날 에버랜드에서 보낸 추억은 물론이고, 인사동의 오밀조밀한 악세사리들까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인사동에서는 너무 예쁘고 고운 물건들이 많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도저히 내 것을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나마 가격이 저렴한 편인 할머니 스카프를 산 후 할머니 드릴 생각에 내심 뿌듯해했다. 볼거리가 여간 많고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서 정말 시간 가는줄 모른다는 말이 몸소 실감이 났다. 조금 더 머무르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수학여행의 꽃, 에버랜드를 떠올리며 두근거리는 발걸음을 뗼 수 있었다. 에버랜드에서는 도착해서 놀이기구를 보자마자 환호성을 지로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내게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생전 쳐다보기도 무서웠던 롤러코스터도 타고 바이킹도 2번이나 탔다. 떨어질떄 정말 심장을 위에 두고 몸만 내려온 듯한 느낌이었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은 무서움과 온 몸의 전율을 울리는 짜릿함이 공존하여 내게 신세계를 경험시켜 주었다.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는 재미난 놀이기구들 속에서 공부에 대한 걱정은 내 마음속 지하 저 끝층까지 떨어져 버린지 오래였다. 그 곳에서 먹은 스파게티도 너무 맛있어서 한 접시 더 먹고 싶었다. 유치한 기구들도 내가 타면 T익스프레스였다. 쏠쏠한 재미들이 날 자꾸 붙잡아서 모든 놀이기구가 끝난 12시까지 에버랜드에서 발길을 뗴지 못하게 하였다. 새벽까지 놀지 못하는 것이 그리 아쉬울 수가 없었다.
아쉬움이 가득한 셋째날에는 꽃의 천국인 아침 고요 수목원에 갔다. 난생 처음보는 희귀한 꽃들이 있는가 하면, 사진 전시관도 있고 허브나라, 기념품매장도 있었다. 꽃들이 너무 예뻐서 마치 천국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꽃은 좋아하시는 우리 엄마 생각에 모두 품에 안고 집까지 달려가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여느 산 정상에도 비기지 못할 정도로 컸다.
친구들과 함께 한 '평생 잊지못한 수학여행' 을 잘 보낸것 같아 기쁘다. 우리 문화재의 소중함을 잘 알게 되고 우수성 또한 잘 알게되어 보람이 아주 컸다. 열심히 즐긴 수학여행은 최고의 박물관이자 여행지이자 야영장이었다. 친구들과의 우정에 벽돌 한 장 한 장 쌓여 성을 이룬 듯해 느껴지는 뿌듯함이 온 전신을 감싸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