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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소설

제목 당산 할아버지
글쓴이 최유진


여러분은 당산 할아버지 이야기를 아시나요?

 

옛날 옛적 어느 날 순돌이는 나무를 패다가 마을로 돌아가는 길이였어요.

마을 앞에는 항상 무섭게 생긴 나무가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지요.

 

툭 튀어나온 눈과 지그재그로 난 이빨은 저녁에 보기에는 너무나도 무서운 모양이였어요.

 

그래서 순돌이는 마을로 돌아갈 때 마다 무섭게 생긴 나무를

등지고 집으로 달려갔어요.

 

그런데 이게 웬걸!

 

순돌이는 마을 입구에 파란색 빨간색 불이 둥둥 떠다니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이게 말로만 듣던 도깨비불인가 하고서는

순돌이는 몸을 벌벌 떨며 무섭게 생긴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답니다.

 

도깨비불에서는 작게 키득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순돌이 쪽으로 빛이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순돌이는 도깨비들이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죠.

 

그러자 한 백발의 할아버지가 나타나 야단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예끼 이 놈들아, 여기가 어딘지 알고 찾아오는 게냐!"

 

그러자 도깨비불은 놀란 듯이 원을 그리며 서로 빙빙 돌았답니다.

도깨비불은 너무나도 빠르게 돈 나머지 서로 뒤엉켜 보라색 불이 되었어요.

 

한 백발의 할아버지는 그 불을 잡아다가 호롱 안에 넣어두었어요.

그러자 호롱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지요.

 

순돌이는 안심하며 풀썩! 주저 앉아버렸어요.

저 앞에서는 백발의 할아버지가 순돌이에게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어요.

 

애야 괜찮니?

이 마을은 이 할아버지가 지키고 있으니 걱정 말고 집에 들어가거라.

이 호롱불 들고 얼른 가거라.”

 

한 손에 밝게 빛나는 호롱불을 받게 된 순돌이는 서둘러 일어나 집으로 향했어요.

 

집에 도착한 순돌이는

어머니께 왜 이리 늦었냐며 꾸짖음을 들었어요.

하지만 순돌이는 너무나도 피곤한 나머지 그만 잠이 들어버렸어요.

 

그날 순돌이의 꿈에서는 아주 무시무시한 도깨비 두 명이 나왔어요.

꼬맹아, 당장 우리를 풀어 주거라.

풀어주지 않으면 너를 방망이로 아주 두들기겠다.”

 

잠이 퍼뜩 깬 순돌이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어요.

너무나도 무서운 꿈이었지만 순돌이는 나무를 하러 가야만 했어요.

저녁 늦은 시간까지 나무를 할 생각이었던 순돌이는

이상하게 꺼지지 않는 호롱불을 가지고서는 서둘러 집을 나섰죠.

 

오늘도 무섭게 생긴 마을 앞 나무를 지나치고는 숲 속으로 향하였어요.

그런데 오늘 따라 평소보다 욕심을 내어서 나무를 많이 해가고 싶어졌죠.

 

순돌이는 평소보다 더 열심히 나무를 했어요.

날이 어둑어둑해진 줄도 모른 채 나무를 했더니 순돌이는 지쳤어요.

 

그렇게 무거운 장작들과 호롱불을 들고 마을로 향하였답니다.

 

숲 속을 내려가려던 순간!

순돌이는 돌부리에 발을 걸려 넘어지고 말았어요!

 

쨍그랑!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보라색이던 불빛은 빨강색과 파란색의 불빛으로 나뉘어졌어요.

으하하! 드디어 나왔다! 네 놈이 우리를 꺼내주었구나

 

그러고서는 두 불빛은 커다란 도깨비로 변신하였지요.

네 놈이 정말로 우리를 풀어주다니 정말 멍청하구나!”

 

순돌이는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당황하고 있었어요.

 

도깨비는 순돌이가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질문을 하였어요.

너희 마을의 당산 할아버지는 너의 마을 사람들을 아주 아낀다지?”

순돌이는 질문을 받고 한참을 생각해야만 했어요.

당산 할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랐기 때문이에요.

 

당산 할아버지가 누구신데요...?”

 

그러자 도깨비들은 귀가 멍멍할 정도로 웃기 시작했어요.

어제 우리들을 가둔 백발 영감탱이 말이다.”

그러자 순돌이는 도깨비들을 호롱 안에 집어넣은 백발의 할아버지가 떠올랐어요.

 

, 알아요 저희 마을의 백발이신 할아버지요.”

 

그러자 도깨비들은 말을 했어요.

그 영감탱이를 내일 해가 지기 전까지 여기로 데리고 와라.”

데리고 오지 않으면 네 놈을 몽둥이로 아주 두들겨주마.”

 

말을 마친 도깨비들은 불빛이 되어서 숲 속 깊은 곳으로 사라져버렸어요.

 

어제 꾸었던 꿈이 사실이었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해졌지요.

순돌이는 서둘러 마을로 향했어요.

 

우리 마을을 위해 계시는 당산 할아버지를 도깨비에게 데려다 줄 수 없었어요.

 

순돌이는 집으로 가며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어요.

 

그런 순돌이를 당산 할아버지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지요.

순돌이는 마을 앞 나무, 즉 장승 앞에 멈춰 섰어요.

 

그때 순돌이에게는 좋은 생각이 딱 하고 떠올랐어요.

전에 어머니께서 마을 앞 장승이

우리 마을을 지켜준다고 했던 말이 기억났기 때문이에요.

 

순돌이는 놀랐던 마음을 진정시키고 집에 들어가 잠을 청했어요.

이른 아침에 눈을 뜬 순돌이는 마을 앞 장승으로 달려갔어요.

그곳에는 전에 봤던 무섭던 얼굴은 사라지고 점점 친근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지요.

 

순돌이는 말했어요.

제가 지금까지 죄송했습니다.

마을의 수호신님 제발 저와 당산 할아버지를 지켜주세요.”

 

장승은 아무 말도 없었지만 순돌이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

 

도깨비들과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고 순돌이는 마을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어요.

그러고서는 도깨비들을 향해 소리쳤죠.

도깨비들아 나 여기 있다!”

 

약이 잔뜩 오른 도깨비들은 마을로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마을 앞에 도깨비들이 다다르자 장승 옆에서 나온 당산 할아버지가

도깨비들의 머리를 잡고 호롱 안에 넣어놓았어요.

 

도깨비들은 다시 호롱 안에 들어가게 된 것이었죠.

순돌이는 당산 할아버지에게 꼭 안겼어요.

할아버지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당산 할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고 싱긋 웃으셨어요.

그리고서는 호롱불을 장승 위에 올려두셨죠.

 

이제 순돌이네 마을은 밤에도 어둡지 않아요.

당산 할아버지와 두 도깨비가 마을을 항상 밝혀준답니다.




정혜교(신현고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