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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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고은영 |
길
고은영
내 앞에 놓인 길을
걷던대로 걷고 싶었다
두 팔을 앞뒤로 흔들어
손 끝에 닿는 바람을 가르며
가슴도 펴고 당당히
그렇게 걷고 싶었다
뛰던대로 뛰고도 싶었다
눈 앞에 놓치고 싶지 않은
그 무엇을 향해
그렇게 뛰고도 싶었다
"엄마아!"
네가 부른다
고개를 돌리면
마음이 급해진 네가
내 뒤를 따라
오종종한 발걸음으로
걸어온다
나는 한 손으론
네 보드라운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론
힘차게 바람을 가르며
조금은 느려졌지만
조금은 멀어졌지만
찬찬히 발 맞추며
우리 길을 걷는다
너와 함께이기에
볼 수 있고
갈 수 있는
이 길을
고은영 (41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