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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시

제목 무엇을 사랑하시렵니까
글쓴이 강윤희

무엇을 사랑하시렵니까.

무채색을 애증 하다 죽었다던 꽃 무덤에

잠든 이를 사랑하시렵니까.

저 하나 죽이지 못해 땅을 치며 통곡하다 혀 깨물어

숨 끊은 이를 사랑하시렵니까.

 


입에 바늘과 꽃을 물고 하늘을 보니 그것이 화운이랍니다.

그것이 뒤숭숭한 여름 지천에 널린 구름이라 덥니다.

사랑을 갈구하던 여름이 뒤집어지니 오는 것이 겨울이라던데,

허면 겨울을 사랑하시렵니까.

 


여름이 그리도 증오스러우시면 바늘과 꽃 대신

유골 가루를 입에 담고 겨울을 바라보시렵니까.

 


형체 없는 것에 덤벼보겠다던 포부는 어디로 가고

남은 것은 잿더미밖에 없으십니까.

사랑을 갈구하는 것을 유언으로 남길 수 없으시다면

제 이름 석 자를 넣어 주십시오.

제가 그 숙명을 이어받아 동정에 박힌 사랑을 갈구해 보렵니다.

 


혹여 저마저도 사랑을 갈구하다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잠들어 버린다면 제 뼈를 갈아 바람에 털어 주십시오.

령이 되어서라도 사랑을 구걸하며 세상에 발자국을 남겨 보렵니다.

 




( 고등학교 2학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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