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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가쓰는글

제목 76년생 이명희
글쓴이 이명희

소중한 서서자매들~ 안녕?

엊저녁은 엄마에게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어.
저녁식사는 소소하지만 따뜻하게 함께 먹으니 참 맛있었고,

언니는 동생에게 분수를 가르쳐 주고(물론 초2 수학에는 아직 분수가 나오지 않지만..ㅎㅎ)

덕분에 잠들기 전까지 엄마는 오랜만에 소설책에 푹 빠질 수 있었어.
엄마가 읽은 소설은 『82년생 김지영』(조남주, 민음사).

무슨 책이냐기에 이야기책이라고 했더니

"엄마가 그런 책도 읽어?"라며 물었었지.

엄마는 깜짝 놀라서 그동안 너희에게 보여준 독서모습은 어땠는지 잠시 생각해 보게 됐어.

그런데 그냥 너희들 그램책이나 어린이 문고 같이 읽은 게 거의 매일인 거 같아 엄마 스스로 좀 놀랐어.

이 책은 읽으면서 너희들이 사춘기에 접어들고 성숙기(?) 단계가 되면 꼭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마지막장까지 다 읽게 나서는 그 생각이 좀 달라졌어. 과연 내가 이 책을 권할 자격이 있을까?

엄마도 김지영씨처럼 살아왔고, 김지영씨도 그렇게 살고 있는데 너희들은 그렇게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단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지구살리기 운동을 위해 분리수거를 하거나, 세계빈민구호활동 등을  후원하는 것을 당연하게 실천하

게 뿌듯해 했지.

그런데 그것만이 아닌 것 같아.

세상이 변하면서 여권이 신장되고 우리나라도 그에 따라 여성들의 학력은 높아지고 사회진출이 확대되고 있어.

그러나 여전히 ‘여성’이라는 얽매어진 틀 속에서 진정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여자들이 참 많단다.

엄마도 자라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 육아까지 그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왔지만 차별하는 이들에게 저항하고 고발하지 못하고 묵묵히만 있었어. 그것이 엄마들의 후배나 너희들 세대에게 고스란히 대물림 되고 합당하지 못한 큰 고난을 겪게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 여전히 생각을 바꾸지 못하고 있던 엄마는 우리 서서자매에게 영어단어, 수학문제 하나 같이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반성과 후회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르며 잠을 설쳤단다.

아직 너희들에게 어려운 이야기라고?

엄마의 이 복잡한 머리속이 정리되지는 못했지만 더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해서 남녀평등 사회를 향하여 할 수 있는 일을

꼭 찾아내고 너희과 함께 하도록 할게.

어쩌면 이 글을 쓰는 순간이 우리에게 희망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단다.
우리의 밝고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