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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클럽1기] 레이먼드 카버 (3차도서 서평)
글쓴이 장재형

#레이먼드카버 #서평

미국 단편소설의 르네상스를 주도한 레이먼드 카버(1938∼1988)는 ‘더러운 리얼리즘’의 대가, 아메리칸 체호프,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이 있는 소설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어릴 적 소원은 두 가지였다고 한다. 하나는 야키마를 떠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카버는 20대 중반부터 심각한 심각한 알코올의존증을 보이다가, 거듭된 실패 끝에 목숨을 잃을 위기를 넘기고 나서야 간신히 술을 끊을 수 있었다. 이후의 삶을 줄곧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표현했고, 하지만 덤으로 산 기간은 고작 10년을 넘지 못했다.

그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쓴 시 「그레이비」에서 ‘살아 있었고, 취하지 않았고, 일을 했고, 사랑했고, 또 훌륭한 여자에게 사랑받은, 11년. 나나 다른 사람들 누구나 예상한 것보다 10년을 더 살았어. 진짜 그레이비지. 그걸 잊지 마.’라고 썼다. 술을 끊은 후 평생 원하던 삶을 살았던 후반 10년을 그는 잘 구운 고기에 얹은, 깊은 풍미의 그레이비에 비유했다.

‘더러운 리얼리즘’은 새로운 세대의 미국 작가들이 내놓은 소설이다. 이들은 우리 시대 삶의 배면―버려진 남편, 미혼모, 자동차 도둑, 소매치기, 마약중독자 등―에 대해 쓰되, 불편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때로는 코미디와의 경계를 오가면서 쓴다. 이 이야기들은 낮은 목소리로, 아이러니하게, 때로는 아주 거칠게, 그러나 항상 연민을 잃지 않으면서 소설의 새로운 목소리를 직조해 낸다.’

영국에서 간행되어 세계적인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던 잡지 《그란타》는 ‘더러운 리얼리즘’이라는 제목의 특집호에서 카버에 대해 이렇게 썼다. 즉 카버는 미국 소도시 노동자들의 삶의 모습을 일상의 언어로 담아 ‘더러운 리얼리즘’으로 명명되었다. 또한 더러운 리얼리즘을 넘어 《대성당》이라는 당대의 새로운 작품을 남겼다. 이렇게 카버는 이미 자신을 하나의 흐름 속에 고정시키기를 거부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 책은 카버의 살과 뼈와 피를 만든 야키마에서부터, 글쓰기와 낚시를 하며 평생 원하던 삶을 누린 포트앤젤레스까지, ‘나쁜 레이먼드’와 ‘착한 레이먼드’의 자취를 따라간다. 두 번의 경제적 파산, 메리앤과의 불화,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알코올중독이 그를 옭아맸다. 카버는 알코올의존증이 심하던 이때를 그는 스스로 ‘나쁜 레이먼드 시절’이라 불렀다. “인생이라는 불판 위에서 구워지던” 고통의 연속이 끝나고 알코올중독이라는 긴 터널에서도 빠져나와 스트라우스 기금을 받게 되면서 미련 없이 교수직을 내려놓고 두 번째 아내인 테스 갤러거와 함께 포트앤젤레스로 가서 평생 원하던 삶을 누린다. 그는 이 시절을 잘 구운 고기 위에 얹어 먹는 소스인 그레이비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시절을 ‘착한 레이먼드’ 시절이라고 불렀다.

이 책의 저자는 카버의 삶과 문학을 놓고 ‘사랑’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자연스럽게 붙어 있어야 할 ‘삶’과 ‘사람’과 ‘사랑’이 결렬되고 또 말라붙고, 그래서 고통받은 것이 카버의 삶이고, 그 고통의 기록이, 그 결렬의 봉합 가능성을 보려 한 것이 그의 문학이다.” p19

카버가 마지막으로 쓴 시 「말엽의 단편」이 그의 무덤에 이렇게 새겨져 있다.

어쨌거나, 이번 생에서 원하던 걸

얻긴 했나?

그랬지.

그게 뭐였지?

내가 사랑받는 인간이었다고 스스로를 일컫는 것, 내가

이 지상에서 사랑받았다고 느끼는 것.

― 「말엽의 단편」, 『폭포로 가는 새로운 길』, 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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