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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클럽1기] 자기 앞의 생, 로맹가리
글쓴이 이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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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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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는 한때는 세상을 두루 보고 다녔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없는 하밀 할아버지에게 이따금씩 묻고는 한다. 사람은 사랑 없이도 세상을 살아갈 있는지, 그게 정말 가능한 것인지 모모는 궁금하고 절실하게 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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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살 무렵쯤 로자 아줌마를 처음보았던 기억이 있고 그때부터벨빌에서 그녀의 보호 아래 모모는 살아왔다. 모모 외에도 창녀 엄마들에게서 버려진 아이들과 함께. 로자 아줌마가 그저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을 돌봐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사실은 누군가가 대가를 지불하고 받는 보호였다니. 그것을 알게 것이 생애 최초의 커다란 슬픔이라고 말하는 여섯 , 일곱 무렵의 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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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기억나지 않는 엄마를 꿈꾸고, 사랑을 느끼고 싶은 모모는 세상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자신의 것이 아니기에 그저 새하얀 돛이 달린 돛배에 타고 멀리 어디쯤의 대양으로 도망치고 싶은 상상을 하거나, 매일 잠들기 전에 상상력의 암사자를 불러 엄마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갈구하고는 한다. 어린 모모는 이미 불행의 감정과 외로움과 부모가 없는 그래서 원하는 사랑을 받지 못하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같은, 쓰라린 생의 아픔들을 사무치듯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껴안게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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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의 눈으로 보여지고 이야기되는 세상은 우리의 생이 그러하듯 복잡하고 때로 너무나도 미성숙하며 부당하거나 난해한 투성이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불쌍한 사람들에 대해 쓰고 싶다는 모모는 어린 아이로써 눈에 담아버린 아름답지 못한 세상에 대하여 과감하게 맞서보겠다는 결의를 내보이며 줄곧 두려워하는 동시에 작고 연약한 힘을 내품어 안간힘을 쓴다. 그러고보면 세상에 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우리의 생은 연약하기 그지 없지만, 세상에 맞서보려는 작은 힘과 용기와 때로는 누군가에 대한 넘치는 사랑이 있기 때문에 아름답거나 찬란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란 결코 우리 뜻대로만 되지 않기에.. 그것이 결국 나의일때조차 타인과 누군가가 정해놓은 방식에 위해 억압받고 상처받고 짓밟혀 감당하기 힘든 지옥을 걷게 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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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가 이야기하는 세상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강물 위를 홀로 돌고 도는 작은 배처럼 유유히 떠있다. 창녀인 엄마를 살해한 정신병자 아버지를 만나게 모모 그렇다. 한때는 창녀였고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독일의 수용소에 끌려가 잊지 못할 굴욕의 삶을 로자 아줌마 생이 그렇다. 생이 짓밟을 우리의 삶은 어떤 얼굴의 빛을 띄워야 하는 것일까, 그들의 삶이 생과 죽음의 의미를 그림자처럼 생생하고 고독하게 남긴다. 앞의 생은 어떤 것일지, 자신의 생을 관통하는 진실과 허구 앞에서 우리는 어떤 길을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 것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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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자아줌마를 너무나 사랑한 모모의 고군분투는 잊을 없다. 그녀가 원하는 죽음을 위해 그녀에게 있던 작은 소년의 노력. 그녀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며자연의 법칙에는 동정심이 없다 성찰하는 모모는 끔찍하지만 그것이 명백한임을 자각하며 상처받는다. 그렇지만 가지 모모가 내내 잊지 않고 지켰던 바로사랑이었다. 로자 아줌마에 대한 사랑. 그리움으로 추억할 사람. 우리에게 주는 결국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누군가를 생각하고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랑. 작은 존재와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세상의 힘에 대하여 안타까워하고 이내 아파하는 사랑. 그런 사랑의 힘과 마음으로 우리 앞의 생을 살아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인간에게 하나의 구원처럼 우리 생을 희망처럼 기약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