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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클럽1기] 손무 - 손자병법 孫子兵法
글쓴이 조단비




어떻게 승리를 쟁취할 것인가!

춘추전국시대에 탄생한 최고의 고대 병법서




 싸우지 않고 승리를 거머쥐는 것이 명장이라는

손자병법은 모략 謀略을 토대로 한 병법계의 바이블이다



 투자나 마케팅을 둘러싼 기업들의 기술, 비리, 인재, 주재 상황을 건 대치 및 정치에 통달하여 있는 자들의 태도는 손자병법에 쓰인 전술을 사용하였다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손무의 조부 전서田書는 제나라 신흥 지주 계급으로 정벌에 공을 세워 경공景公으로부터 제후에 봉해지면서 성을 하사받고 손孫씨로 개성 한 인물이다. 손자인 손무가 용병술에 능한 것은 시대와 가정 환경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손무는 기원전 532년 4성의 반란에 휘말려 일가와 함께 오나라로 이주하였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는 오왕 합려闔閭가 손무를 중용하게 된 일화가 쓰여있는데 손자가 궁녀를 활용하여 즉석에서 보인 모습은 단호하다 못해 기묘하기까지 하다. 권력투쟁에 따라 오나라에 망명하게 된 이후 오자서伍子胥의 추천으로 병법 13편을 제시한 손무에게 합려가 자신의 역량을 증명할 것을 요구하자, 180명의 궁녀 중 그가 가장 총애하는 궁녀 두 명에게 부대를 나누어 궁녀들을 통솔할 수 있는 전권의 위임과 체계와 신호를 약속한 뒤 처음에는 명령을 따르지 않고 웃기만 하는 궁녀들을 바라보며 '적확하게 군령을 내리지 못한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며 재차 체계와 신호를 가르쳤고 체제를 명확히 하여 이내 두 번째 시도에 이르게 된다. 이번에도 궁녀들이 명령에 따르지 않자 손무는 '장수가 군령을 올바르게 전달하였음에도 실행되지 않은 것은 부대장의 죄'라며 합려가 총애하는 궁녀 둘을 즉결 처형해버린다. 중간에 합려가 손무를 말리자 손무가 이르기를 "자신은 임금의 명을 받아 장수가 되었으며, 장수가 군대를 이끌 때에는 아무리 군주의 명령이라 할지라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게 있는 법"이라 하였다. 직후 궁녀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손무의 명령에 따랐음은 자명한 일이다. 손무는 슬퍼하는 합려에게 병서의 글자를 애호하는 게 아니라 활용하여야 한다는 탄식을 남기며 등용된다. 선양 전설의 요체인 순임금이 떠오르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손무는 이처럼 합려의 밑에서 초나라를 쇠락하고 북으로는 제나라와 진나라에게 위협을 가하며 남으로는 부차를 도와 한때 월나라를 복종시키는 데 탁월한 군사성을 발휘했던 인물이다.


손무의 후손인 손빈孫賓도 그러한 선조의 지혜를 이어받았는지 제나라 위왕 밑의 무장이자 군사이론가가 되어 위나라에서 자신을 시기하고 음해하여 빈형臏刑에 처하게 하며 갈취한 연구로 공로를 세우고 승승장구하였던 방연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렇기에 방연을 궁지에 몰며 손빈이 나무에 새겼던 문장 "방연은 이 나무 밑에서 죽으리라"는 카타르시스마저 든다. 손빈이 기개를 발휘하기까지의 바탕이 손무의 병법서와 합치된다는 것을 감안하였을 때 《손자병법》이 가져올 수 있는 파급력은 오늘날 군사 평론가와 정책계 종사자는 물론이고 빌 게이츠와 칼리 피오리나를 필두로 하는 많은 경영인과 마케터가 읽을 만도 하다. 다만 옮긴이의 머리말처럼 현대인의 삶이 아무리 치열한 생존경쟁의 나날이라 할지라도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전장의 삶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 또한 손자는 전쟁을 최후의 수단으로 두고 부추기지 말 것을 당부하며 자주 언급하는 '도道'로 보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처럼 자신의 처세가 전쟁이 빗발치는 치열했던 시대 속에서도 나라를 부흥케 함으로 백성들을 이롭게 하는 도덕적인 목적에서 응용되기를 바란 것임을 느낄 수 있다. 《손자병법》을 읽으며 나는 현대적인 응용을 중심으로 일부를 파악하여 보기로 하였다.




우리가 이기는 싸움만 해야 하는 이유


 전쟁은 나라의 중대사로 백성의 생사와 나라의 존망이 달려있는 일이므로 신중히 임하여야 한다. 전쟁에는 인의와 정의 사악의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손무가 직접 의로움을 구분하여 논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전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결과가 자국의 이득과는 상관없이 자타에게 피해를 안길 수 있음을 상기한다면 승리에 있어 이기는 전략은 이길 수 있는 대상을 향하여 치닫는 일이고 최상의 전략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대치가 길어질수록 양국은 빈곤해지기 마련이므로 빠르게 끝내야 한다. 여기에서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것은 적이 스스로 투항할 수 있도록 자신이 '이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에 있다. 손무의 《손자병법》은 13편의 계책에서 이를 위한 준비와 실행을 담았다.



반드시 승리하는 법칙


손자께서 말씀하셨다. 무릇 군사를 일으켜 전쟁을 하는 원칙은 적으로 하여금 그들의 국도와 성읍이 온전한 상태로 항복하게 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상책이요, 싸움을 벌여 적의 국도와 성읍을 격파하고 이기는 것은 그보다는 한 수 아래다.(p84)


즉,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인수인계와 합병처럼 적의 세력을 온전히 포섭하여 스스로 투항 및 복종하게 하고 싸울수록 강해지는 군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1. 속임수


 정치는 전쟁과 불가분한 관계에 있다. 기업이 시장을 조사할 때에도 주변의 지리와 타 기업의 양상 그리고 승산과 여건을 염두에 두고 계책을 마련하여야 하듯이 '속임수'는 누가 일임을 하기에 적합한 인재인지를 포함하여 세운 전략을 토대로 시장을 스스로 만드는 일에 있다. 이와 동시에 '적이 한가로이 편안하면 그들을 괴롭혀서 피로하게 하고, 군량이 넉넉해 배부르게 먹으면 어떻게든 흔들어서 다른 곳으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이후 아군의 실함으로 적군의 허함을 공격하고, 적군의 실함을 피해 그들의 허함을 공격한다(p168)'는 것처럼 허실을 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것에도 속임수가 사용된다. 이는 '삼군의 군사 작전과 관련하여 장수가 간자보다 더 친밀히 신임할 사람은 없고, 포상으로는 간자보다 더 기밀한 일을 하는 사람은 없다(p372)'는 말처럼 군사의 행동을 예측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필수이다. 따라서 속임수는 현실에 기인한 전략의 준비이자 전략이 쓰이도록 현실을 만드는 일이며 현실과 함께 순환함으로 전쟁의 기반이 된다.



2. 모략


 모략은 적의 군량을 사용하여 아군의 배를 불리는 일이고 의도나 필요에 따라 피아의 상황을 자신의 의도에 따르지 않을 수 없도록 '입장을 만드는 일'로써 정치의 기술이다. 현대로 말하자면 타인의 아이디어와 사상을 훔치고 나누며 재구성하여 전시함으로 목적에 따라서는 참을 거짓으로 가리고 거짓을 참으로 가리는 행위이자, 원료의 조달과 현지생산으로 수출 가격의 인하, 관세의 회피 등에 사용되고 있는 원리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즉 손자가 일컫는 모략이 다국적 기업으로의 발돋움이나 일인 브랜드로 가치성의 계발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환이 되었다는 것이다. 현대인은 개개인이 작전을 하고 있는 동시에 서로의 작전에 쓰이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다단계처럼 내려오는 탓에 때로는 작전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모종의 믿음으로 결과를 창조해내기도 하며 작전에 쓰이는 이들은 자신이 무엇에 쓰이는지 알지 못하고 보이는 것에 공감하여 동조하게 된다. 마케팅에서 자주 쓰이는 바람잡이와 양 떼 효과(Herding Effect), 내용보다 그것을 포장한 태도에 치중한 메라비언의 법칙(The Law of Mehrabian), 익숙함에서 나오는 단순 노출 효과 (Mere Exposure Effect), 호감 편향(Liking Bias)과 같은 인지적 사례에 영향을 미치는 퍼스널 이미지를 이용한 것이기도 하다.



3. 도의성


 암시와 유행 공유를 통한 명분의 형성. 많은 이들에게 회자될수록 실체가 가려지며 그러므로 종례에는 드러나게 되는 것이 비밀이다. 손무가 직접적으로 이야기 한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서 나온 것은 나에게로 돌아온다와도 같은 이 관념에 있어서는 손빈이 아니라 하더라도 방연의 자살은 예정된 일이었다. 이 세상에 완벽한 비밀은 없으니까. 도의성은 여론과 소문이 가진 비밀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 한 마디로 함축하면 도의성은 땅 위에 뿌려 놓은 '씨앗'이다. 그렇기에 그에 쓰인 비밀이 무엇인가에 따라 커다란 성공은 그만큼의 몰락을 부르며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도의성을 갖추지 못한 전쟁의 명분은 힘을 잃기 마련이므로 예로부터 군주는 상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하여 어떤 방편을 사용하여서든 민중의 지지를 받으려 했다. 세를 형성하여 자연에게 맡기는 것이다. 마키아벨리가 이야기하였듯이 이익 관계가 복잡하거나 만인에게 사랑받는 군주는 제후국들이 함부로 공격하기 어렵다. 우리에게 친숙한 예시로는 그로써 얻은 이익 혹은 성공이 무너지지 않도록 비밀을 도의적인 일로 일반화하기 위한 행위가 역사의 수정이나 예술, 문화적 풍토로 자리 잡게 한 나치와 일본의 만행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역사나 일화에서 누군가의 잘못된 행위를 바로잡으려 한다는 명목으로 사실을 자신이 원하는 형상으로 전시하여 숨기기 위한 일을 반복했다. 2020년 01월 21일 자에 노컷뉴스에서 나온 기사 "끌려간 위안부 없다"는 영상을 제작한 친일 유튜버에 관한 일화는 21세기 정보화 사회에서 전쟁이 어떻게 명분을 얻으며 이루어지는지에 관한 관점을 제공한다. 아무리 서로의 이득을 공유하였다 하더라도 비밀은 그 위험성에 있어 피아와 상관없이 비밀을 아는 이를 모두 사살하여야 유지되기 마련이므로 전쟁은 본인이 원하는 대로 '적은 실상을 드러내게 하고, 우리는 실상을 감추는' 치인이불치어인(致人而不致於人)하면서도 '군사들의 이목을 가려 장수의 작전 의도를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우사졸지이목(愚士卒之耳目)과도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일본이 자국민에게 교육과 문화로 행하는 일처럼 유리한 형세의 조성에 있어 모략은 시간과 기술을 필요로 하며 정치적인 도의와 함께 상처가 그러하듯이 피아를 가리지 않으며 속고 속이려는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4. 심리전


 장수에게는 다섯 가지 위험성이 있나니, 죽음을 마다않고 달려드는 적장은 적당히 꾀어 죽이면 되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어떻게든 살려는 적장은 꾀를 내어 사로잡으면 되며, 성미가 급하고 화를 잘 내는 적장은 업신여기며 조롱하면 되고, 한없이 청렴하고 결백한 적장은 치욕을 주어 흔들면 되며, 백성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적장은 백성을 구원하느라 성가시어 지치게 하면 된다. (p245)

 "먼저 적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탈취한다." (생략) 적의 가족을 사로잡아 인질로 삼거나, 혹은 적의 군사적 요충지를 점거하거나, 혹은 적의 양도를 끊는 등의 방식으로 적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빼앗았다.(p320)

막다른 골목에 집어넣으면 전투 의지가 더욱 굳건해지며, 적지에 깊이 들어가면 더욱 합심 단결하고, 사지에 몰려 살길이 막막하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다.(p322)


 장수들을 그렇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군사들에게도 적용하는 심리전에 있어서는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는 시국에 앞서 평상심이 요구된다. 이를 현대식 기업으로 재해석하면 손무가 이야기하는 "적의 방비가 없는 상황에서 공격하고, 적이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출격하여야 함"은 제품의 출시를 두고 발생하는 기업끼리의 대치 상황만이 아니라 행동-보상으로 이루어진 고객을 향한 기업의 마케팅에 사용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여겨진다. 로또에 맞았다 싶은 사람에게 달려드는 주변의 압박처럼, 끈질긴 노력으로 신제품이 개발되면 너도 나도 창시하여 블루오션(blue ocean)이 살아남기 힘든 구조의 사회가 되어버린 만큼 자칫하면 레드오션(red ocean)이 되기 십상인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에 관한 고민이 《손자병법》을 돌아보게 하는 원동력이 된 게 아닐까 싶다.




마무리하며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게 아닌,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최선으로 여겼던 손무의 병책을 보면 모공 편에 나온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를 기반으로 읽는 이에게 직접 다툼을 하는 공성攻城을 가장 후 순위로 두고, 벌모伐謀를 일 순위로 여기는 부전이굴인지병(不戰而屈人之兵)의 정신을 이끌어내려 하였음을 느낄 수 있다. 전쟁에 있을 수 있는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손무는 누가 어떻게 사용할지 모르는 병법서를 기술하면서도 '오로지 백성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성심을 다하여야 한다(p282)'고 당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