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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호박의여름 - 슬프고 쓸쓸하지만 그래도 읽어야 할 이야기..
글쓴이 노은숙





학교 친구들과 관계맺는 것이 두려운 노리코에게  인기있는 유이가 같이 “미래학교” 캠프를 가자고 제안한다. 노리코는 인기있는 유이와 같이 방학중 일주일을 같이 지낼 수 있는 것에 기뻐한다.

하지만 노리코는 첫날 도착한 캠프에서 유이와 같은 반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다시 학교처럼 외톨이가 될까봐 두려워 한다. 그때 노리코의 두려움을 아는 것 처럼 손을 내민 미카라는 아이.

미카는 노리코와 달리 미래학교에서 유치원부터 시작해 초등학교까지 다니며 부모와 떨어져 아이들과 합숙하며 지낸다. 노리코의 두려움을 살뜰히 챙겨주는 미카로 인해 캠프에 적응하게 된다.

미카는 외부에서 일주일 머무는 아이들이 오면 미래학교의 규율과 운영을 위해 같이 지낸다. 

그런 미카와 친해지게 된 노리코는 어느날 우연히 미카에게 슬픈 이야기를 듣는다. 

사실 마카도 노리코처럼  부모님과 같이 살고 싶다고 그래서 어릴적 학교 샘물에서 소원을 빌었다고. 

슬픔에 빠져 샘을 바라보고 있는 미카를 보며 나오코는 “나는 미카의 친구야 “라고 위로한다. 

그렇게 일주일 지나고 나오코는 집으로 돌아오고, 매년 여름방학이 되면 “미래학교”캠프를 가게 된다. 하지만 3번째 갔을때 더이상 미카를 볼수 없게 되고,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가게 되면서 미래학교는 점점 추억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리고 성인이 된 어느날 뉴스에서 어린 소녀의 백골 사체가 미래학교 앞 광장에서 발견된다. 

나오코는 어린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고 뉴스를 통해 자신과 같은 나이 또래의 아이라고 추정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갑자기 사라졌던 미카가 아닐까 하는 맘을 품게 된다. 


변호사가 된 노리코에게 미래 학교의 백골 사체가 사라진 자기 손녀 같다며 노부부의 의뢰가 들어오고 그일로 현재는 사라지고 지부가 있는 도쿄 미래학교에 가게 된다. 

비협조적인 사무국의 사람들은 나오코에게 “ 계속 내버려둔주제에”라는 이상한 말을 하며 마치 노리코를 원망하는 것 처럼 보인다. 

노부부의 손녀를 찾기 위해 미래학교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노리코는 미카와 동경했던 대상 시게루 까지 떠오르기 시작한다.  세상밖의 학교와 일주일 머물렀던 미래학교의 교육의 방식등 여러가지 면이 떠오르면서 현재의 미래학교가 그때와는 많이 다르게 변해버린 것을 느낀다.

그리고 백골 사체의 행방을 쫓던 중 다시 만나게 된 미카는 어릴적 자신이 알던 그녀와 많이 달라졌음을 알게 되고 , 백골 사체의 신원확인과 동시에 미카가 살인자로 알려지게 되면서 이야기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어린시절의 추억으로 생각했던 이야기는 교육이 가지는 의미, 부모가 자식을 위한 선택, 그리고 어릴적 학교라는 사회가 어린아이들에게 어떤 형식으로 다가서는지를 잘 묘사되어져 있다. 

왕따, 차별, 억압이라는 사회적 모순을 피해 대안으로 자식들을 보낸 부모의 선택이 “미래학교”를 통해서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획일화를 피해 또다른 자유로움을 선택했지만 그 조직이 비슷한 구성원들과 이념으로 채워진다면 결국은 장소만 옮길 뿐 또다른 방식의 획일화를 만든다는 것을 말한다. 


어릴적 부터 그렇게 부모가 같은 삶을 원했던 미카가 자신의 자식을 또다시 미래학교에 맡기는 아이러니. 나오코와 미카의 대화를 통해서 그여름의 미래 학교에 생긴 어떤일로 인해 트라우마가 되어버려서 또 다른 아픔을 가지게 된 그녀들의 이야기가 너무 슬프다. 


추리적인 요소뒤에 하나의 진실에 다가가기위해 미카와 나오코의 어린시절과 성년의 삶을 교차편집된 이야기 방식이 좋았다. 미스터리적인 요소에 기댄 이야기가 아닌 교육의 가치와 부모로서 아이에게 가져야하는 고민들, 우정이라는 것에 대한 마음등을 고민 할 수 있는 스토리다. 

“호박의 여름”의 제목에서 호박이 가지는 의미가 식물이 아닌 곤충 화석인 호박을 나타내며, 어린시절 어른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여름의 슬픈 추억속에 갇혀버린 한 소녀의 인생을 암시하는 제목임을.

그래서 다 읽고 표지에 두손을 잡고 있는 소녀들을 자세히 바라보게 된다. 


그것은 미래 학교라는 조직에 그녀들을 가두고, 시간을 멈추고, 추억을 결정화하고 있던 것과 마찬가지다. 호박에 갇힌 곤충 화석처럼, 시간이 계속해서 흐른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p.419

660페이지의 압박은 미카의 이야기 중심부에 들어가는 순간 ,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미카가 겪는 슬픔의 무게, 노리코가 느끼는 부모로의서의 죄책감들이 슬프고도 쓸쓸하다. 

어릴적 학년이 바뀔 때마다 친구가 안생길까봐 떨었던 그 두려움, 그리고 살뜰히 품어주지 않고 오히려 차별을 했던 선생님들에 대한 원망이 미카처럼 나도 호박이란 화석갇힌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리라.


쓸쓸한 건 쓸쓸하고,슬픈 건 슬퍼  p.264

라는 미카의 말처럼 … 






자신이 부모와 사는 게 당연하다고 해서, 자신의 상식만큼 가볍다고 여기거나 동정하는 거, 이곳 아이들에게 실례야. p.207

충격적인 것은 이래서는 기슭의 학교와 똑같지 않은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겐 선생님과 따돌림에 대해 그렇게 진지하게 대화하고 문답을 했는데, 이 아이들은 그것과 자신의 생활을 연관 지어서 생각하지 않는다. 이곳은 세상이나 미래, 전쟁이나 따돌림, 그런것을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그것을 자신의 일상생활과 연관해서 생각하는 그런 장소라고 생각했는데 . P.288

미래학교가 아무리 멋진 말로 대의를 말하더라도 그 안에 있는 아이들의 환경은 그 아이들이 아니라 부모의 의사에 의해 선택된 겁니다. 그곳에서 자라겠다고 그들이 선택한 게 아니죠. P.364

미래 학교의 이상 그 자체에는 저는 지금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역시 격리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자주성을 중시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에 종점을 둔 교육이라고 해도, 우리는 이 사회인에서 살고 있습니다. 살아가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제대로 사회와 공존할 방법을 배워야만 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갈 힘을 길러야만 하죠. 이상만으로는 그것을 이룰 수 없습니다. p.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