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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클럽2기] <한판 붙자, 맞춤법!> 변정수, 뿌리와이파리, 2020
글쓴이 고청훈

<한글 맞춤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치자

 

<한판 붙자, 맞춤법!>30여 년간 편집자로 일한 저자가 예비 편집자를 대상으로 현장 실무자를 위한 어문규범의 이해에 대해 강의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한글 맞춤법은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먼저 설명하고, 어문규범의 총칙을 통해 맞춤법 원리를 둘러본다. 그리고 <한글 맞춤법>의 제 규정에 대해 설명하고, <한글 맞춤법> 규성의 모순점에 대해서도 짚어준다. 끝으로 출판편집자로서 교열에 임하는 자세 등에 대한 특강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저자는 <한판 붙자, 맞춤법!>을 통해 우리가 어려워 하는 것은 맞춤법이 아니라 표준어라고 이야기한다. ‘맞춤법자체는 영어 철자법보다 쉽고’, ‘넘겨짚어 흉내내기를 통해 배우고 있어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맞춤법규범이니 지켜야 하지만, ‘표준어규범이 아니기에 이를 강제한다는 건 문화통제적 발상이므로 <표준어 규정>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표준어는 언어이기에 시대에 따라 변화될 수 있는데, 이를 규범으로 만들어 놓아 옳고 그르고, 맞고 틀리고의 문제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규범이 이러저러하게 규정하고 있으니,
꼼꼼히 숙지해서 반드시 지키자가 아니라,
규범이 이러저러하게 규정하고는 있지만
그 취지를 이해한다면 지나치게 주눅들 필요 없다
말하려는 것입니다.(6~7)

 

어법에 맞도록 함이라는 표현은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통상 어법이라고 하면, ‘문법과 거의 같은 뜻으로 이해되기 때문이지요.(
)
여기에서 말하는 어법에 맞도록은 그저 뜻이 드러나도록이라는 뜻일 뿐입니다.(89)

 

또한 한국어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은 맞춤법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성원대다수가 암묵적으로 합의한 공통의 텍스트를 가져 본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 사회가 전근대근대’, 심지어 탈근대까지 한데 엉켜 있는 사회()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암묵적으로 합의한
공통의 텍스트를 가져 본 적이 없습니다.(69)

 

그간 띄어쓰기가 헷갈린다든가, ‘결제와 결재’, ‘대와 데’, ‘-로써와 -로서등이 헷갈리는 게 맞춤법에 대한 이해가 낮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맞춤법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텍스트에 대한 익숙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음을 깨닫는다. ‘넘겨짚어 흉내내기에 충분할 만큼 책을 읽지 않아 눈에 익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실무적으로 고민하는 대부분의 띄어쓰기 문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범의 문제가 아니라,
텍스트를 둘러싼 맥락에 따라
가장 적절한 띄어쓰기를 선택할 문제일 뿐입니다.(132)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자의적 규범가운데 하나가
한 권의 책에서는 띄어쓰기를 통일하는 게 원칙이라는
도무지 족보를 알 길이 없는 원칙(?)입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건 원칙도 아닐뿐더러
이런 원칙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됩니다.(255)

 

저자는 출판편집인을 대상으로 교열에 대해 이야기하며, 편집자로서 원고를 장악하고컨셉을 내면화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편집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것이며, 글을 쓰는 사람에게도 원고를 장악하고 컨셉을 내면화하는 작업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독자로서도 책을 장악하고, 해당 책의 컨셉을 내면화하고 있는지 스스로 되묻게 된다.

 

<한판 붙자, 맞춤법!>을 통해 <한글 맞춤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털고, 오해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다. ‘맞춤법이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거나, ‘맞춤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꼭 필독하길 권한다. 다만 저자도 책에서 누차 강조하고 있듯, ‘생각하며 읽어야한다. 눈으로만 읽어서는 결코 이 책을 장악할 수 없다.